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1
신카이 마코토 지음, 코토네 란마루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작품 소개]
"저기…키. 기억 안 나?"
아침에 눈을 뜨니, 울고 있다. 일어나면 기억이 나지 않았고, 하지만 뭔가… 빠져 있다.
줄곧 찾고 있는 것 같다. 그런 기분이 든 것은… 아마도… 그때부터.

도쿄의 훈남이 돼서 없는 게 없고 자유롭게 생활하며 시골의 이런저런 굴레에서 해방되고 싶어하던 고교 2학년인 여고생 미야미즈 미츠하. 어느 날 눈을 뜨니 정말 자신이 한 말처럼 도쿄의 어느 훈남이 되어 있는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도쿄의 남고생 타키와 꿈 속에서 몸이 바뀌는 상황이 된다.
몸이 바뀌며 생기는 여러 해프닝을 재치있게 그려낸 1권,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숨겨진, 반복해서 언급되는 복선들이 항상 재미로만 끝나지 않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장대한 스토리텔링을 암시하고 있다.

 

 

<너의 이름은> 영화가 1월에 전국 개봉 예정에 있는데 먼저 만화 <너의 이름은>이 나왔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이전 작품들처럼, 빛의 마술사다운 표지입니다.
먼저 작품을 9월에 봤지만 표지를 보는 순간 또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언어의 정원>의 대사들이 무척 감성적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너의 이름은>의 대사들도 감수성이 폭발했습니다.
신카이 감독의 여타 작품들이 대개 그러했으니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여러 떡밥들을 잘 봐야겠다 싶었습니다. 

 

 

일단 여자 고등학생의 친구들이 어제의 여자 주인공이 평소와는 달랐다는 얘기를 해줍니다.
가족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선생님까지요.

 

 

그 와중에 오늘은 자기 이름을 알아들어서 다행이라며  말씀하신 선생님의 수업이 길게 나옵니다.

 타소가레. 너희도 잘 아는 '황혼'의 어원이야.
타소가레도키(황혼 무렵)라는 말도 알지? 저녁. 낮도 밤도 아닌 시간.
인간의 윤곽이 희미해지며 인간이 아닌 것을 만날지도 모르는 시간.
'카와타레(저 사람은 누구지?)'도키라고도 하지.
상대의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까 '누구지?'하고 확인하는 시간이었던 거야.

어느 수업에서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요.
이 작품의 제목이 <너의 이름은>, 즉 <君の名は>인데요.
'名'라는 글자에 주목을 하면 '저녁 석'자와 '입 구'자가 합쳐진 글자인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름이 생긴 게 어두웠던 저녁에 입으로 불러서 확인을 하기 위해서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듯 하죠?  
왠지 선생님의 저 설명과 무척 어울리는 듯해서 덧붙였습니다.

 

 

다시 작품으로 돌아와서 친구들 말로는 정말 이상했던 어제가 전혀 기억에 없는 미츠하.
스트레스 때문이라 하고 다시 또 좁아터져서 서로를 속속들이 아는 시골을 떠나고 싶다고 외칩니다.

 

 

신사를 하고 있는 집안 때문에 행사에서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 쌀을 씹어 뱉은 것이 저절로 발효되어 만든 술인 구치카미사케를 만드는 걸 적대적인 친구들에게 보여지게 됩니다.

그 때문에 안 그래도 더 스트레스가 쌓여서 또 저렇게 도쿄 훈남으로 만들어 달라고 소리치는데요.

 

 

빠르게도 다음날에 소원을 이뤄주신 신.
정말 눈을 뜨고 일어나니 도쿄의 어느 남자, 그것도 훈남이 되어있습니다.
너무도 비현실적이라 꿈이겠거니 하고 일단 행동합니다.
 

 

꿈이라기에는 너무 리얼한 것에 조금은 당황하지만 남자의 친구들로 추정되는
남학생들과 도쿄 카페에도 가보고, 알바도 하러 갑니다.
그러다가 전혀 기억이 없는, 자신이 이상했다던 날 다음날에 발견했던 노트 필기의 내용이 떠오릅니다.

 

 

그렇게 자신의 이름을 손바닥에 적어둡니다.

 

 

그렇게 꽤 여러 번 미츠하와 타키는 서로 몸이 바뀝니다.
몸이 바뀌었을 때의 기억이 없으니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일기에 있었던 일들을 적어두고요.

