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브 스토리 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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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이 '비전'에 가기로 결심하는 서론격이었다면, 2권부터는 '비전'에서의 모험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환상의 세계인 '비전'에 발을 내디딘 와타루는 입구를 지키는 마도사를 만나(p.10) 여러 테스트를 거친다. 마도사 라우는 와타루에게 '용사의 검'이라고 불리는 검을 주지만, 너무나 볼품없는 모습에 와타루는 실망한다.

이에 마도사 라우는, "용사의 검은 그 사용자와 함께 성장하는 검이야. 그래서 맨 처음 이 검은 그것을 받을 여행자의 상태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거야. 이 검이 애당초 약해 보이고, 지쳐서 힘이 없어 볼품없어 보이는 것은 와타루, 네가 약하고 지쳐 힘이 없고 볼품도 없기 때문이야. 검 때문이 아니라고."(p.45)라 한다. 지금은 볼품 없지만 와타루의 성장에 따라 같이 성장하는 '용사의 검', 나중에 달라질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와타루의 성장과 발전을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을 듯)

와타루가 마도사 라우를 만나 시험을 거치고 옷과 검을 받는 모습은, 게임에서 캐릭터를 설정해 시작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 부분을 읽으며, 와타루의 입장이 되어 몰입한 것이 아니라, 와타루를 그려 나가는 저자의 입장으로 몰입했다. 게임의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이야기속에 넣어 재탄생시키는 미야베 미유키의 모습을 말이다. '지금 내 이야기속 캐릭터가 드디어 옷과 검을 받았어. 이제부터 시작이야.'

와타루가 마도사와 헤어져 처음 만난 이는 '수인족 키키마'. 도마뱀을 닮은 그는 친절하게도 이것저것 챙겨준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살인자 누명을 쓰게 되고(p.113), 교수형에 처해질 위험에 빠지는데...이후는 가츠, 트론, 미나등 친구들과 함께 하는 모험기다. 다양한 종족, 인물 설정등 그야말로 미야베 미유키의 상상력이 한층 발휘되는 부분.

생소한 종족, 인물설정이 다소 낮설게 느껴지지만 차근차근 이야기에 집중하면 금새 익숙해진다. 마음을 비워라.

<브레이브 스토리>는 독자에 따라 '호오'가 극렬하게 갈릴 작품이다. 게임적 환타지, 초등학생 주인공, 다소 '가볍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모든 것을 떠나 게임적 환타지를 그대로 느끼기로 했다. <브레이브 스토리>의 진가는 바로 이것이니까. 3권을 기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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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테크리스타
아멜리 노통브 지음, 백선희 옮김 / 문학세계사 / 2004년 11월
구판절판


가슴은 청소년기의 여자아이들을 강박적으로 사로잡는 문제다. 가슴이 막 생겨나기 시작하는 시기이기에 도무지 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엉덩이의 변화는 덜 놀랍다. 엉덩이는 변화될 뿐, 추가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슴에서 솟아오르는 융기는 소녀들에게 오랫동안 생경한 것으로 남는다.-36쪽

화요일에서 수요일로 넘어가는 밤 동안 나는 비극적 희열을 느끼며 내 방의 고독을 음미했다. 이것만은 내 것이라고 믿었던 그 보잘것없는 것조차 결국 나는 소유하지 못했다. 아니 소유했다 하더라도 너무도 불안정한 방식의 소유였기에 몰수당할 수밖에 없었다. 버림받은 처녀들의 보물, 혼자만의 방이라는 꿈의 공간 역시 몰수당하게 되었다.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곧 박탈당할 그 공간 속으로 깊이 젖어들었다. 태어나서 줄곧 지켜온 나의 성전, 내 유년기의 사원, 사춘기의 절규가 울렸던 나의 공명상자.-62쪽

그녀의 여러 가지 면이 나를 화나게 하지만 그 중에서도 당연하다는 듯이 '이해하겠니?'로 말을 끝내는 방식이야말로 정말 짜증났다. 마치 상대방이 자기 말의 섬세한 의미를 깨닫지 못하리라는 투였다.-68쪽

크리스타와 만나기 전만 해도 책 읽는 것이 나의 행복 가운데 하나였다. 책 한 권을 들고 침대에 누워 읽노라면 나 자신이 책이 되는 것 같았다. 좋은 소설을 읽을 때면 난 소설과 하나가 되었고, 시원찮은 소설일지라도 몇 시간이고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찾고 미흡한 부분들을 비웃으며 즐겼던 것이다.-70쪽

