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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정호승 지음 / 열림원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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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화가 박항률의 <소녀>라는 그림을 알게 되었고, 그림 속의 소녀 머리 위에 있는 물고기에 매료되어 홈페이지에 올린 것이 계기가 되었다. 홈페이지의 방문자 중 한 사람이 그 그림 속의 물고기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이 책에 들어 있다고 알려준 것이다.

푸른툭눈과 검은툭눈은 풍경에 매달려 있는 물고기이다. ‘비어’가 되길 간절히 바라는 푸른툭눈… 이 책은 푸른툭눈의 물고기로서의 자아 찾기와 검은툭눈의 진지하고 소중한 존재감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마도 그 방문자는 이 책 안의 삽화 중 민들레 꽃향기를 맡고 있는 소녀(다솜이)의 머리 위에 앉은 비어의 그림 때문에 내게 알려준 것이 아닐까…

푸른툭눈은 백석의 <집게네 네형제>의 시 속에 나오는 막내집게와 같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막내집게는 푸른툭눈처럼 시행착오를 겪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가 선명하게 담아낼 수 있는 부분과 소설이 선명하게 담아낼 수 있는 부분이 극명히 다른 듯싶다. 그 한계 또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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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이야기
줄리아 알바레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나무심는사람(이레)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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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기계화에 따른 현대식 커피 농법 대신 전통 커피 농법인 옛날식 그늘커피 재배법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전통식으로 커피의 진한 향과 맛을 지키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노력을 알 수 있다.

 

먼저 키가 큰 나무를 심어 우거지게 한 다음, 그 나무들 아래에 커피 나무를 심는다. 따가운 햇살을 알맞게 가려주고, 세찬 빗줄기를 막아주고, 강한 바람으로부터 보호해 주고, 낙엽으로 떨어져 거름이 되어 땅을 비옥하게 하고, 인간에게는 과일과 땔감을 주고……, 그 나무들을 찾아온 새들의 노랫소리는 커피 나무를 더욱 잘 자라게 하고……. 진정으로 자연이 주는 풍성한 혜택을 누리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보여주는 것 같다.

 

커피 한 잔을 마셔도 가장 질 좋은 커피를 마시며, 커피잔에 남은 커피가 흘러내리는 자국으로 점을 치는 도미니크 공화국 사람들. 그들의 맛있는 커피 한 잔에는 그윽한 향기뿐만 아니라 새소리도 넘쳐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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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의 정원에 온 손님 내가 만난 미술가 그림책 4
로렌스 안홀트 지음,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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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 안홀트의 《내가 만난 미술가 그림책》 시리즈는 화가나 명화를 소재로 한 다른 동화책들과는 구별되는 독특함이 있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은 화가와 직접 만나서 인간적인 교류를 나누었던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그 네 번째 그림책 《모네의 정원에 온 손님》의 주인공인 줄리 마네도 실제로 클로드 모네와 교류가 있었던 인물이다. 줄리의 어머니인 베르트 모리조는 19세기 프랑스의 인상파 여성 화가였다. 그녀의 남편인 외젠 마네는 에두아르 마네의 동생이기도 했다.

 

이 동화책은 베르트 모리조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인 모네의 지베르니 정원으로 줄리를 데려가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들은 모네의 그림 「양귀비꽃이 핀 들판」 속 풍경처럼 환상적인 양귀비꽃밭을 지난다. 그 그림에서 카미유 모네와 장 대신 베르트 모리조와 줄리가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드디어 도착한 모네의 정원. 그곳에서 줄리는 정원을 손질하고 있는 모네를 만난다. 모네는 줄리에게 아름다운 정원 곳곳을 구경시켜 준다. 물론 그 유명한 수련 연못과 일본식 다리까지.

 

이 그림책은 대체로 로렌스 안홀트의 그림으로 그려졌지만, 곳곳에 모네의 실제 그림이 숨어 있기도 하다. 그 그림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럼에도 내가 별점 다섯 개를 모두 주지 못하는 이유는 판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판형이 커져서 그림들이 시원해 보이기는 하지만, 시리즈 그림책임에도 다른 책들과 함께 꽂아둘 수 없다. 이렇게 들쑥날쑥해도 되는 건지……. 안타깝다.

 

모네의 아름다운 정원이 나오는 또 다른 멋진 그림책으로는 《모네의 정원에서》(크리스티나 비외르크 글, 레나 안데르손 그림)가 있다.

줄리 마네의 실제 모습을 보고 싶다면, 이주헌의 《생각하는 그림들-정》 47쪽에 베르트 모리조의 그림 「부지발 공원에서의 외젠 마네와 그의 딸」을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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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결혼 시키기
앤 패디먼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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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패디언의 유쾌한 책사랑 이야기를 모은 수필집이다.

 

그녀는 그녀가 책을 사랑하는 법이 가장 옳다는 확신으로, 그녀의 책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간다.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그녀는 육체적으로 책을 사랑하는 부류이다. 책에 메모를 하고 줄을 긋는 것은 필수이고, 읽은 부분을 표시해 놓기 위해 책의 귀퉁이를 접거나 침을 묻혀가면서 책을 읽는 것은 선택이며, 조금 비약하면 씹고 있던 껌을 뱉어서 싸 버리기 위해 글이 없는 여백 한쪽을 찢어도 개의치 않는다. 그런 흔적도 그 책을 읽던 동안 껌을 씹었다는 추억의 흔적이며 기념이 될 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들을 읽으면서, 나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런 식으로 책을 사랑하는 방법도 있었구나 싶어서 놀라웠으며, 나는 그녀를 통해 내가 궁정식 연인으로 책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가급적 책에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책갈피가 없어도 책의 귀퉁이를 절대로 접지 않는다. 또한 내용이 없는 면지마저도 완벽히 갖추어져 있어야 개운하다. 혹시 그런 면지 한 장이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정확하게 네 귀를 맞춰 감쪽같이 붙여놓는다. 물론 침을 묻혀가며 책장을 넘기지도 않는다.

 

책을 두 권씩 사서 하나는 소장본으로, 또 하나는 독서용으로 삼을 정도까지 책에 대해서 결벽적이지는 않지만 나는 내 궁정식 책 사랑법을 옹호한다. 나는 깨끗한 책이 좋다. 새 책이 아니라 오래되어 종이가 바랜 책이라도 깨끗한 책이 좋다. 새 책이 아니라도 깨끗하게 본 헌책이 좋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책을 궁정식으로 사랑하고도 육체적으로 사랑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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