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요일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북스토리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도쿄의 어느 일요일, 특별할 건 없지만 항상 본인에겐 특별하기 마련인 일상을 보내거나 견디거나 혹은 허비했다고, 더러는 투자했다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의 다섯 편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다섯 개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이야기고 그 주인공들이 서로 마주치지도 않지만 도쿄라는 한 공간에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을 무작위로 - 시선이 가 닿는 대로 따라가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어떻게 지내왔는가를 이야기 한다.
하나의 시선이 있고 그 시선이 거리를 배회한다. 지하철도 좋고 도쿄타워, 시부야의 스크램블 교차로 복잡한 신주큐 역도 좋다. 내가 항상 걸어다니는 종로의 거리, 인사동 뒷골목의 식당들, 발길을 끊은 반디북이라도 상관없다.
배회하던 시선이 한 사람을 포착한다. 인사동에서 점심을 먹고 남은 시간 교보문고에서 할인하는 책을 둘러보며 지갑에 남은 돈을 헤집어 보는 '나'일 수도 있고 내 앞에서 책을 받아들고 계산을 해 주는 아르바이트 남학생일 수도 있다. 무수히 스쳐가는 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람, 그들이 만들어내는 서울의 일상.
우리는 각자의 시간을 살아가지만, 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착각 - 이러한 생각에서 연상되는 공동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살아간다는 연대의식 - 우리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공동의 생활 공간 속에서 각자의 외로움을 갖고 자신만의 문제에만 골몰하고 있다.
이 소설의 문법은 흥미롭지 않은 일상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탈바꿈시킨다. 각각의 이야기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가출한 형제가 등장하여 각 단편의 주인공들 주위를 스쳐간다. 이 형제를 중심에 놓고 보면, 이들이 아버지 집을 떠나 어머니가 산다는 도쿄로 가는 동안의 여정이 이 단편집 전부를 아우르는 이야기의 골격을 이루게 된다. 소년들의 눈에 비친 도쿄의 일상들, 그리고 그들이 자라나 다시 그 일상의 어느 빈 부분을 찾아 메우는 이야기가 담담하고 조용하게 펼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