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비해
이종수 지음 / 이요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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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담담한 문장, 아름다워 더 처연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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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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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평화로울 때보다 힘들 때에 종교를, 신을 갈구한다. 혹자는 이를 두고 역시 인간은 신의 창조물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나는 이것은 인간이 나약해서라고 생각한다. 인간에게 종교의 개념이 없었다면 고통스러운 일을 겪을 때면 부모를 찾거나 위대한 조상을 찾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인간 세계에서 벌어지는 끔찍할 정도로 부조리한 현실을 그대로 보고만 있는 신을 믿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으므로 그들의 종교 교리에는 전혀 관심이 없지만 이야기 자체로의 성서는 매우 흥미롭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 중 하나는 최초의 인간과 그 후손에 대한 것이다. 성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카인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담과 하와의 장남이며 질투심에 동생 아벨을 죽이고 평생 죄의 낙인이 찍혀서 산 사람. ‘죄를 지은 자’라는 낙인이 찍히고 여호와에게서 도망쳐 방랑자의 땅인 놋에서 평생을 살았다. 신에게 버림받은 자의 삶은 어떤 것일까? 주제 사라마구는 카인이 10여 년 동안 떠돌면서 창세기 속 사건을 곁에서 보고 느끼며 직접 경험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소설을 썼다. 『카인』 카인에게 신은 어떤 존재였을까.

카인과 아벨은 서로에게 가장 친한 그림자 같은 존재였다. 카인은 호미와 갈퀴와 낫을 좋아했고 아벨은 양과 함께 노는 것을 좋아했다. 이들이 첫 제물을 바쳤다. 아벨의 제물은 신이 만족스러워했으나 카인의 제물은 여호와가 즉시 거부했다. 아벨은 이런 카인을 비웃으며 자신만이 신이 선택한 사람이라고 선언했다. 계속 비웃음을 당하던 카인은 동생을 죽이고 신에게 죄의 낙인을 받는다. 하지만 카인은 자신의 창조물인 인간을 이런 방식으로 시험한 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후 카인은 창세기를 떠돌며 여러 방식으로 신을 접하게 되고 신은 카인에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악한 존재였다. 신은 왜 존재하는가? 신실한 마음으로 바친 첫 제물을 아무 이유 없이 거부한 신은 카인에게 죄의 낙인을 찍었다. 신은 믿음을 시험하기 위해 아버지에게 아들을 죽이라고 명령하고 동성애를 모르는 아이들마저 불덩이로 태워 죽인다. 신은 번식을 위한 한 무리만의 생명을 남기고 죄 없는 수많은 생명을 물로 수장시키려 한다. 카인은 노아와 이야기한다.

“여호와는 듣고 있지 않습니다, 귀머거리니까요, 도처에서 가난하고 불행하고 비참한 자들이 도와달라고 소리치고 있습니다, 세상이 그들에게 거부하는 어떤 구제를 하나님이 해달라고 애원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여호와는 그들에게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p. 164)

주제 사라마구의 신과 인간에 대한 이 이야기는 종교인에는 읽기 불편한, 어쩌면 사악한 책이라고 생각될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신은 완전무결하고 성스러운 존재이겠지만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의문의 대상일 뿐이다. 비록 카인의 후예는 아닐지라도, 신의 입장에서는 지옥행 특급열차를 타고 있는 연약한 사람일지라도 묻고 싶다. 대체 신은 선한가? 아니 신은 정말 존재하기는 하는가? 신이 존재하고 또 전능하다면 미천한 인간을 왜 이런 혹독한 삶으로 시험하는가. 전능하신 그 힘으로 신실한 자는 천국으로 악인은 지옥으로 바로 보내도 불평할 인간 따위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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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성장 심리백과 - 미국아동청소년심리협회의
미국아동청소년정신과협회 지음, 권상미 옮김, 노경선 감수 / 예담Friend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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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그것도 예쁘고 깜찍한 딸아이를 키우는 친구가 있다. 꽤 늦은 나이에도 결혼을 미루거나 결혼을 하고도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친구들 사이에서 그 친구가 첫 아이를 낳았다. 아이가 태어난 후 우리의 관심은 온통 아이에게 쏠렸다. 친구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는 대신 먼저 아이에 대해 묻기 바빴다. 아이가 언제 무엇을 처음 했는지는 순식간에 친구들 사이에 퍼지곤 했다.

