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손편지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아날로그 기적. 일드 <츠바키 문구점>만큼 예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대, 비해
이종수 지음 / 이요재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담담한 문장, 아름다워 더 처연한 이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홀]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이 살다 보면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 순간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제 아무리 부자이거나 가난하거나, 특별하거나 평범한 사람이라도 헤어 나올 수 없는 깊은 수렁에 빠져버리는 것이다. 자신의 문제가 아닌 어쩔 수 없는 파괴적인 순간은 사람의 모든 것을 바꾸어놓는다. 삶 자체가 무너진다. ‘이것만 아니었으면 내 인생은 훨씬 나았을 텐데, 내 잘못도 아닌데 왜 이렇게 된 거지’라는 생각은 아마 죽을 때까지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그럴까? 편혜영의 『홀』은 한순간의 사고로 삶이 무너진 한 남자의 현재와 과거의 이야기를 교차하며 긴장감 넘치게 들려준다.

오기는 천천히 눈을 떴다. 눈이 부셨다. 강원도로 여행을 가던 길, 심야의 고속도로. 앞차를 확인하지 못하고 가드레일을 들이받아 추락해 대형사고가 일어났다. 아내는 죽었고 자신은 스스로 통제조차도 할 수 없는 불구의 몸이 되었다. 어머니의 자살과 아버지의 사망으로 결혼 당시 오기의 식구는 아내밖에 없었다. 장모는 딸의 죽음에 슬퍼하면서도 오기를 정성껏 간호했다. 경찰에게 받은 결혼반지를 갖고 있겠다고 허락을 구하며 눈물을 흘렸고 그 모습을 보며 오기 역시 눈을 깜빡일 수밖에 없었다. 오기는 집으로 돌아왔다. 무리해서 산 타운하우스, 아내는 이사 오던 날 집 안의 모든 불을 켜놓고 미래를 축복했다. 자랑스럽게 가꾸었던 집의 정원이 엉망이 된 것이다. 화려했던 정원의 식물은 죽거나 시들었으며 마치 자신의 모습 같았다. 빠졌던 기억이 하나씩 돌아왔다. 행복해 보이기만 했던 집과 아내와의 관계는 기억 속에서 이면을 드러낸다. 화려했던 정원과 아내가 정원 가꾸기에 몰두했던 이유, 불륜에 대한 의심, 한 인간이 속물이 되는 것에 대한 아내의 관찰기, 오기의 삶에는 이미 충분한 홀이 생겨 있었다. 그리고 현재, 장모의 변화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오기를 두렵게 했다. 무기력한 자신에게 주변의 변화는 너무나도 공포스러운 것이다. 미래를 약속하던 타운하우스가 덩굴식물에 뒤덮인 감옥 같은 족쇄가 되었다. 장모가 파고 있는 마당의 흉물스럽고 큰 구멍은 무얼 위한 것일까. 물고기를 키우기 위한 것일까? 오기는 마침내 그 구멍에 누웠다. 인생은 한순간에 뒤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지도 모르겠다. 자신 때문에 생겼을 어두운 구멍, 그리고 그때가 돼서야 눈물을 흘렸다.

소설의 이야기가 주는 매력은 이런 것이다. 평범한 가정이 불의의 사고로 무너지고 굳은 의지로 고통을 극복하는 이야기는 충분히 감동적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현실의 이야기여야 한다. 최소한 나에게 이런 이야기는 소설로서는 영 매력이 없다. 편혜영의 이야기는 그래서 흥미롭다. 대형사고로 아내를 잃고 눈밖에 깜빡이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는 자신의 몸, 상황은 끔찍하고 절망스럽다. 하지만 오기의 삶은 어떤 식으로든 무너졌을 터였다. 절망스러운 현재의 모습과 오기의 이면의 삶의 모습을 교차하며 보여주며 사고가 아니었어도 무너지고 말았을 인생을 그려냈다. 작위적인 느낌이 없이 슬금슬금 다가오는 상황이 두렵다. 그래서 오기는 구덩이 속에 누웠을 때 오히려 편안해졌을지도 모르겠다.