 

이유는 모르지만, 나는 꿈속에서 이 여자와
그 녀석과…
몸이 바뀌는 거야~~~~?!

 

아무래도 남자와 여자가 바뀐다는 걸로 충분히 재미를 주는데,
시골여학생과 도시남학생이라는 것까지 더해서 재미를 더 배가합니다.
하지만 앞서 작품 소개에서처럼 이렇게 재미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아직
대체 왜, 무엇 때문에 이들의 몸이 바뀌게 된 것인가.
라는 커다란 의문이 남아 있기 때문이죠.

 

 

이 지역 조상신님을 옛말로 무스비라고 한단다. 이 단어에는 깊은 의미가 있지. 실을 잇는 것도 무스비, 사람을 잇는 것도 무스비,
시간이 흐르는 것도 무스비. 모두가 신의 힘이란다. 우리가 만드는 실매듭도 그야말로 신의 기술.
시간의 흐름 그 자체를 나타내고 있지. 그게 무스비이고, 그게 시간이란다.

1권에서 주목해야 할 건 '카타와레도키', '구치카미사케', '무스비'라고 생각했습니다.
개념 자체가 복잡하기도 하지만 선생님께서 반복적으로 말씀하시는 게 시험에 나오듯 중요하다는 느낌이 팍팍 전해졌습니다.

신체(신의 몸)가 있는 곳으로 건너가는 건 저승으로 가는 것이며 다시 이승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가장 소중한 것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게 바로 구치카미사케라고 합니다.  

 

그리고 혜성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꿈을 꾸고 있다는 할머니의 말씀에 눈물을 흘리며
잠에서 깨는 타키입니다.

 

 

그건 미츠하 역시 마찬가지이고요.

 

 '데이트가 끝날 무렵에는 때 맞춰 혜성이 보일 거야. 내일이 기대돼♥'

"혜성이라니 뭔 소리야…?"
'뭐… 아무렴 어때.
최악이었던 데이트 결과는 다음번에 바뀌었을 때 얘기해야겠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어째선지 미츠하와 내가 바뀌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저는 영화로 봤을 때, 혜성이라는 큰 이벤트 정도는 슈퍼 문이 뜨면 네이버 메인에 글이 뜨는 것처럼 웬만하면 알고 있을 텐데요.

그걸 모르고 있는 타키의 저 말이 굉장히 신경 쓰여서 미츠하와 더는 바뀌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말을 놓칠 정도였습니다.

다시 한 번 작품 제목에 대해 말하자면, '너의 이름은'이라는, 명사형이 아닌

 구어체, 의문형의 제목을 택한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름을 묻는다는 것은 앞서 말한 '무스비', 맺어져서 관계를 만들어간다는 것입니다. 또 꿈에서 몸이 바뀐다는 것도 낮도 밤도 아닌 애매모호한 시간대인 카와타레도키가 꿈에서 벌어진다는 것으로, 시간도 공간도 의미가 없는 꿈의 특성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하며
이 역시 관계가 있는 것일까 고민하게 하는 요소였습니다. 

<별을 쫓는 아이> 같은 경우 무척 어렵고 여러 가지 떡밥들이 가득해서 심지어는 감독도 뿌려놨던 떡밥을 잊어서 수거 못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사실 전 몇 번이고 보고 심지어 다른 사람들의 해석본까지 봤는데도 이해 못한 부분이 남아 찝찝했던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보며 가장 좋았던 점은 떡밥을 어떤 노트에다가 적어두고 이야기를 쓰셨나보다 싶을 정도로 여러 의문들을 빠짐없이 속시원하게 풀어나갔다는 겁니다.
그래서 두 번째로 다시 봤을 때는 여기서 이랬던 게 이거를 위한 거였구나 싶은, 추리물의 해결부분처럼 척척 맞는 퍼즐을 맞추는 통쾌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과연 이들의 몸이 바뀌게 된 이유는 무엇이며 또 미츠하 관점에서 '혜성이 떨어진 날' 이후로 몸이 바뀌지 않게된 까닭은 또 무엇일지 궁금증을 남기며 2권으로 이어집니다.
빛의 마술사라는 수식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신카이 감독이지만 가장 탄탄한 스토리를 가진 작품인 만큼 코믹스로 보셔도 그 감동이 그대로여서 많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리뷰글은 ()대원씨아이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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