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기담 - 왕조실록에서 찾은 조선 사회의 뜻밖의 사건들 기담 시리즈
이한 지음 / 청아출판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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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기담>은 조선왕조실록에 숨겨져 있던(정확히는 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롭고 충격적인 사건을 재구성한 책이다. 사실 '기담'이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기담하면 '기이한 이야기'란 생각에, '이건 기이한 이야기가 아니지 않은가?'했다. 그런데 국어사전을 찿아보니 기담은 '이상야릇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뜻한단다. 이런...딱 들어 맞는다^^ 크게 '사회기담' '왕실기담' '선비기담' 세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살아 있는 구미호들의 전설'(p.96) 충격적인 이야기다. 사람의 고기와 쓸개가 창질(나병,한센병)을 치료하는 특효약이라고 해서, 힘없이 아이나 혼자 걷는 사람을 잡아 배를 가르고, 쓸개를 빼내는 사건이 연이어 벌어졌다. 이에 사람들은 혼자 다니지 못하고 무리를 지어 다녔으며, 농부들은 농사를 그만두었다고 한다. 온 국민이 두려움에 떨었던 것.(p.101참조) '전설의 고향'에서나 들어볼 법한 이야기가 조선시대 실제 벌어졌던 것이다.

'후추의 씨앗을 구하노라'(p.152)도 흥미로웠다. 지금은 쉽게 볼 수 있고, 먹을 수 있는 후추지만, 당시엔 아주 귀했다고 한다. 귀한만큼 가격도 비쌌고, 손에 넣기 힘들었다. 이런 후추를 재배하겠다는 포부를 가진 왕이 있었으니, 바로 성종이다.(p.155참조) 성종은 여기저기 후추씨를 구하니 위해 노력한다. 왜와 유구국에 압력을 넣고, 중국형편도 알아보지만, 후추재배는 어렵기만 하다. 과연 성종의 후추재배 노력은 성공했을까?

'조선의 대신들, 오래된 해골을 들여다보다'(p.274) 조금은 가슴 아픈 이야기다. 때는 임진왜란, 행주대첩 패배후 도주하던 왜군은 조선왕들의 무덤을 마구 파헤쳐 부장품들을 약탈했다. 왜란후 왕묘도굴사건이 알려지고 외교문제로 까지 비화된다. 문제는 묘에 방치되어 있는 시체가 중종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는 것. 결국, 영의정부터 정승, 판서까지 시체를 살펴보고 보고서를 제출하는 방법이 동원되었다.(p.278참조) 여러 벼슬아치들의 의견은 중종이 아닌 것 같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였다. 과연 어떤 결정을 내렸을지.

<조선기담> 읽는내내 즐거웠고, 흥미로웠다. 역사에 관심은 많지만, 잘 알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학교에서 국사를 배우는 청소년부터, 대학생,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꼭 한번 읽어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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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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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옷> <공격> <머큐리> 세작품을 연달아 읽었다. 감탄했다. '뭐 이런 작가가 다 있지? 이런 글은 도대체 어찌하면 쓸 수 있단 말인가?' 이제야 아멜리 노통브를 알게 되었다는 게 슬프다. 난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는가?

<공격>은 괴물에 가까운 추남 '에피판'과 천사같은 미녀 '에텔'의 이야기다. 저자는 '노틀담의 꼽추'의 설정을 차용해 기존 관념을 비틀고, 풍자한다.

'카지모도가 에스메랄다에게 홀딱 반하는 장면에서 독자는 미녀 에스메랄다에게 이렇게 외치고 싶을 것이다. "그를 사랑해야 해! 얼마나 착한 사람인데! 겉모습만 보고 지레 겁먹지 말라니까!" 상당히 괜찮은 생각이다. 하지만 왜 에스메랄다한테만 올바른 태도를 요구하는 걸까? 카지모도한테도 그래야 하는 것 아닐까? 사실 그는 여자의 겉모습에만 관심을 갖지 않았던가? 우리는 그가 겉모습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이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인물이라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이 빠진 노파와 사랑에 바져야 마땅하다. 그래야 그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되지. 그런데 그가 마음에 품은 것은 누구든 반할 수밖에 없는 어여쁜 집시 처녀다. 그런데도 이 꼽추 사내의 영혼이 순수하다고? 단언하건데 그의 영혼은 더럽고 천박하다.'(p.11,12)

천하의 추남 에피판은 영화촬영장에서 아름다운 배우 에텔을 만난다. 에텔은 에피판을 친절하게 대하고, 에피판은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과연 에피판과 에텔의 사랑은 해피엔딩으로 끝날지?

