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사람들의 열정 포트폴리오 - 전 세계 200명의 명사에게 배우는 지속적인 성공 비결 워튼스쿨 경제경영총서 20
제리 포라스.스튜어트 에머리.마크 톰슨 지음, 선대인 옮김 / 럭스미디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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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나 성공지침서를 많이 읽었지만, 기억에 남는 책은 손에 꼽을 정도다. 유행에 편승해 그럴듯하게 포장한 엉터리 책들, 너무 많이 봤다. 그래서 망설였는지 모른다. 하지만 <성공하는 사람들의 열정 포트폴리오> 특별한 책이었다. 한 문장 한 문장 노트에 옮겨 적으며 읽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저자들은 퓰리처상, 그래미상 수상자들, 노벨상 수상자들, 크고 작은 조직들의 CEO들, '타임'의 가장 영향력있는 사람들중 지속적인 성공을 일군 것으로 묘사할 수 있는 수백명을 추려, 인터뷰 했다고 한다.(p.19) 무려 1996년부터 2006년까지 10여년에 걸친 이 힘겨운 작업이 바로 이 책이 가지는 특별함의 비밀이 아닐까?

저자들은 이 작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들어보자. '설문조사나 제3자의 자료에 의존하기보다는 실제로 광범위한 인터뷰를 했다는 점에서 이 작업은 이 분야의 일반 작업들과는 차별성을 지니고 있다. (중략) 이런 개방적인 질문을 통해 이 책의 저자들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성공적인 사람들, 즉 건설자들이, 대화를 주도하고 다른 식으로는 결코 불가능했던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p.25,26)

저자는 일단, '성공개념의 재정립 필요성'을 강조한다. 즉, 기존 성공개념이 부수적 산물에 불과한 부와 권력, 명예를 곧 성공의 척도로 삼아 왔던 것을 비판하는 것이다. 성공의 진정한 의미는, '개인적 충만감과 오래 지속되는 인간관계를 가져오는, 그리고 세상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드는 삶과 일'(p.34)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성공개념에 부합하는 '진정한 성공'을 거둔 이들을 '건설자'(builder)'라 칭한다.

'열정 포트촐리오를 만들어라'(p.69)에는 '마야 안젤루'가 소개된다. 아프리카계 미국인가운데 처음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으며, 미국 영화제작자협회에 입회한 마야 안젤루. 하지만 그녀는 성공은 어린 시절 고난을 극복한 결과물이었다. 여덟 살때 어머니의 남자친구에게 성폭행당하고, 윤락가 마담노릇을 해야했지만, 결코 희망과 삶의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성공비결을 '열정 포트폴리오'라고 말한다.(p.72)

기존의 통념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 등장한다. '카리스마가 있어야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p.137) 이 부분엔 마약에 찌든 매춘부였던 '노마 호탈링'이 소개된다. 30년 동안 밑바닥을 처절히 경험한 그녀는, 마약과 매춘의 악순환에서 고통받는 여성들의 탈출을 돕기 시작한다. 놀라운 건 그녀의 활동이 비슷한 처지에 있던 한국의 여성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성매매특별법 제정을 위해 노력했던 한국의 단체와 여성들은 그녀를 초청해 함께 운동하기도 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열정 포트폴리오>는 지속적인 성공을 거둔 명사들의 삶을 재조명해 깊이 있는 교훈을 선사한다. 새로운 성공개념을 바탕으로한 성공의 비법, 깊게 음미할 내용이다. 오랜만에 정말 멋진 성공지침서, 자기계발서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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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순원 지음 / 뿔(웅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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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생각해 보면, 어린시절 읽던 동화나 아동소설이 더 재미있었다. 최영재, 이동렬, 이슬기, 신동일 작가님 것을 많이 읽었다. 기억에 남는 건, 지경사에서 나온 '별난 가족' '요술친구 깨묵이의 별난모험' '엄마도 장난꾸러기였데요' 등등. 제목이 기억이 나지 않는데, 방귀봉씨가 주인공인 소설시리즈도 엄청 재미있었다. 갑자기 이 말을 꺼낸건 <나무>를 읽으며 어린시절을 추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무>는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손자 나무와 할아버지 나무의 대화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구성부터, 교훈적인 내용, 부담없는 분량까지. 잔잔하고 따뜻하다. 장편소설이라지만,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각 챕터가 독립적인 교훈을 주는 이야기이며, 할아버지 나무, 손자 나무라는 전체적인 설정에 녹아든다. 단편들이 연작형식으로 이어져 있는 듯한 느낌.