어디에서 배웠는지 “아니야!”라는 말을 아이가 입술 끝에 달고 산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그다음에 친구들이 모였을 때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딸기를 건네면서 “딸기 줄까?” 두근두근 물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아니야!”라고 결연하게 외쳤다. 그러면서도 작은 손은 내밀어 딸기를 움켜쥐었다. 그게 너무 웃겨서 우리는 여러 번 계속했다.

그런 모순적인 행동은 발달단계상 아이가 자신이 독립적인 존재임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한다. 기억도 나지 않는 자신이나 동생의 어린 시절을 어설프게 떠올리는 게 아니라 눈앞에서 한 생명이 발달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인격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는 건 놀랍고 신비로운 경험이다. 그 결연한 “아니야!”는 아이가 “고유한 인격체가 되고자 분투하고 있다는 증표”였다. 그렇게 알고 나니, 친구는 무조건 머리부터 옆으로 흔들고 보는 아이의 고갯짓이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워져서 조금은 참을 만해졌다고 했다.

아이의 “아니야!”에 대한 그토록 근사한 표현은 『미국아동청소년정신과협회의 아이성장심리백과』에 나온다. 0세부터 초등학교(영아기→유아기→학령전기→학령기)까지 폭넓게 다루는 만큼 각 시기에 대해 세부적으로 설명해 주지는 못하지만, 이 책이 좋은 이유는 무엇보다 신체적 성장 단계에 따른 정서적 심리 발달을 아이의 시선으로 섬세하게 짚어준다는 점이다. 아이의 연령에 따라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신체적, 정서적 특징들을 제대로 잡아내는 이 책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만 3~4세가 되면 아이의 상상력이 급속도로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상상 속의 친구를 만들 수 있는데, 만약 아이가 자기 잘못을 상상 속의 친구에게 돌린다면 무조건 혼나지 않으려고 비겁하게 거짓말하는 나쁜 아이라고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것은 “아이가 스스로 비판할 줄 알게 됐다는 뜻”, “아이가 자신이 허용할 수 없는 잘못에 대해 반감을 가진다는 뜻”, “아이의 양심과 가치관이 발달하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아이를 거짓말쟁이라고 혼내는 대신 상상 속의 친구는 현실에서 아무 일도 할 수 없다고 부드럽게 설명해 주라고 권한다. 거짓말이 의도적인 기만행위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은 만 7~8세에 생긴다. 자기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 거짓말이 지름길이 되어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는데, 그때는 거짓말이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아이가 깨닫게 해줘야 한다. 이때도 나쁜 것은 ‘아이’가 아니라 아이의 ‘행동’이라는 걸 분명히 해준다.


이 책은 보통 가정에서 평범하게 자라는 보통 아이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다소 특별한 가정(이혼 가정, 한부모 가정, 재혼 가정, 입양 가정, 동성 부모가 이룬 가정 등 다양한 형태의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부터 여러 질병으로 아픈 아이, 심지어 불치병으로 죽음을 앞둔 아이에 대해서까지 부모가 아이의 마음을 어떻게 들여다봐줘야 덜 상처받는지 이야기한다. 이런 이야기가 우리 집과는 아무 상관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그리고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부모가 전체적인 육아의 원칙을 세우고 건강한 가치관을 아이에게 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미국 책이어서 아이들의 음주나 흡연, 폭력 조직 등까지 다루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좀 과하고 너무 이른 이야기이지 않나 싶지만, 아이들의 반사회적 행동이나 폭력성은 이제 비단 미국 아이들의 문제만은 아니게 됐다.


아이의 육체적인 건강과 관련한 육아 백과는 단연 『삐뽀삐뽀 119 소아과』를 따라갈 책이 없다. 하지만 아이는 육체만 발달하지 않는다. 아이의 정신, 즉 정서와 심리도 함께 성장한다. 아이의 연령별 발달단계에 따른 아이의 정서+행동+인지 발달을 다루는 『미국아동청소년정신과협회의 아이성장심리백과』는 엄마를 성가시게 하는 아이의 행동이 사실은 아이가 정신적으로도 건강하게 발달 중이라는 증표임을 알려준다. 아이는 엄마를 괴롭히려고 엄마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일부러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단지 아이는 지금 아이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즉 온몸으로 끝없이 세상을 탐구할 뿐이다.