깊고 어두운 구멍에 누워 있다고 해서 오기가 아내의 슬픔을 알게 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이 아내를 조금도 달래지 못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 오기는 비로소 울었다. 아내의 슬픔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그럴 때가 되어서였다. (p.209)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추락하는 모든 것들의 소음]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추락하는 모든 것들의 소음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0년을 향해가는 요즈음도, 사람들은 그저 사람답게 살기 위해 발버둥치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곳이 많지만 그렇지 못한 곳도 많다. 북한 같은 폐쇄적이고 폭력적인 집단의 이야기가 아니라 흔히 이름 정도는 알고 있는 나라의 이야기다. 물론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도 흉악한 범죄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반인륜적인 짓들이 행해지고 온갖 파헤칠 수도 없는 비리가 판을 치고 있다. 그나마 정상적인 나라라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력하게 제제를 하거나 노력하는 척이라도 한다. 하지만 이런 비상식적인 행위들이 국가적으로도 손쓸 수 없는 지경인 곳이라면 어떨까. 마약으로 인한 범죄가 판을 치고 시장이나 국회의원이 마약조직에 살해 되어서 국가에서는 손을 쓰지 못하는 곳. 마약조직과 경찰이나 국가의 고위급 인사와 유착관계인 곳. 범죄조직에 의한 살해가 빈번히 일어난 곳. 이런 곳에서의 삶을 나는 감히 상상할 수 조차 없다. 어디 낯설거나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남미의 몇몇 나라 이야기다. 물론 이곳에서도 마약과는 상관없이 평화롭게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들은 많을 테지만 비정상적인 환경에서의 삶은 언제나 화약고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콜롬비아 역시 마찬가지라고 한다. 마약조직에 의해 지배되고 평범한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 살해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지역.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의 『추락하는 모든 것들의 소음 El ruido de las cosas al caer』은 마약, 광기, 폭력으로 얼룩진 콜롬비아에서 개인의 삶이 어떻게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리는지를 그려내고 있다.

안토니오 얌마라는 젊은 나이에 법학교수―아이러니하게도―가 된 말쑥한 남자였다. 마약에 관련된 범죄를 나라의 특수성으로 치부하는 법학교수, 당구장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리카르도 라베르데와 친분을 쌓게 되고 그가 20여 년을 복역하고 출소한 범죄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던 하루 라베르데는 얌마라에게 카세트테이프를 듣기 위해 함께 문화센터에 가게 된다. 테이프를 들으며 아이처럼 우는 라베르데, 그는 그곳에서 살해당하고 얌마라도 총상을 입는다. 사고 후유증으로 사회와 가정의 삶이 엉망이 된 얌마라는 리카르도와 그의 아내 엘레나 프리츠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하고 두 사람의 딸을 만나게 되고 얽혀있던 이야기가 시작된다. 리카르도의 하숙집에 살게 된 엘레나는 리카르도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라카르도는 자신의 가정을 위해 마약을 운반하는 파일럿이 되지만 계략으로 인해 잡히고 경찰 살해로 20년을 감옥에서 지내게 된다. 마야는 아버지가 없는 채로 자랐고 리카르도가 출소하는 날, 아내는 남편을 만나기 위해 비행기에 탔다가 추락하게 된다. 리카르도가 들으며 울었던 것은 바로 마지막으로 블랙박스에 녹음된 기록이었다.