할아버지 나무는 '그 집' 부엌밖에 자리잡고 있는 100살 가까이 된 밤나무다. 손자 나무는 이제 겨우 7살된 밤나무. 손자는 묻는다. "할아버지를 이곳에 심은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나요?"(p.17) 할아버지는 조용히 손자에게 옛이야기(p.18이하)를 들려 준다.

<나무>는 성장소설이다. 아직 모든 것에 미숙한 손자 나무에게 할아버지 나무는 소중한 가르침을 준다. 추운 겨울 꽃을 피우는 매화나무를 시샘하는 손자에게 '세상을 보는 깊고 따뜻한 시선'(p.41)을, 세상을 자유롭게 떠돌고 싶어 하는 손자에게 '바람과 구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법'(p.83)을...그 외 많은 것을.

손자 나무는 스스로 깨우치기도 한다. 보잘것 없는 냉이꽃에게 온갖 나쁜말을 쏟아내는 손자나무, 하지만 냉이꽃은 냉정하게 손자 나무에게 꽃과 나무들의 다양성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어떤 꽃과 나무도 모양만 보고 판단하지 않는단다.'(p.95) 자기 잘못을 반성하고 냉이꽃에게 사과하는 손자 나무. 이런 성장은 밤송이를 통해 구체적으로 형상화된다. 드디어 손자 나무가 밤송이를 맺게 된 것(p.157)이다. 하지만 작은 태풍에 밤송이는 떨어져 버리고, 손자 나무는 더 큰 교훈을 얻는다.

'작은 나무는 나무도 이렇게 무엇을 잃어 가면서 배우는 것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스스로 생각해 보아도 여름과 가을을 거치면서 자신이 부쩍 자란 것 같았다.'(p.161)

<나무>를 읽으며 가슴이 훈훈해졌다. 자애롭게 삶과 교훈을 들려주는 할아버지 나무를 보며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할머니 생각도 했다. 자극적인 소재에 익숙해져 버린 독서습관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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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송곳니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노나미 아사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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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한 남자가 갑자기 불길에 휩싸여 죽는다. 신원확인조차 안되고 수사는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그러던 중, 커다란 짐승으로 추정되는 '무엇'에게 사람들이 연이어 피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무엇'의 정체는 뭘까? 두 사건의 연관성이 있을까?

<얼어붙은 송곳니>는 여형사 '오토미치 다카코' 시리즈 첫 작품이다. 노나미 아사의 작품이 처음이라 조심조심 읽었는데, 사건의 강렬함, 히로인 '오토미치 다카코' 덕에 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 . 여형사 '오토미치 다카코'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남성들이 득실대는 경찰세계에서 묵묵히 활약하는 것이나, 사건해결을 위해 몸을 던지는 열정적인 모습까지. 이 작품에 오토미치 다카코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어떠할까?

초반 불길에 휩싸인 장면과 피살장면 묘사는 탁월했다. 특히 회사원 호리카와 피살장면(p.157-159)은 어떻게 이런 묘사가 가능한지 의문이 들 정도로 놀랍다. 또한 이야기 마지막에는 '동물과 인간의 교감' 같은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사건의 동기나 진실은 아쉬움이 남는다. 충격적인 사건에 비한다면 말이다. 일단 사건의 주범격인 XXX의 내면갈등이 강하게 부각되지 않아 몰입이 불가능 했고, '질풍'에 대한 소개도 미흡하다. 하지만, 저 정도는 눈 감아 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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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의 삶과 욕망
박희숙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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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앞을 못보던 맹인이 어느 순간 눈을 뜬다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 그야말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 들지 않을까. 유명 화가들의 명작을 보고 있노라면 저와 비슷한 기분이 든다. 또다른 눈을 뜨는 기분...물론, 약간 과장을 더해서^^

<명화 속의 삶과 욕망>은 제목처럼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조명한 작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특히 사랑과 성性에 관련된 작품들이 많았는데, 그 점은 특기할만 하다. 기본적인 구성은 이러하다. 하나의 소주제에 두편의 명작이 각각 한페이지 크기로 소개되고, 그림에 대한 저자의 설명과 분석이 이어진다. 저자는 전문적인 이론은 배제하고 철저히 초보자를 위한 서술을 한다. 그래서 그림에는 문외한인 사람도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인상적인 그림을 꼽자면, '여성의 정체성'이란 소주제로 소개된 '필립 칼데론'의 <깨어진 맹세>(p.130)와 '사랑으로 크는 나무'란 소주제로 소개된 '프리다 칼로'의 <유모와 나>(p.215)이다.