"학생들 파티란 정말이지 구세군 같지 뭐야! 아무도 원하지 않는 재고품들까지 찿는 사람이 있으니 말이야!" 그러고는 화들짝 웃는다. 나는 경악해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나를 모욕하고 즐거워하는 게 보였다. 그녀의 웃음소리가 한층 더 높아졌다. 한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저 애의 이름은 크리스타가 아니야! 앙테크리스타(Antechrista, 종말 직전에 나타나 혹세무민한다는 사이비 그리스도 앙테크리스트 Antechrist를 연상시키는 이름 : 옮긴이)야!-80쪽

대개 누군가가 잘생겼는지 못생겼는지를 결정하려면 오래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문제는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며, 게다가 어느 한 사람의 신비의 열쇠가 거기에 있는 것도 아니다. 외모란 그저 하나의 수수께끼에 지나지 않으며, 유달리 까다로운 수수께끼도 아니다. 하지만 크리스타의 경우는 달랐다. 그녀가 멋진 몸매를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얼굴에 대해서는 그렇게 말하기가 힘들었다.-86쪽

아르셰(archee)는, 다리가 미치는 거리를 보폭이라 하듯, 화살이 미치는 사정거리를 말한다. 이 말 만큼 나를 꿈꾸게 하는 말도 없다. 이 말에는 끊어질 정도로 팽팽하게 시위가 당겨진 화살, 그리고 무엇보다 시위가 당겨지는 숭고한 순간, 쏘아진 화살이 솟수쳐 날아가는 순간, 무한을 향한 지향, 그리고 활의 욕망이 제아무리 강렬하다 해도 화살이 날아갈 수 있는 거리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기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의연한 실패, 한참 날다 멈춰버리는 활기찬 추진력들이 내포되어 있었다. 따라서 '아르셰'는 멋진 비약이요, 탄생에서부터 죽음까지를 내포하고 있으며, 한순간에 불타버리는 순수한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92,93쪽

나는 크리스테(christee)라는 말을 지어냈다. 크리스타의 사정권. 크리스테는 크리스타의 독이 미치는 반경을 의미했다. 크리스테는 아르셰만큼이나 방대했다. 크리스테보다 훨신 넓은 개념도 있다. 앙테크리스테다. 그것은 내가 일주일에 닷새를 그 속에서 생활하는 저주스런 반경, 지수함수의 원주다. 앙테크리스타는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으니까. 내 방, 내 침대, 나의 부모, 그리고 내 영혼까지 차곡차곡 점령해갔으니까.-93쪽

불행이 가져다준 좋은 점도 있었다. 나의 방과 책 읽을 권리를 되찿은 것이다. 이 시기만큼 책을 열심히 읽은 적이 없었다. 과거의 결핍을 보충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앞으로 다가올 위기 상황에 맞서기 위해서도 나는 탐욕스레 책을 읽었다. 책읽기를 도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진리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다. 책읽기란 가장 정신집중이 된 상태에서 현실과 대면하는 것이다. 묘하게도 그것이 언제나 흐리멍텅한 상태로 현실에 뒤섞여 있는 것보다 덜 두렵다.-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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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 스토리 1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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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광^^ 미야베 미유키가 게임적 상상력을 맘껏 발휘해낸 작품, <브레이브 스토리>. <이코 안개의 성>이 곧바로 게임속 세계로 빠져 들었다면, <브레이브 스토리>는 현실이란 징검다리를 거쳐 게임속 세계로 빠져든다. 현실과는 별개가 아닌, 현실과 게임속 세계를 넘나드는 입체적 구성이란 점에서 한층더 몰입할 수 있었다. 또한 약간 성장소설 분위기도 느낄 수 있었다. 성장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선 또하나의 즐거움.

미하시 신사 옆 다이마쓰 소유 빌딩에 유령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퍼진다. 저 빌딩은 짓다가 중간해 버린 흉물스런 건물. 주인공 미타니 와타루와 친구 고무라 가쓰미는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빌딩으로 찿아가고, 우연히 다이마쓰 사장과 예쁘지만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딸 가오리를 만난다. 한편, 와타루의 방에서는 정체불명의 여성 목소리가 들려 오는데...