이 책은 안토니오 얌마라가 총상을 입은 사건을 계기로 함께 있던 남자인 리카르도 라베르데의 사망을 추적하다가 얽히게 되는 사실들이 밝혀지는 과정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펼쳐진다. 자신의 사고 후유증으로 인해 시작하게 된 일이었지만 그 총상 사건의 이면에는 여럿의 아픔과 기억이 녹아 있었다. 살해된 남자가 듣고 있던 것은 그의 아내가 자신을 만나러 오기 위해 비행기에 탔다가 추락하는 블랙박스의 녹음이었다. 마지막 흔적을 지닌 소리, 듣는 사람마저 함께 무너지게 하는 추락하는 모든 것들에 대한 소음, 어찌 콜롬비아뿐일까, 우리나라 역시 비슷한 상황이 늘 있지 않던가. 남은 사람들에게 그 소리란 자신이 죽을 때까지 가슴을 후벼 파는 것이리라. 리카르도는 자신이 죽으면서 어쩌면 조금은 안심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그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극히 내성적인]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지극히 내성적인
최정화 지음 / 창비 / 201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성 작가의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 내지는 편견 때문인데 지금까지 읽었던 꽤 많은 여성 작가의 이야기들이 개인적이거나 내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상처를 파내어 피가 흐르면 다시 핥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을 좋아하지 않는다. 혹독하게 말하면 경험하지 않는 사소설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작가가 만들어놓은 스스로 존재하는 듯한 세계면 충분하다. 이 세계 속에 나도 함께 숨 쉬고 있어 같은 느낌이 드는 순간 몰입을 방해한다. 보고 싶지 않다. 쉬운 예를 들자면 여행 프로그램에서 타지의 사람들 그대로를 보는 것은 좋지만 여행가가 개입해 멋지다느니 슬프다느니 하는 게 싫은 것이다. 최정화의 첫 소설집 『지극히 내성적인』은 어떤 이야기일까. 제목을 보니 불안해진다. 얼마나 은밀한 이야기일까. 총 열 편의 단편을 묶은 소설집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경험하게 되는 미세한 떨림에 관한 이야기다. 그 작은 떨림이 얼마나 큰 균열을 가져올 것인지, 그 떨림이 얼마나 두려울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구두」에는 삼 주간 집을 비우는 동안 일을 맡아줄 도우미에게 불안감을 느끼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낡아빠진 구두를 신고 들어온 도우미는 내 집을 자신의 집인 것처럼 만족스럽게 웃었고 주인공은 불안을 느낀다. 위축되고 머뭇거리며 일자리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러 온 듯한 여유로운 모습의 도우미를 보는 불안한 기분, 도우미가 남긴 구두는 무슨 의미였을까?


「틀니」의 남편은 아내에게는 완전무결한 존재였다. 180이 넘는 키에 헬스 클럽에서 몸 관리를 하는 남편이 부유한 집 자식처럼 보인 것에 비해 왜소하고 소박하고 유행에 뒤떨어진 듯한 아내는 가난의 냄새를 풍겼다. 큰 사고 후 틀니를 끼게 되어 우울하고 상심해 있는 남편에게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격려를 해준 아내 덕에 남편은 다시 쾌활해졌다. 틀니를 끼고 고생하는 남편에게 집에서는 빼고 편하게 있으라는 아내, 그런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틀니를 뺀 남편은 이제 틀니가 있어도 입술이 말려 들어간 괴물처럼 보였다. 잠자리도 싫어졌고 그와 같이 있는 것 자체가 싫어졌다. 완전무결한 그는 이제 괴물이 되었다.


「파란 책」의 그녀는 새 집에 이사한 후 인테리어에 열을 올리고 집 안을 이것저것 바꾼다. 책장이 생긴 그녀에게는 꽂을 책이 너무 얇은 것밖에 없었다. 인테리어로 사용할 책을 찾기 위해 서점에 간 그녀. 책의 제목은 상관없지만 서점 주인에게 티를 내지 않는다.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며 그녀가 원한 것은 두꺼운 파란 책. 철학 코너에서 알맞은 책을 발견해 꺼낸 것은 하이데거의 책. 인테리어에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지만 집에 놀러 온 사람들이 책의 내용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는 책을 읽으려 한다.


다행스럽게도 최정화의 소설은 만족스러웠다. 여성 작가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그것은 개인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섬세함으로 읽혔다.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들이 주는 미세한 떨림이 주게 될 변화를 지켜보는 느낌은 흥미롭다. 살다 보면 사소한 것 하나로 인해 타인에 대한 감정이 변화하는 경험은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은 나의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하고 주위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불안함과 열등감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아무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오게 된다. 그 계기 역시 특별한 것이 아니다. 자그마하고 찰나의 순간에 일어난다. 거대한 균열을 만들 수 있지만 그 시작은 아주 사소한 것들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