<깨어진 맹세>는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성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다. 담에 기대어 좌절한 표정을 짓는 여성이 보이고, 담 안에는 그의 남편으로 보이는 남성이 다른 여성과 희희덕 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이 그림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좌절하는 여성의 표정이 정말 생생하기 때문이다. 마치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다. 거기다 여성이 너무나 아름답다. 왜 버림 받았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올리비아 핫세가 떠올랐음)

<유모와 나>는 기괴한 작품이다. 괴물같은 여인이 역시 괴물같은(얼굴만 성인이고 몸은 아이)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있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 작품은 유모에게서 양육된 상처를 그려낸 프리다의 자전적인 작품이라 한다. 괴물같은 모습은 유모가 쓰고 있는 가면 때문이고, 이는 유모와 프리다의 기계적 관계를 상징한다.(p.219참조)

이 책을 도서관에 앉아 한번에 쭈욱 읽었다. 하지만 그러지 마시길 바란다. 후회하고 있다. 한번에 다 읽기 보다는 하루에 한두개 소주제만 읽으시길. 그림을 찬찬히 음미하면서, 첫느낌과 글을 읽은 후 느낌을 비교해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읽는다면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림에 관심은 있지만 왠지 어렵게 느끼셨다면,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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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가 온다
백가흠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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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뚜라미가 온다' 집중분석

원래 한 집 건물에 달구분식과 바람횟집이 얇은 벽을 사이로 자리 잡고 있다. 달구분식엔 달구와 늙은 노모가, 바람횟집엔 스물셋의 남자와 서른일곱쯤인 여자가 살고 있다.  '달구분식' 마흔 가까운 노총각 달구가 거의 매일 늙은 노모를 구타한다. 그런 아들이지만 늙은 노모는 아들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않는다. '바람횟집' 거의 어머니뻘인 여자와 남자는 서로의 몸을 탐닉한다. 그것도 폭력적으로.

'달구분식과 바람횟집이 원래 한 집'이라는 설정은 주목할 만하다. 횟집남자와 달구가 별개의 인격이 아닌 본래 하나인 존재의 분열이라고 난 이해했다. 즉, 이들은 하나의 남성성을 상징하는 등가물이다. 좀 더 나아가 시간적 관계를 설정할 수 있을 듯 하다. 나이가 어린 횟집남자를 이전시점, 달구가 횟집남자의 미래모습이다. 여기에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접목해보자. 횟집남자가 여자를 '엄마'라 부르며 모성을 추구하는 것은 전형적인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다. 여기에 억압자인 아버지가 죽고(달구에 의한 살해) 그 이후 달구가 등장한다.

문제는 '달구가 왜 원시적 욕망인 어머니를 학대하는가'이다. 달구의 행동을 타나토스의 발현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주변에 어머니밖에 없는 현실에서 타나토스가 이상하게 발현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지나친 논리의 비약인지는 몰라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노골적인 성묘사와 폭력, 사투리이다. 이는 과연 작품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 등장인물 내면의 욕망과 본성을 제대로 표출해 내준다고 본다.

그럼 귀뚜라미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귀뚜라미는 폭풍이고 그 폭풍은 결국 달구분식과 바람횟집을 쓸어가 버린다. 귀뚜라미의 상징성은 무었인가? 뀌뚜라미에게 희생된 것은 여성들 뿐이지만, 여성들은 은빛전어를 따라 갔다는 서술로 미뤄보아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듯 하다. 라캉의 환타지 공식을 고려한다면(과연 타당할런지는 모르겠지만) 결코 다가갈 수 없는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원시적 욕망인 어머니 내지 어머니의 등가물은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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