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한 가해자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손현주 지음 / 우리학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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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친밀한 가해자>는 제목을 처음 마주했을 때부터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친밀함과 가해자라는 단어가 한 문장 안에 놓여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이 소설이 다루고자 하는 세계가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걸 예감하게 한다 책을 읽는 동안 그 예감은 여러 번 현실이 되었고 나는 몇 차례 페이지를 넘기며 숨을 고르게 되었다 이 소설은 누군가를 괴물로 쉽게 규정하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외면해왔던 폭력의 얼굴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보여준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주인공이 상대의 행동에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명확히 문제 삼지 못하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순간들이었다 그 장면들은 큰 사건보다 오히려 일상적인 대화와 사소한 행동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더 마음에 남았다 괜찮겠지 내가 예민한 걸 거야 라는 생각으로 넘어가는 장면을 읽으며 나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많은 상황을 무마해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소설 속 가해는 어느 날 갑자기 폭력적인 얼굴로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정함과 배려라는 외피를 두르고 조금씩 경계를 흐린다 그 점이 이 작품을 더욱 날카롭게 만든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주인공이 상대의 말과 행동을 정리해보며 이것이 정말 문제인지 고민하는 장면이었다 글로 적어놓으면 분명 이상한데 실제 상황에서는 왜 그렇게 느끼지 못했는지에 대한 혼란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 장면을 읽으며 친밀함이 판단력을 얼마나 쉽게 흐리게 만드는지 실감했다 믿고 싶었던 마음 관계를 깨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결국 폭력을 설명하고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필요하다고 느꼈다

공감되었던 부분은 피해자가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는 과정이었다 왜 그때 분명히 말하지 못했을까 왜 거절하지 않았을까 하는 질문들이 반복될수록 나는 그 질문들이 얼마나 잔인한지 깨닫게 되었다 소설은 그 질문을 독자에게도 조심스럽게 던지지만 동시에 그 질문 자체가 폭력의 연장선임을 보여준다 그 장면에서 나는 그동안 무심코 사용해왔던 말들과 시선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한다고 믿으면서도 여전히 결과를 기준으로 판단해왔던 나 자신의 태도가 부끄럽게 느껴졌다

이 소설이 특히 좋았던 점은 가해자를 단순한 악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행동을 용서하거나 미화하지도 않는다 다만 가해가 어떻게 가능해졌는지 그 구조와 분위기를 차분히 보여준다 친절함과 권위 신뢰와 의존이 어떻게 뒤섞여 폭력으로 이어지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이것이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와 환경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책은 읽는 사람에게 계속 질문을 던진다 나는 지금 어떤 관계 속에 있는가 그리고 그 관계는 정말 안전한가

<친밀한 가해자>는 읽고 나서 쉽게 정리할 수 없는 감정을 남긴다 불편함 분노 슬픔 그리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묵직한 여운이 오래 지속된다 이 소설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기억이 있는 사람에게도 누군가에게 상처받았던 기억이 있는 사람에게도 모두 필요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친밀함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폭력을 인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말해준다

이 책은 단순히 한 편의 소설로 끝나지 않는다 읽는 동안과 읽고 난 이후까지 독자의 일상과 생각 속에 스며들어 계속해서 말을 건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더 많은 질문이 필요하다는 사실 그리고 불편함을 느끼는 감정은 무시해도 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먼저 귀 기울여야 할 신호라는 점을 이 소설은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많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특히 관계 속에서 자주 자신을 의심해왔던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를 통해 그 의심의 방향을 조금은 바꿀 수 있기를 바란다

@woori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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