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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E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 스토리북 미포함
앤드류 스탠튼 감독 / 월트디즈니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의 이 리뷰는 영화 Wall-E에 대한 스포일러를 아주 가득히 담고 있습니다.)
1. 들어가며
(영화 Wall-E)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인 2008년 필자는 아주 재밌는 영화 하나를 봤다. 그 영화는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만화로, 지금으로부터 800년 뒤인 미래를 다룬 영화였고, 필자는 아주 감명 깊게 보았다. 그 영화가 바로 Wall-E다. 지난 목요일 필자는 학교에서 그 영화를 보게 되었고, 그 영화를 통해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따라서 오늘은 필자가 보고 해석한 Wall-E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2. Wall-E의 스토리
(지금으로 부터 800년 뒤인 지구는 인류가 남긴 쓰레기들로 덮여 황폐해졌다.)
영화 Wall-E는 지금으로부터 800년 뒤인 지구에서 인간이 남기고 떠난 버린 쓰레기들을 정리하며 특별한 목적의식 없이 살고있는 한 로봇의 일생을 다뤘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뒤인 22세기 인류는 지구의 대기오염과 넘처나는 쓰레기를 해결하기 만든 쓰레기 정리용 기계를 대량생산 하고 우주로 떠났다. 주인공인 Wall-E도 그 로봇들 중 하나였고, 특별한 목적의식 없이 대략 700년간 지구에 남은 쓰레기들을 정리해가며 살아갔다. 우주로 떠나기 전 인간은 지구를 완벽히 망가뜨려 놓았다고 볼 수 있는데, 정말이지 식물이라곤 하나도 안보일 정도로 지구는 황폐해져 있었다. 그런 환경속에서 주인공인 Wall-E는 애완용인 바퀴벌레 1마리랑 쓰레기를 치워가며 살고 있었다.
(그런 지구에서 쓰레기를 수거하여 탑을 쌓고 있는 월-E)
그러던 어느날 Wall-E가 청소를 하던 중 우주 탐사선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우주선 안에는 여자 로봇인 이브(eve)가 타고 있었다. 지구를 탐사하러 온 이브는 이곳저곳을 탐색하며 무엇인가를 찾아 나선다. 월E의 존재를 알아차리게 된 이브는 처음에는 대량 파괴력을 소유한 총을 쏘며 월E를 경계했지만, 자신을 짝사랑하게 된 월E에게 점차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월E의 집으로 가게 된 이브는 월E가 가지고 있던 식물 하나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브는 월E가 가지고 있던 식물을 자신의 몸속으로 넣고 깊이 잠들어 버린다.
(지구에 도착한 이브의 탐사선)
(서로 호감을 가지게 된 월-E와 이브)
이브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이브를 사랑한 월E는 이브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핀다. 이브를 보살피던 어느날 새로운 우주선이 도착하여 이브를 대려갔고, 이브를 걱정한 월E는 그 우주선에 탑승하여 우주로 날아갔다. 우주로 날아가게 된 월E는 대형 우주선인 액시엄(Axiom)에 탑승했고, 그 액시엄에서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된다. 인간들은 의자에 앉아서 길을 다니고, 과거에 인간이 하던 일들은 월E와 같은 로봇이 대신하고 있었다. 이브가 향하는 방향대로 따라가게 된 월E는 액시엄의 선장실에 들리게 되었고, 자신의 임무를 선장에게 보고하는 이브를 목격하게 된다. 사실 이브는 액시엄의 선장이 “지구에 과연 생명이 사는지 확인하기 위해” 보낸 로봇이었고, 식물을 발견하게 된 이브는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 것이다.
(대형 우주선 액시엄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들)
(액시엄 선장)
사실 대형 우주선인 액시엄도 지구를 청소하는 동안 인류를 우주에서 보내게 하기 위해 만든 대형 우주선이었고, 이것을 만든 미국 대통령은 “지구에서 살아남은 식물이 발견되면, 지구로 돌아가도 된다”고 액시엄 선장에게 얘기했었다. 식물을 가지고 온 줄 알고 있던 이브의 몸속에는 안타깝게도 식물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보니 그 식물은 쓰레기장으로 버려졌는데, 그 이유는 액시엄 선실을 통제하고 있던 로봇이 일부러 식물을 쓰레기장에 버렸기 때문이었다. 이 사실을 월E와 이브를 통해 알게 된 선장은 선실 조종대에게 왜 버렸냐고 묻고, 선실 조종대는 극비 기밀을 선장에게 알려준다. 극비 기밀에 따르면 인류가 계획했던 지구 대청소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났고, 결국 액시엄에서 살기로 미국 대통령이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그렇게 프로그램이 입력된 선실 조종대 로봇은 이브가 발견한 식물을 버렸던 것이고, 이를 알아채지 못하게 선장을 속였던 것이었다.
