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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과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품절
전혀 짐작하지 못해 매우 파격적이었던 소설
구병모 작가는 긴 문장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면서도 읽는 이가 주의를 놓치지 않고 오히려 집중하여 글자를 되새겨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신기한 필력을 가진 사람이다.또한 그녀의 책을 4권째 읽었지만 분위기와 내용이 전혀 종 잡을 수 없이 달라 같은 작가의 책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
파과란 쓸모없어진 과실이다.
한때 싱싱하고 빛나던 과육이 누군가를 행복하게 할 수 있을만큼 좋았던 시절이 지나 이제 시들고 썩어 문드러진 모습이 되었을때 느끼는 공허함.앞날에 대해 기대도 소망도 없이 그냥 오늘도 눈을 떴기에 연장을 잡았고 그런대로 살아 나가는 그녀가 수년전 인연과의 재회에 피할 수 없는 혈의 난투극을 벌인 후 살아남게 되고 한줄기 실낱같은 희망을 가짐을 보여준다.
거의 마지막 부분에 투우와의 대화는 소름이 끼칠 듯 두렵지만 슬프면서 애잔했다.
냉혈한 킬러였던 조각을 포함한 모든 생물과 사물들마저 나이듦.시간의 흐름 앞에서는 파과처럼 쓸쓸하게 무너져 내려갔다.
하루를 바둥거리며 기계처럼 살지만 그 안에 소소한 의미를 찾아내며 각자어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평범한 몸짓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살아내야 한다.
주어진 상실을 살아내는 이 순간이 내가 가장 빛나는 그 때인지도 모르니까.
p.s.냉장고 속 한개의 과일이 파과가 된 것을 보고-나는 이렇게 된다-며 이 글의 모티브를 얻어냈다는 구병모님의 작가의 말에 무릎을 탁 쳤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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