초반부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은 크게 4가지이다. 첫째, 유령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파다한 다이마쓰 빌딩의 비밀. 둘째, 와타루의 방에서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여자목소리. 셋째, 다이마쓰 사장일가와 의문의 소녀 가오리. 넷째, 전학생 아시카와 미쓰루의 정체.

다이마쓰 빌딩은 소설전체로 볼때 아주 중요한 상징물이다. 현실과 게임속 세계를 매개하는 매개체로서, '비전'이란 게임속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인 것이다. 와타루의 방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1권이 끝날때까지 그 정체가 밝혀지지 않는다. 물음표를 남겨둔채 2권으로 넘어가야 할 부분. 다이마쓰 사장일가는 위에서 말한 빌딩의 소유주이다. 계속되는 사업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가오리와 더불어 약간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의 정체는 1권에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다.

전학생 아시카와 미쓰루는 비중있게 소개해야 할 인물이다. 사실 그의 첫등장을 주목하진 않았다. 외모면 외모, 공부면 공부 완벽한데다 성격은 날카로운, 한마디로 '재수없는' 그가 못마땅했다. 그러나 그의 안스러운 가족사와 숨겨진 아픔을 알고는 그를 다시 보았다.

유쾌한 성장소설인듯 진행되던 이야기는, 와타루 부모의 갑작스런 별거(사실상의 이혼)로 급변한다. 와타루의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 아내와 와타루를 버린 것. 충격을 받은 어머니와 와타루. 이는 와타루가 게임속 세계로 들어가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다. 게임속 세계 '비전'에 가서 '운명의 탑'에 이르면 소원이 성취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자기에게 닥친 부모의 갈등을 되돌리려고 하는 것.

소원을 이루기 위한 와타루의 대모험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는 과연 '운명의 탑'에 이를 수 있을까? 2권을 기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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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 시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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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스스로가 어떤 인물인지 알지 못한다. 자기 자신에게 익숙해진다고 믿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이다. 세월이 갈수록 인간이란 자신의 이름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그 인물을 점점 이해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고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낯설게 느껴진다고 한들 무슨 불편이 있을 것인가? 그 편이 오히려 나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알게 되면 혐오감에 사로잡힐 테니까.-9쪽

"인간은 어떤 행동을 한 번만 하고 말진 않아. 어떤 사람이 어느 날 한 행동은 그 사람의 본질에서 나온 거야. 인간은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면서 살아가지. 자살 역시 특별한 경우가 아니야. 살인자들은 다시 살인을 저지르고, 연인들은 다시 사랑에 빠지지."-1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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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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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과 떨림>은 아멜리 노통브의 자전적 소설이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아멜리 노통브. 그녀가 일본회사에 취업해 겪었던 경험을 이야기를 옮긴 소설. 역시 흥미로웠고 인상적이었다.

'유미모토사社'에 취직한 아멜리 노통브. 그녀에게 처음 주어진 일은 아담 존슨이란 인물의 골프초대에 수락하는 편지쓰기(p.11)였다. 하지만 상사인 사이토는 찟어버리길 반복하며 다시 쓰라고 한다. 영문을 모르는 그녀.

그녀의 직속상사는 '모리 후부키' 아름다운 여자였다. 아멜리 노통브는 이렇게 말한다. '그녀는 겨울아이였다. 나는 순간적으로 숭엄한 나라 시에, 이 도시의 수많은 종 위로 눈보라가 몰아치는 장면을 상상했다. 천상의 아름다움 위에 내리치던 날 이 눈부신 처녀가 태어났다는 사실이 지극히 자연스럽지 않은가?" 하지만 후부키는 아멜리가 기대하던 그런 상사가 아니었다.

다른 부서인 '텐시'의 부탁으로 유제품관련 보고서 작성에 참가한 아멜리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지만, 회사측은 다른이의 업무를 뺐었다는 이유로 텐시와 그녀를 질책한다. 결국 차 나르기, 우편물 배달, 달력 날짜 맞추기등 시원찮은 일만 하게된 아멜리. 과연 그녀는 어떻게 직장생활을 해 나갈것인가?

일본회사안에서 외국인 여성이 겪는 충격적 에피소드. 그 하나만으로 흥미롭다. 그녀의 눈에 비친 일본회사와 직장상사 모습을 살펴가며 읽어가면 더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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