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 과학수사와 법의학으로 본 조선시대 이야기
이수광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평소 역사와 추리에 열광하는 나로서는 책 제목만 보고도 구입하고 싶은 욕구가 불같이 일었다. 당장 지름신 강림해주신 덕분에 구입해서 바로 읽은 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진도는 팍팍 나가지 못했다. 연쇄살인사건 혹은 엽기적인 살인사건을 기대했던 나에게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은 조금 부족한 느낌이었다고 할까. 그래도 꽤 즐겁게 읽었다.

다만 16가지 살인사건들 중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여성인 경우, 사건의 상세한 내용을 읽어가는 동안 속에서 불끈 울화가 치미는 일이 빈번했다. 세종 때 집현전 학사인 권채에 의해 여종이자 그의 첩인 덕금이 살해된 사건은 특히 더했다. 덕금 살해사건을 직접 조사한 의금부 제조 신상의 말-권채는 다만 글을 배울 줄은 알아도 부끄러움은 알지 못한다-에 담긴 뜻이 책을 덮고 난 지금 머릿속에 깊게 남는다.

당대 최고의 문장가로 이름을 날리던 권채는 40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당시 세상 사람들은 재주 많은 그의 죽음을 몹시 안타까워했다고 전한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비록 권채의 문장은 아름다웠을지 모르나 그 인간성은 추악했으니, 과연 그의 글에 진심이 담겼을까 의문이 드는 것이다.

음악은 사람의 영혼을 건드리고, 문장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단어 하나 조사 하나 쉬이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순간적인 감정에 치우쳐 글을 적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글 속에 내 자신이 고스란히 담긴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권채의 경우처럼 그렇지 않은 경우를 가끔 보게 된다. 혹자는 글쓰는 이가 글만 잘 쓰면 된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가수가 노래만 잘하면 되고, 배우가 연기만 잘하면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아니다. 먼저 인간이 되지 않고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문장이 그 속에서 나올 것이며, 먼저 인간이 되지 않고 사람의 영혼을 건드릴 수 있는 음악이 어찌 그 속에서 나올 수 있겠는가 말이다. 비록 문장은 아름다울지 모르나 결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할 터이다. 비록 소리는 고울지 몰라도 단연코 사람의 영혼은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그래야 한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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