(선실을 자기 멋대로 통제하던 액시엄 조종대)
이를 알게 된 선장은 “식물이 발견되었으니 돌아가야 한다”고 선실 조종대에게 항의했고,“자신은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선실 조종대는 선장을 선실 근처에 잡아 가둬버린다. 월E와 이브의 활약으로 선장은 선실 조종대를 속이는 데 성공하고, 의자에서 일어나 선실 조종대의 자동화 프로그램을 종료시켰으며, 액시엄은 선장의 의지에 따라 결국 지구로 돌아가게 된다. 지구로 돌아온 인류는 다시 지구에서 새 삶의 시작을 얘기하며 영화는 끝이난다.
3. 월E에서 나오는 환경파괴 문제와 4차 산업혁명
(700년 만에 지구로 귀환한 액시엄)
위에서 상술했듯이 픽사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만화영화 월E는 2008년에 제작되었다. 이 영화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나오기 7년 전에 제작된 것이지만, 현재 인류가 걱정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문제점을 아주 정확히 파악했고, 환경 문제도 아주 잘 비판했다.
우선 환경파괴 문제에 대해 얘기해볼까 한다. 환경파괴문제는 제1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던 19세기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때부터 시작된 환경파괴는 20세기 중후반과 21세기 와서 더욱 극심해졌고, 해결되지 않은 채 현재진행형으로 남았다. 대표적으로 북극해 빙하의 증발 현상과 인류가 만든 플라스틱과 같은 환경파괴의 주요 원인인 물건들은 현재도 처리되지 못한 채 태평양과 대서양을 돌고 있는 현상을 얘로 들 수 있다. 특히나 플라스틱 생산과 같은 환경 파괴의 주요원인이 되는 생산품들은 자본주의 생산체제를 통해 지속해서 과잉생산되고 있다.
그 덕분에 인류는 과잉된 상품을 원하는 시간에 소비할 수 있고, 과거에 비해 부족함 없이 살 수 있는 혜택을 누리지만, 그 대가를 지구가 대신 치르고 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영화 월E에선 앞으로 100년 후의 인류가 이런식으로 지구를 망쳐놓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영화 월E에서 나온 미국의 모습은 그저 맑은 하늘은 존재하지도 않고, 쓰레기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높이 만큼이나 여러군데 쌓여있으며, 생명이라곤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800년이 지나서의 지구 모습은 더 처참하여 주인공인 월E 혼자 쓰레기를 치우고 있을 정도다.
위에서 상술했듯이, 영화에 따르면 22세기 인류가 시도했던 지구 대청소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났다. 영화 초반부에 보면 어느 미국 대통령이 “지구는 이 쓰레기 청소용 로봇에게 맡기고, 초호화 우주선 액시엄으로 놀러가세요”라고 선전하는 영상이 나온다. 이는 말그대로 선전이었다. 22세기 인류가 제작한 월E와 같은 쓰레기 청소용 로봇은 쓰레기들을 수거하여 정육면체로 만들어 쌓아두는 것 밖에 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극중에선 22세기의 발달된 과학 기술을 가지고도 이를 해결치 못했다. 심지어 액시엄에서 만들어지는 쓰레기도 월E와 비슷하게 생긴 로봇들이 한꺼번에 수거하여 우주 밖으로 버리는 것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필자의 생각이지만 영화의 이 장면이 시사해주는 것은 “그만큼 인류가 창조해낸 환경파괴가 재앙적이다”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영화 월E의 또 다른 특징이자 큰 장점은 현재 가속 중인(혹은 가속 중인지 알 수 없는) 기술의 발달로 인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문제점을 아주 잘 보여준다는 점이다. 월E가 들어와서 보게 된 액시엄에서의 인간 생활상은 말 그대로 기계에 의한 돼지사육이나 다를게 없었다. 대형 우주선 액시엄에선 과거 인간이 했던 경찰, 보육, 교육, 운전, 출산, 식량 확보, 쓰레기 수거, 행정, 활동 등을 인간이 아닌 기계가 대신하고 있다. 즉 과거에는 인간의 일자리였을지도 모르는 직종이나 활동들을 기계가 대신하고 있고, 오히려 인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된 것이다. 액시엄에 사는 인간들은 의자에 않아 그저 기계가 주는 음식맛 나는 음료수를 마신다. 인간들은 그 음료수 음식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는 전혀 의심하지 않은 채 환경파괴의 주범중 하나인 빨대를 통해 음식을 흡입한다. 인간들은 그저 기계가 얘기해주는 유행 트렌드를 아무런 비판의식없이 따라하고, 기계가 말하고 추천하는 대로 소비한다. 쉽게 말해 주체적인 자아의식을 잃은 것이다.