책속에 조금 조금 언급되는 <쿠오바디스>나 <파리의 노트르담>내용도 흥미로웠다. 아멜리 노통브의 멋진 작품,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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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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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을 때 난 웃고 말았다. 그게 나라는 걸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으니까. 요즘도 거울을 들여다볼 때면 웃음이 나온다. 그게 나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지독하게 못생긴 얼굴을 보면 웃음이 나오게 마련 아닌가. 난 아주 일찌감치 별명을 얻었다. 여섯 살 때였던가, 학교 운동장에서 반 아이 하나가 나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카지모도!' 아이들은 좋아라 날뛰며 장단 맞춰 빽빽 소리를 질러 댔다. '카지모도! 카지모도!' 사실 녀석들은 빅토르 위고가 뭐하는 사람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카지모도라는 이름이 나한테 너무나 잘 어울렸기 때문에 녀석들은 그게 무슨 뜻인지 금세 알아차렸다. 그날 이후 난 어디서나 카지모도로 통했다.-7쪽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할 때 꼭 집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다들 약속이나 한 듯 <외모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건 마음이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은 외모가 번드르르한 사람들만 추켜세우고 나 같은 못난이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거짓말을 잘 한다. 자기네들이 그러는 줄 알고나 있을까. 바로 그것 때문에 나는 더 화가 난다.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거짓말을 해댄다는 것 때문에. 사람들한테 대놓고 쏘아붙였으면 좋겠다. "정신적인 인간인 척하는 게 즐거우면 그렇게 하시지. 겉만 보고 사람됨을 판단하지 않노라고 주장하는 게 재밌으면 그렇게 하시라고. 하지만 스스로를 속이지는 말란 말이오!"-8쪽

카지모도가 에스메랄다에게 홀딱 반하는 장면에서 독자는 미녀 에스메랄다에게 이렇게 외치고 싶을 것이다. "그를 사랑해야 해! 얼마나 착한 사람인데! 겉모습만 보고 지레 겁먹지 말라니까!" 상당히 괜찮은 생각이다. 하지만 왜 에스메랄다한테만 올바른 태도를 요구하는 걸까? 카지모도한테도 그래야 하는 것 아닐까? 사실 그는 여자의 겉모습에만 관심을 갖지 않았던가? 우리는 그가 겉모습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이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인물이라고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이 빠진 노파와 사랑에 빠져야 마땅하다. 그래야 그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되지. 그런데 그가 마음에 품은 것은 누구든 반할 수밖에 없는 어여쁜 집시 처녀다. 그런데도 이 꼽추 사내의 영혼이 순수하다고? 단언하건데 그의 영혼은 더럽고 천박하다. 나는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내가 바로 카지모도니까.-11,12쪽

난 걸핏하면 그녀에게 별로 하고 싶지도 않은 이야기를 주절주절 늘어놓곤 했다. 그 이유는 그녀를 바라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건 살면서 내가 해온 일들 중에 가장 즐거운 일이었다. 그녀가 내게 베푼 친절 중에 가장 감동적이었던 것은 제 모습을 마음껏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칭찬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넌 정말 아름다워!" 가끔씩 난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 그녀는 기쁜 듯 방긋 웃곤 했다. 그녀의 미소에 마음이 완전히 녹아내린 나는 예쁜 여자들한테는 무조건 칭찬을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그 결과 내게 돌아온 것은 매섭게 흘겨 대는 눈들과 불쾌한 듯 삐죽이는 입들, 그리고 "뭐 저런 얼간이가 다 있담!" 등등의 상냥한 말들 뿐이었다.-39쪽

있잖아, 오늘 밤, 난 엄청난 사실을 발견했어. 내 못생긴 얼굴은 하늘이 주신 선물이라는 사실을. 세상에 나보다 운이 좋은 사람은 없을 거야. 내가 지지리도 못나지 않았다면, 너한테 그런 어마어마한 사랑을 느끼지도 못했겠지. 말이 나온김에 고백할께. 난 널 사랑해 왔어. 처음 본 순간부터, 세상이 끝날 것처럼. 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난 세상에서 가장 못생겼지. 그게 바로 우리가 서로를 위해 태어났다는 증거야. 나는 네 아름다움에 의해서만 구원받을 수 있고, 넌 내 추함으로만 더럽혀질 수 있으니까. 난 타고난 추접스러움 때문에 괴로워 하는 인간쓰레기, 이런 나 없이 넌 타고난 순수함에 희생된 인간 천사에 지나지 않아. 너는 신의 은총 그 자체이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누구든 널 원해. 난 신이 버린 자이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아무도 날, 내 욕구를 채워 주려 하지 않아. 잘 됐지. 난 너만을 갈망하니까.-157쪽

