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브 스토리 3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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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 이야기의 핵은 '야콤, 리리 얀느'와의 만남이다. 유쾌한 만남이 아닌, 괴롭고 충격적인 만남. (차라리 조우라는 말이 어울리겠다.) 이들은 현세의 아버지와 내연녀(다나카 리카코)와 모든 것이 같다. 생김새부터 불륜행각, 가족구성까지. 와타루는 고민한다. '비전과 현세의 접점은 어디까지이며, 두사람은 과연 현세의 '그들'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아내 사타미를 버리고 리리 얀느에게로 떠난 야콤, 하지만 야콤은 당당하다. "사람에게는 머리로는 도저히 어찌 해볼 수 없는 '사랑'이라는 것이 있다. 사타미는 결코 나쁜 여자가 아니야. 열심히 일하고, 부드러운 여자지. 하지만 리리를 만나는 순간, 사랑하게 된 이상, 나는 어찌 해볼 도리가 없었다. 정말로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아 버린 이상 이제 가짜를 원래대로 돌릴 수가 없게 된 것이다."(p.66) 와타루는 분노하고 현기증까지 느낀다. 현세의 아버지에게 듣지 못했던 말마저 야콤은 당당하게 말하고 있다.

와타루의 분노는 '인격의 분열'이라는 극한 형태로 분출된다. 즉, '환영의 와타루'와 '와타루'가 분리되는 것(p.77)이다. 이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와타루가 비전으로 오게 된 근본이유를 고려해 본다면 분노 그 자체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격의 분열은? 이렇게 이해했다. 와타루는 아버지 미타니 아키라에게 분노를 느끼지만, 뭐라해도 미타니 아키라는 자기 아버지이다. 자기 존재의 근원인 아버지를 마냥 부정할 수도 없는 갈등이 그의 인격을 분리시켰으리란 것이다. (사실, '인격의 분열'이라고 단정짓기도 모호한 측면이 있고, 나아가 '와타루의 환영'의 이어지는 행동이 실제인지 단순한 꿈인지도 모호)

야콤과 리리 얀느와의 조우는 모호하게, 또 비극적으로 끝이 나고, 와타루는 자기가 아버지를 죽인 것일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환영을 보고 고열에 시달리던 와타루를 사사야 국립 천문대 소속 연수생인 별읽기 전문가 '싱 슨시'가 도와준다.(p.85) 싱 슨시의 도움으로 회복한 와타루는 헤어졌던 키키마, 미나와 사카와 마을에서 감격적으로 재회(p.122)한다. 계속되는 와타루의 비전 여행. 아니 고행.

와타루 방에서 들려오던 정체불명의 여성목소리, 기억 하는가? 충격적인 메시지와 함께 다시 등장(p.133)한다. 그녀가 전하는 충격적 메시지는 크게 두가지이다. 첫째, 비전의 여신은 스스로 길을 찿아 '운명의 탑'에 도착한 여행자의 소원을 들어준다. 하지만 단 하나의 소원뿐이다. 둘째, 두 사람의 여행자가 비전에 오게 될 경우, 한사람은 반신이 되어 몸을 바쳐야 한다. 한마디로 미쓰루와 와타루중 한명은 살아서 비전을 떠날 수 없다는 얘기. 와타루는 충격이 빠지고, 정체불명의 목소리는 이런 얘기까지 한다.

"여신님을 없애는 거야. 그리고 네가 비전의 왕이 되면 좋겠어. (중략) 현세와 비전은 방패의 겉과 속이야. 거울의 안과 밖. 비전을 다스린다는 것은 현세 역시 움직일 수 있다는 소리야. 애초에 그렇지 않았다면 어떻게 여신이 현세 사람들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겠어."(p.140) 와타루는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하지만 목소리의 이런 말은 나중에 와타루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은 느낌. 계속 지켜보자.

와타루일행은 별 읽기전문가인 바크 상 박사를 찿아가고(p188), 우연히 위험에 처한 그의 제자인 로미를 구하게 된다. 바크 상 박사의 도움으로 현세를 잠시 다녀올 수 있게 된 와타루. 어머니와 큰아버지와의 눈물겨운 재회. 과연 언제쯤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올 수 있을까? 언제쯤 웃은 가득한 가족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수인 키키마, 냥이족 미나와 함께 하는 여정은 계속된다. 4권을 기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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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 인명사전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세계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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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파비앙을 죽인 건 잘한 일이야. 그는 고약한 남자는 아니지만 너무나 평범해. 그에게 평범하지 않은 것은 권총뿐이었어. 하지만 그는 결국 그 권총을 아주 진부하게 사용했을거야. 동네 불량배들을 위협하거나 아기 장난감으로 만들었을 거라고. 아이에게 탕기나 조엘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건 그 애에게 진부한 세상, 이미 닫혀 있는 시야를 주는 것과 다름없어. 하지만 난 내 아기가 힘껏 무한을 품었으면 좋겠어. 내 아기가 그 어떤 제약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 아이에게 특별한 운명을 약속하는 이름을 주고 싶어."-17쪽

