서평 -<친밀한 가해자>는 제목을 처음 마주했을 때부터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친밀함과 가해자라는 단어가 한 문장 안에 놓여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이 소설이 다루고자 하는 세계가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걸 예감하게 한다 책을 읽는 동안 그 예감은 여러 번 현실이 되었고 나는 몇 차례 페이지를 넘기며 숨을 고르게 되었다 이 소설은 누군가를 괴물로 쉽게 규정하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외면해왔던 폭력의 얼굴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보여준다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주인공이 상대의 행동에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명확히 문제 삼지 못하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순간들이었다 그 장면들은 큰 사건보다 오히려 일상적인 대화와 사소한 행동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더 마음에 남았다 괜찮겠지 내가 예민한 걸 거야 라는 생각으로 넘어가는 장면을 읽으며 나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많은 상황을 무마해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소설 속 가해는 어느 날 갑자기 폭력적인 얼굴로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정함과 배려라는 외피를 두르고 조금씩 경계를 흐린다 그 점이 이 작품을 더욱 날카롭게 만든다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주인공이 상대의 말과 행동을 정리해보며 이것이 정말 문제인지 고민하는 장면이었다 글로 적어놓으면 분명 이상한데 실제 상황에서는 왜 그렇게 느끼지 못했는지에 대한 혼란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 장면을 읽으며 친밀함이 판단력을 얼마나 쉽게 흐리게 만드는지 실감했다 믿고 싶었던 마음 관계를 깨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결국 폭력을 설명하고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필요하다고 느꼈다공감되었던 부분은 피해자가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는 과정이었다 왜 그때 분명히 말하지 못했을까 왜 거절하지 않았을까 하는 질문들이 반복될수록 나는 그 질문들이 얼마나 잔인한지 깨닫게 되었다 소설은 그 질문을 독자에게도 조심스럽게 던지지만 동시에 그 질문 자체가 폭력의 연장선임을 보여준다 그 장면에서 나는 그동안 무심코 사용해왔던 말들과 시선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한다고 믿으면서도 여전히 결과를 기준으로 판단해왔던 나 자신의 태도가 부끄럽게 느껴졌다이 소설이 특히 좋았던 점은 가해자를 단순한 악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행동을 용서하거나 미화하지도 않는다 다만 가해가 어떻게 가능해졌는지 그 구조와 분위기를 차분히 보여준다 친절함과 권위 신뢰와 의존이 어떻게 뒤섞여 폭력으로 이어지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이것이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와 환경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책은 읽는 사람에게 계속 질문을 던진다 나는 지금 어떤 관계 속에 있는가 그리고 그 관계는 정말 안전한가<친밀한 가해자>는 읽고 나서 쉽게 정리할 수 없는 감정을 남긴다 불편함 분노 슬픔 그리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묵직한 여운이 오래 지속된다 이 소설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기억이 있는 사람에게도 누군가에게 상처받았던 기억이 있는 사람에게도 모두 필요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친밀함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폭력을 인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말해준다이 책은 단순히 한 편의 소설로 끝나지 않는다 읽는 동안과 읽고 난 이후까지 독자의 일상과 생각 속에 스며들어 계속해서 말을 건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더 많은 질문이 필요하다는 사실 그리고 불편함을 느끼는 감정은 무시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먼저 귀 기울여야 할 신호라는 점을 이 소설은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많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특히 관계 속에서 자주 자신을 의심해왔던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를 통해 그 의심의 방향을 조금은 바꿀 수 있기를 바란다@woorischool#친밀한가해자 #손현주작가 #우리학교 #장편소설 #서평 서평단 도서제공 협찬 리뷰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