액시엄에서 태어난 아기들은 보육을 담당한 기계에게 가르침을 받는데, 참으로 소름끼치고 무서운 것은 그 기계들은 알파벳을 가르칠 때, 인간에 대해 절대 가르치지 않는다. 심지어 사람들끼리 오락을 즐기는 것도 온라인에서 회상을 통해 하지 오프라인을 통해 하지는 않는다. 만난다고 하더라도 얼굴을 보고서 만나는 것이 아닌, 기계가 비추어 주는 회상을 통해서만 얘기할 뿐이다. 많은 사람이 영화를 보며 놓쳤을지는 모르겠지만, 액시엄 선장이 과거의 액시엄 선장들의 이력을 보는 장면에서 그들의 재임기간이 어느정도였는지가 밝혀졌다. 대부분 최소 100년 이상은 했다. 이걸 보았을 때, 비록 의자에 앉아 살더라도 과학기술에 힘입어 사람들이 오래살 수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그 오래 산다는 것이 진정 인간으로서의 삶이 아닌 기계로부터 통제받는 삶이니 말이다. 즉 선장이 “나는 인간처럼 살고 싶다”고 말한 것은 괜히 그런게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영화 월E에서 보여준 4차 산업혁명의 또 다른 문제점은 감정을 가진 기계들 중에 인간을 완벽히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통제하려고 하는 장면들이다. 영화상에서 월E와 이브가 선장실 조종대로부터 ‘유해한 로봇’으로 판정되었을 때, 로봇 경찰들이 출동하는데 이 때 의자에 앉아서 갈 길 가던 한 남성을 치고 그냥 가버린다. 솔직히 필자는 이 장면에서 “아 기계가 사람을 무시하고 있그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도 기계가 자신들이 통제하는 인간을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장면들이 꽤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들자면, 액시엄의 최고 책임자라 할 수 있는 선장을 선실 조종대가 통제하고, 구금하는 장면이었다. 이를 통해 영화 월E는 4차 산업 혁명이 가속화된 사회는 기계가 인간을 통제하는 사회일 수도 있다는 섬뜩한 사실을 알려줬다.
따라서 이런 여러 가지 맥락을 보았을 때 영화 월E는 4차 산업혁명의 가지고 올 결과를 비판적으로 보여주었다 할 수 있다. 현재 많은 부분에서 전산화와 기계화가 되어가고 있는 사회에서 살다 보니 영화의 이런 장면들이 매우 눈에 들어왔고, 4차 산업혁명이 걱정되기 까지 했다.
4. 영화가 내리는 나름 신선한 결론
(영화 월E의 마지막 장면에서 나온 풀들)
영화 월E가 그냥 훌륭한 영화가 아닌 것은 그 영화가 보여주는 마지막 결론에 있다. 영화의 끝부분에서 지구로 돌아온 인간들은 폐허가 된 땅에서 식물을 심는 장면과 그 이후 식물들이 자라나고 있는 땅을 보여준다. 이 마지막 장면도 매우 큰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필자가 더 의미를 둔 장면은 마지막 장면 보단 영화가 끝난 이후에 나오는 엔딩 크레딧이다.
월E의 엔딩 크레딧에선 우주에서 지구로 돌아온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해가는지를 그림을 통해 아주 상세히 보여준다. 사람들은 다시 원래 상태의 몸으로 돌아가게 되고, 지구로 돌아온 인간들은 기계와 함께 자연환경을 보존해가며 살아간다. 이점이야 말로 영화가 진정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즉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며 서로 돕고 지구와 자연을 보호해가며 살아가는 그런 삶 말이다. 그 점이야말로 영화가 진정으로 얘기하고자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영화 월E 엔딩 크레딧에서 나온 장면. 결국 인간은 다시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살게 된다.)
필자도 이 엔딩크레딧을 통해 앞으로의 사회는 그런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에는 인간과 기계가 어떻게 공존하며 지구의 자연환경을 어떻게 보호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점에 있어서 영화 월E는 필자에게 많은 점을 알려주었고,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러 문제들을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영화를 안보고 이 리뷰를 읽게 된 분은 이 영화를 엔딩 크레딧까지 꼭 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