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TV는 별로 볼 게 없는 때다. MBC의 요리 프로그램은 괴로워서 보기 싫고..
그러다가 kbsKOREA 채널을 돌렸다. <인간극장 - 슈퍼맨 닥터리>. 예전에 나 초등학교땐가 MBC에서 <인간시대>라는 다큐멘터리를 했다. 그 프로그램과 비슷했다. 평일 밤 8시55분~9시25분 KBS2TV에서 한단다.
암튼... 제목에 이끌려 계속 봤다. 6월 중순에 방영했던 걸 5부작 모두 한꺼번에 방영했다.
주인공은 39세의 재미교포 이승복씨. 부모님을 따라 어릴 때 미국으로 건너와, 서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려고 했던, 체조선수였던 승복씨. 19살, 연습 도중 다쳐 지금까지 전신마비. 하지만 그는 지금 미국 유명 재활 병원의 의사다. 체조선수가 전신마비를 겪으면서도 의대를 다녔고, 지금은 훌륭한 의사가 된 것이다. 그는 굳은살이 박힌 손바닥으로 휠체어로 병원을 누비며 환자들을 돌본다.
그는 65세의 어머니와 단둘이 볼티모어의 작은 집에서 산다. 그런데 그의 어머니도 몇년 전 중풍으로 반신불수. 하지만 재치있고 긍정적인 이 모자팀은 집안일이나 활동들을 훌륭하게 해낸다. 어머니는 한 손만 온전히 쓸 수 있고, 승복씨는 손가락은 움직일 수 없지만 양 팔을 쓸 수 있어 둘이 하나처럼 움직이면 못 하는 일이 거의 없다. 예를 들어, 딸기 꼭지를 자를 때, 승복씨는 손으로 딸기가 움직이지 않게 누르고 있고 어머니는 한팔로 칼을 쥐고 조심스럽게 딸기 꼭지를 잘라낸다.
좀 안타깝고 답답한 장면은, 이들이 외출을 하려고 집 밖으로 나가는 장면. 아파트 복도에서 엘리베이터까지 이동하는데 무려 몇 십분이 걸린다. 두 사람이 모두 휠체어를 타는데, 어머니가 한 손만 쓸 수 있어 휠체어를 몰 수 없는 것이다. 아들이 자신의 휠체어를 몰 면서 한 손으로는 어머니 휠체어를 민다. 그러나 얼마 못 가서 어머니의 휠체어는 직진하지 못하고 복도 가 쪽으로 붙는다. 이러기를 몇 십분.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것도 힘들다. 하지만, 이 모자팀은 어디든지 간다. 항상 웃는 얼굴이다.
승복씨는 어릴 때 미국에 와 30년이 넘게 살았음에도 완벽하게 한국말을 한다. 모자가 김치오뎅국과 총각김치 2가지 반찬으로 밥을 먹는 장면, 그리고 미해군사관학교의 한인 학생들을 집으로 종종 불러서 한국 음식을 먹는 장면, 어머니가 39살 아들에게 '한국인 아가씨라면 무조건 며느리로 OK'라는 장면을 보며, 미국에 산다고 해서 탈한국적이지만은 않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재외동포법 개정 등의 문제와 오버랩되면서 생각을 하게 했다.
아... 이 짧은 5부작 다큐멘터리를 보며 느낀 건 어느 '인간승리 다큐멘터리'와 크게 다르진 않다. 포기하지말고, 희망을 가지면서 노력하며 살아야한다는 것. 너무 식상한 교훈이지만 살면서 작은 어려움이나 스트레스만 와도 쉽게 피할 수 있는 쪽으로 선택을 하는 나같은 인간에게 이승복씨의 삶은 잠시나마 용기를 준다.
실제로 승복씨는 재활병원의 의사로서, 환자들에게 그의 존재만으로도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었다. 의사 자신이 사고로 인해 환자생활을 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경을 딛고 지금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하는 의사가 되어있으니, 이 보다 환자들에게 더 큰 희망과 용기가 어디 있으랴.
지금 이승복씨는 아내 감을 찾고 있다. 비록 휠체어를 타고 있지만, 잘 생겼을 뿐만 아니라 비장애인과 다를 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세상에 못할 게 없다는 의지의 한국 남자다. 이 방송을 보고 한국에 살고 있거나 미국에 있는 한인 아가씨들이 승복씨를 찾아가지 않을까? 빨리 노총각 아들을 장가보내고 싶어하는 어머니가 빨리 며느리를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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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이겨낸 슈퍼맨 닥터`에 뜨거운 반향 |
사지마비 의사 이승복씨(39)의 사연을 소개한 KBS `인간극장`에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이 계속되고 있다. 방송은 승복씨가 고난을 딛고 선 삶의 일상을 소개하고 있다. 방송에 따르면 승복씨는 고등학교 시절 촉망받는 체육 선수로 활동하다 부상을 입어 사지가 마비됐다. 이후 그는 손가락 하나 제대로 가눌 수 없는 몸으로 미국 최고 병원이라는 존스 홉킨스 병원 의사가 됐다. 순전히 자신만의 노력으로 이룬 기적인 셈이다. 그가 거둔 성과는 미국인들조차 감동시킬 정도. 때문에 그의 불굴의 의지를 두고 미국인들은 ‘슈퍼맨’이라고 부른다. 지난 20일부터 승복씨에 대한 이런 사연이 방송되자 반응은 놀라울 정도다.시청률은 8.1%(22일자, AGB 닐슨미디어리서치)에 그치고 있지만 승복씨에 대한 애정과 격려는 상상을 초월한다. 한 시청자의(crownzz) 글을 보면 그에 대한 열광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 인간 극장, 이번 회 만큼은 그냥 넘어가지 못하고 몇 자 적는다. 이번 주 내내 시청자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었던 ‘슈퍼 맨 닥터 리’에 대한 시청자들의 열정과 애정에 나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아이디가 `jwm2`인 시청자는 “정상적인 육체를 갖고 있는 사람보다 더욱 큰 의지와 인내로 이겨내고 있는 이승복씨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많은 용기와 희망을 얻는다”고 말해 승복씨의 삶에 감동을 전했다. 이외에도 수많은 시청자들이 승복씨를 통해 부끄러움과 함께 삶의 희망을 얻었다고 전했다. 몇몇 시청자는 승복씨의 손과 발이 돼주고 싶다고 직접 제안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아직 미혼인 승복씨가 좋은 반려자를 만나길 기원하는 글 또한 쇄도하고 있다. 한편 24일엔 역경을 딛고 일어선 ‘슈퍼 맨 닥터 리’ 마지막회가 방송된다. 벌써부터 일부 네티즌들은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TV리포트 조헌수 기자] pillarcs3@yaho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