"어련하실까. 내가 상황을 한 번 정리해 볼게. 에피판은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남자야. 그렇게 태어난 게 그 사람 탓은 아니지만 뭐 어쩌겠어. 에피판은 자라서 어른이 되고 한 여자를 사랑하게 돼. 어떤 여자? 그의말에 의하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 불행히도 그 에텔이라는 여자는 그를 사랑하지 않아. 왜? 겉모습에 집착하는 여자라서 그가 얼마나 고귀한 영혼의 소유자인지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거야. 경박한 에텔!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되는데! 마음을 들여다볼 줄 알아야지. 어쩌고저쩌고. 불쌍한 에피판, 그 순수한 사랑을 조롱당하다니! 아, 고상한 영혼을 지닌 여자, 추한 몰골 속에 숨겨진 아름다운 마음씨를 들여다볼 줄 아는 여자를 만났더라면! 하늘 아래 새로운 게 뭐가 있겠어. 이제 바로 그 불쌍한 카지모도가 겪었던 일이잖아. 가엾은 괴물이자 타고난 희생자이며 오직 고상한 감정들만 품고 있는 카지모도가."-165,166쪽

"하지만 그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우리의 카지모도-에피판께서는 고귀한 영혼을 지닌 못난이 아가씨랑 사랑에 빠지지 못했어. 마음속이 보물단지 같은 여자, 정신적인 결합에 만족하는 여자를 만나지 못한 거지. 아니, 우리의 주인공께서는 그런 여자라면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어. 얼굴이 좀 아니다 싶은 여자는 모조리 경멸했거든. (중략) 내면의 아름다움에 있어서 최고라고 자처하는 우리 <고운 마음>씨께서는 겉모습에 희생된 척하면서 우리 사회의 외모 지상주의를 비판하지. 그리고 자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장점들이 많으니 사랑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해. 그럼 네가 날 사랑하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장점들 때문인데?"-166쪽

"제발 그러지 마. 위선에도 한계가 있어. 나 말고 누굴 사랑해 본 적 있어?" (중략) "그럼 문제가 심각하네. 첫사랑이 얼마나 많은 걸 말해 주는데. 네가 외모 지상주의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아무리 열나게 외쳐 본들 누가 믿어 주겠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와 사랑에 빠질 날만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 제 눈에 그렇게 보이는 여자가 나타나자마자 실행에 옮긴 남자가 하는 말인데. 가장 불쾌한 건 그런 네가 날 파렴치한으로 몰아세웠다는 거야. 사실 파렴치한은 너잖아! 넌 나만 너그럽길 바라고 있어. 넌 그렇지 않으면서. 내가 생김새에 연연하지 않길 바랐다가 그 기대가 어긋나니까 희생자 행세를 하고 있는 거 아냐. 그런데 말이야, 내가 너처럼 못난이었으면 넌 날 쳐다보지도 않았을걸!"-167쪽

여기선 내 추한 몰골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걸 볼 사람도 없고, 보여 줄 사람도 없으니까. 마침내 내 연인과 단둘이 있을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내가 없으면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나 말고 누가 기억으로 그녀를 되살릴 수 있단 말인가? 나 말고 누가, 바로 지금, 존재하고자 하는 그녀의 욕구를 채워 줄 수 있단 말인가?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죽였다면, 그는 그녀를 지옥에서 구해 올 수 있었으리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없다.-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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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옷
아멜리 노통브 지음, 함유선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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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브'의 이름은 익히 들어왔지만, <시간의 옷>이 처음 읽는 그녀의 작품이다. 사실 '그'인지 '그녀'인지도 읽다 알았을 정도니, 정말 '이름만' 들어왔던 것.

<시간의 옷>은 대화로만 구성된 소설이다. 독특했다. 그리고 대단했다. 대화로만 이야기를 구성하는 건 말이 쉽지, 정말 어려운 작업이다. 하지만 아멜리 노통브는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1995년을 살던 아멜리 노통브, 2580년을 살고 있는 셀시우스. 그들의 치열한 논쟁. 가히 충격적이다.

이야기의 핵은 '품페이 화산분출의 음모'이다. 즉, '미래의 과학자들이 타임머신을 발명하고,  그 과학자들이 서기 79년도에 일어난 베수비오 화산분출을 일으켰다. 범죄의 동기는 바로 고대의 가장 아름다운 도시를 잿더미와 용암으로 덮어 보존하려는 것.'(p.10참조) 이처럼 기존 알려졌던 폼페이 화산분출에 대해 소설가 아멜리 노통브(저자가 소설속 인물로 등장)는 의문을 품고, 미래 과학자들은 비밀이 탄로날 것이 두려워 그녀를 2580년으로 소환한다.