친구의 딸아이는 벌써 다섯 살배기로 자랐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이 책의 이전 판본을 선물했다. 그런데 분리불안 장애, 틱 장애, 투렛 장애, 선택적 무언증, ADHD, 자폐증, 야경증, 몽유병 등 아이가 겪을 수 있는 심리 장애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록을 더해 제목을 달리 단 책이 새로 나왔다. 사실 아이의 심리 장애를 진단하는 일은 신중하고 섬세한 주의를 필요로 하고 반드시 소아정신과 의사를 찾아야 하는 일이지만, 엄마가 가정에서 아이를 관찰하는 데 일차적인 기준은 되어줄 수 있을 듯하다. 다른 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유용한 정보이다. 다시 선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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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경독서 - 감성좌파 목수정의 길들지 않은 질문, 철들지 않은 세상 읽기
목수정 지음 / 생각정원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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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도, 편견도, 인습도 목수정을 가두지 못한다. 목수정의 자리는 그녀가 이해하는 세상만큼 늘어난다. 그리고 그녀의 세상을 넓혀준 책들이 그녀만의 펄펄한 시선으로 우리를 향해 마구 손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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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톨의 밀알 - 개정판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25
응구기 와 시옹오 지음, 왕은철 옮김 / 들녘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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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우리에게 가난과 고통, 내전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우리가 아프리카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것은 고전영화 속에서 보이는 노예의 이미지거나 팔다리가 앙상하고 배만 불룩 튀어나온 아이의 모습뿐―그나마 가장 나은 경우는 스포츠 선수일 것이다―인지도 모른다. 아프리카의 이런 상황은 지형이나 기후와 같은 대륙의 근본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과거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주의 때문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대륙을 입맛대로 나누어 경제적인 수탈을 가했고 간신히 독립한 후에는 냉전의 영향으로 생긴 정치적인 갈등은 아직까지도 이어져 여전히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국가들이 적지 않다.

이처럼 멀게만 느껴지는 아프리카와 판박이처럼 꼭 닮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식민지 독립투쟁의 모습이다. 제국주의 지배자의 모습이나 피지배자의 모습들은 국가나 지역이 닮은 것이 아니라 인간 군상들이 닮아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아시아건 아프리카건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별로 다르지 않다. 세계 2차 대전 이후에도 식민지를 반환하지 않은 영국에게 키쿠유족이 반란을 일으킨 사건이 마유마유 반란이며 영국은 이를 무자비하게 탄압해 수많은 케냐인들이 사망하였다. 응구기 와 시옹오의 『한 톨의 밀알』은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케냐의 독립투쟁과 그 중심에서 사람들이 겪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낯선 이름을 가진 작가의 먼 나라의 이야기지만 그 내용은 우리에게 전혀 낯설지 않은 이야기다.

백인정권에 대항해 단결을 호소하며 피의 저항을 하던 키히카는 어느 날 무고의 집에 숨어든다. 키히카는 자신을 숨겨준 무고에게 함께할 것을 권유하지만 무고는 키히카의 목에 걸린 현상금 때문에 배신하게 된다. 키히카의 여동생인 뭄비의 남편이기도 한 키뇨코도 비상사태 이후 수용소로 끌려갔지만 아내의 곁에 있고 싶은 마음 때문에 조직의 비밀을 누설하고 집에 돌아오지만 아내인 뭄비는 치안대장이 된 키란자의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었다. 하지만 키란자는 짝사랑하던 키히카의 여동생인 뭄비를 지켜주기 위해 백인의 편에 선 것이었다. 결국 조직은 키히카를 죽게 만든 배반자로 키란자를 지목한다.


『한 톨의 밀알』은 진실을 고백하면서 갈등은 해소된다. 하지만 현실도 그럴까. 일제시대에 순사로 동족을 때려잡던 인간들은 여전히 높은 자리에서 호위호식하고 있으며 독립운동가의 후손은 그때나 지금이나 삶이 고달프다. 어디 그뿐일까. 군사정권에서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다 죽은 사람들의 가족은 피눈물을 흘리지만 권력에 붙은 배신자는 그 달콤함을 맛보고 있다. 가족이나 사랑을 위해서가 변명도 우스울 정도다. 오로지 개인의 탐욕을 위해서 행동했고 여전히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이제 바로잡기에는 이미 늦어버렸다는 사실이 씁쓸하다. 한 톨의 밀알이 뿌린 피를 쓰레기들이 빨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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