몰리에르의 작품 <인간 혐오자> 속에서 젊고 예쁘고 매력적인 셀리멘은 늙고 신랄한 아르시노에의 비난을 듣는다. 질투로 새파래진 아르시노에는 셀리멘에게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과시해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러자 셀리멘은 너무나도 유쾌한 방식으로 그에 대응한다. 하지만 몰리에르가 아무리 천재적인 솜씨를 발휘했다 한들 무슨 소용인가. 그로부터 거의 4세기가 지난 오늘날까지도, 거울 앞에서 미소짓고 있는 미녀들에게 사람들은 우울하고 금욕적이고 교훈적인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나는 거울 속에 비친 스스로의 모습을 보며 기쁨을 경험한 적이 없지만, 그런 은총이 주어졌다면 그 무구한 즐거움을 결코 거부하지 않았으리라. 이 여담은 무엇보다도 전 세계의 아르시노에들을 위한 충고이다. 사실 그런 일을 어떻게 비난할 수 있단 말인가? 그 행복한 여자들이 자신의 아름다움에 흠벅 취한다고 해서 누구한테 해가 된단 말인가? 오히려 그들은 자신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서글픈 상황에 처한 우리에게 은혜를 베풀어주는 셈이 아닐까? (이어짐)-37,38쪽

내가 여기서 말한 미인이란 거짓 아름다움으로 다른 사람들을 경멸하고 배척하는 이들이 아니라, 자신의 모습에 소박하게 매혹되어 그 자연스러운 기쁨을 다른 이들에게도 전하고자 하는 이들을 말한다. 만약 아르시노에들이 셀리멘들을 거세게 비난하면서 자신들의 외모에서 그나마 봐줄 만한 부분을 부각시키려 애쓴다면, 그들은 두 배로 추해질 것이다. -38쪽

"나는 내리는 눈에게 나 자신을 내주었어. 내가 눈 아래 눕자 눈은 내 주위에 대성당을 지었지. 눈이 천천히 벽을 만들고, 이어 둥근 천정을 만드는 것을 나는 지켜보았지. 나는 나만을 위해 지어진 대성당 안에 누워 있는 조각상이었어. 이윽고 문이 닫히고 죽음이 나를 찿아왔지. 죽음은 처음에는 하얗고 보드라웠지만, 검고 단단해졌어. 죽음이 나를 데려가려는 순간, 내 수호천사가 와서 나를 구해준 거야."-84쪽

수업 첫날 오페라 무용 학교 수습생들은 갑자기 어린시절을 강탈당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루 전만 해도 그들의 몸은 물과 배려와 사랑을 듬뿍 받는 식물이었다. 나무의 성장은 멋진 미래를 약속하는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현상으로 권장되었고, 가족들은 비옥한 토양이 되어 주었다. 삶은 느릿하고 포근했다. 하지만 하루만에 그들은 그 촉촉한 부식토에서 뽑혀 나와 메마른 세상에 내팽겨쳐졌다. 매서운 눈길을 한 전문가가 이 줄기는 더 길어져야 하고 이 뿌리는 다듬어져야 한다고 독단적으로 판단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들은 그렇게 될 터였다. 이곳 사람들은 그런 기술에 정통한 이들이었던 것이다.-110쪽

플렉트뤼드는 이내 몇 가지 의문에 휩싸였다. 그 애가 그 학교를 입학한 것은 발레리나가 되기 위해서였지, 자는 것이 최고의 소원일 정도로 삶의 즐거움을 잃어버리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이곳에서 그 애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춤을 추었지만 춤을 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 애는 마치 쓰는 일을 금지당한 채 줄곧 문법만을 공부하고 있는 작가가 된 것 같았다. 물론 문법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결국 글쓰기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닌가. 목적을 빼앗긴 그 애는 하나의 부호에 불과했다. 오페라 무용 학교에서 보낸 그때처럼 그 애가 자신이 발레리나 같지 않다고 느낀 적도 없었다. 얼마 전까지 받았던 발레 수업에서는 조금이나마 안무법을 구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곳에서는 연습뿐이었다. 이곳의 보조봉은 갤리선을 연상시켰다.-113쪽