만나게 되는 26세기 인물, 셀시우스. 이어지는 이야기는 이들의 논쟁이다. 철학적이고 심오한 주제지만, 이들의 치열한 논쟁속에서 의외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아멜리 노통브의 귀환과정이 약간 급작스럽지만, <시간의 옷>이 보여준 광대한 상상력과 충격 앞에선 그리 큰 결점은 아닐 것이다.

1995년으로 귀환한 아멜리 노통브는 셀시우스와의 논쟁을 글로 옮긴다. 이런 말로 끝을 내고 있다. '이 원고를 다 쓰고 나서 출판사 사장에게 갖다 주었다. 나는 이 이야기가 실화라고 분명히 밝혔다. 아무도 내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p.183)라고…난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아멜리 노통브, 난 믿을께요. 당신의 글을 읽으니 믿을 수 밖에 없군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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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사랑
텐도 아라타 지음, 박태규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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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사랑>은 '우선은, 사랑' '텅 빈 연인' '평온의 향기' '멀어져가는 그대에게' 네 작품이 수록된 작품집이다. 처음 이 책을 접하고, 설정이나 느낌이 <영원의 아이>와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니나 다를까 '작가의 말'을 보니 '<영원의 아이>를 집필하던 중 새롭게 떠오른 소재와 테마를 다른 형태로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쓴 작품이라 한다. 즉, 텐도 아라타의 불멸의 역작 <영원의 아이>와의 연관성 차원에서 이 작품을 이해하는 것도 무방하리란 것.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우선은, 사랑' '텅 빈 연인'이었고, '평온의 향기'는 기대에 못 미쳤다.

[우선은, 사랑] 젊은 부부 다케시와 사오리, 어린 딸 나츠미가 있다. 서로 사랑하는 부부, 행복이 넘치는 가족. 하지만 어는 날 갑자기 사오리는 '나츠미를 죽일 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한다. "나츠미를 죽이고 말 거야. 죽일 것 같아. 목욕시키면서, 이 아이를 이대로 물에 빠트리면 어떻게 될까, 그런 생각을 했어."(p.17) 다케시는 그런 사오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점점 나츠미에게 집착하는데...

위와 같은 설정은 <영원의 아이>의 유키네 가족, 즉 유가쿠, 어머니, 유키의 관계와 유사하다. (이름이 맞나 몰라) 특히, 다케시의 집착은 유가쿠의 집착과 이어져 있지 않나하는 불안감마저 들었다.

[텅 빈 연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쇼지, 그는 병원 근처 찻집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고 있는 토모코라는 소녀를 알게 된다. 토모코는 '오가타 테츠로'라는 시인지망생과 연인사이라고 믿으며, 이런 관계속에서 삶의 의미를 찿는 예쁜 소녀. 쇼지는 그녀에게 단순한 감정이상의 무엇을 느끼고 토모코와 오가카 테츠로를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드러나는 진실. 가슴 아픈 상처. 읽어 보시길. (스포일러 때문에 살짝만)

제목 '넘치는 사랑'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 등장인물들은 모두 '넘치는 사랑'속에 둘러싸여 있다. 나츠미에 대한 다케시의 사랑, 토모코에 대한 쇼지의 사랑. 다만 그 사랑이 일반적인 그것이 아닌, 조금은 비정상적이고 편집적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비극이다. 넘치도록 지나친 사랑은 결국 상대에게 상처와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그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었다.

<영원의 아이>를 통해 느꼈던 충격과 감동을 새롭게 되내이는 계기가 되었다. <영원의 아이>를 읽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교감할 수 있는 내용이니 꼭 한번 읽어 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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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7-11-16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어...이거 읽으면서 뭔가 울컥울컥 하지 않으셨나요..ㅠ ㅠ
특히 마지막에 텅빈연인에서 저는 ....ㅠ ㅠ

쥬베이 2007-11-16 08:01   좋아요 0 | URL
네 울컥 울컥, 한문장 한문장 감동하며 읽었어요ㅠ.ㅠ
텅 빈 연인...토모코가 가엾기도 하고 안타까웠어요.
그런 토모코를 이해하는 주변 사람들의 대사도 인상적이고, 반면에 이해 못하는 쇼지의 모습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어요.
텐도 아라카, 완전 버닝입니다ㅋㅋㅋ 다음은 <고독의 노랫소리> 읽을려고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