"이곳을 왜 '에콜 더 라'(쥐들의 학교)라고 부르는 줄 알아? '쥐'라는 게 학생들을 가리키는 것 같지만 사실은 교사들을 말해. 그래, 그들이 바로 커다란 이빨로 발레리나들의 속살을 갉아먹는 비열한 쥐들이야. 학생들에겐 발레에 대한 열정이 있지만 교사들에겐 거의 없어. 쥐의 본분에 충실해 우리를 갉아먹는 데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야. 쥐란 인색한 존재를 뜻해. 돈에만 인색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름다움에, 즐거움에, 삶에, 춤 자체에 인색한 거야! 그들은 입으로는 춤을 사랑한다고 하지! 하지만 천만에, 그들이야말로 춤의 가장 큰 적인걸! 그들은 춤을 증오하기 때문에 선택된 이들이야. 그들이 춤을 사랑한다면, 우리가 이렇게 힘들 리가 없어. 학생들은 교사가 좋아하는 것을 자동적으로 좋아하게 되어 있어. 여기에서는 우리에게 초인적인 것을 요구하고 있어. 교사들 자신은 예술을 증오하면서 우리에게는 그들의 졸렬한 정신이 하루에도 백 번씩 배반하는 예술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라고 요구하니 말이야. 춤이란 비상이자 우아함, 너그러움. 절대적인 헌신이야. 쥐들의 정신 상태와는 정반대라고."-118쪽

살인은 인간의 몸을 가지고 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성행위와 비슷하다. 성행위의 경우, 끝난 다음 그냥 가버리면 된다. 하지만 살인은 그런 손쉬움을 허락하지 않는다. 살인이 성행위보다 당사자들 사이에 휠씬 강한 유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1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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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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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이하다. <적의 화장법>은 지금까지 읽은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 중 유일하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특유의 생생한 대화체, 뻔뻔스런 캐릭터는 여전하다. 하지만 자꾸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뭐지? 뭘까?'

비행기 이륙시간이 지연되어 공항대기실에서 시간을 보내던 '제롬 앙귀스트'. 그에게 누군가 말을 건낸다. "비행기 이룩 시간이 이런 식으로 지연되는 건 정말 지긋지긋합니다. 안 그렇습니까?"(p.8) 낮선이의 갑작스런 질문에 그는 귀찮아 하지만, 이 남자는 끊이없이 떠들어 댄다. '공항은 질색이라는 둥' '자기 이름에 대해 주절주절'(그의 이름은 '텍스토르 덱셀) '어린시절 고양이 밥먹이기 일화' 그리고, 충격적인 행각까지…

'텍스토르 덱셀'의 광기와 집착, 궤변은 뻔뻔스러움의 극치이다. '정조를 갖춘 강간범' '강간은 사랑'운운은 어이가 없을 지경. 아무리 정신이 외출했다 해도 저럴수가. <오후 네 시>의 베르나르뎅도 저 정도는 아니었다.

이야기 몇몇 곳에 스피노자, 파스칼, 막스 스티르너등의 사상이 언급되며, 이야기 후반(p.126이하) 반전이 있다. 정신이상자 '텍스토르 덱셀'의 너절한 행각과 고백이, 철학적 문제로 까지 확대되는 부분. 글쎄,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지금까지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을 읽으며, 공감하고 감탄했지만, 이 부분은 의문이다.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아멜리 노통브의 철학적 사유를 이해하기엔 내 능력이 따라주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뭐 아무튼.

또한 <적의 화장법>을 읽으며 아쉬웠던 것은, 구성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란 점이다. 특히 '제롬 앙귀스트'와 '텍스토르 덱셀'의 관계, 후반부 반전의 불가이해성은 이런 느낌을 더욱 심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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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7-11-27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의 화장법이 제가 처음 읽은 아멜리 노통브의 책이었군요..^^
아쉬운 독서였나봐요.흐흐흐..

쥬베이 2007-11-27 22:16   좋아요 0 | URL
시즈님께는 그런 의미가 있는 책이네요^^
저는 약간 아쉬웠어요~
 

곧 만나게 될 책, 막 내 품에 안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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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약속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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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내지 마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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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의 힘-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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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365, 똑바로 좀 해라.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이 없어서 그냥 비싼걸로 골랐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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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바스를 생각하라
이언 M. 뱅크스 지음, 김민혜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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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적 진화> 대신으로 선택. 열린책들 양장본 좋아~
급진적 진화- 과학의 진보가 가져올 인류의 미래
조엘 가로 지음, 임지원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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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이 책상태 안좋다고 해서, 결국 교체된 책. 나하고 함께 할 운명이 아니었나보다
기나긴 혁명
레이먼드 윌리엄스 지음, 성은애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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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FK 케네디 평전 1
로버트 댈럭 지음, 정초능 옮김 / 푸른숲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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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두껍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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