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돌
이시다 이라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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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알려진다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인지된다는 것은 절대적인 일회성을 갖는다. 사람들은 알고 있거나, 알게 된 것을 반드시 봉인한다. 그 봉인은 평생 동안 벗져지는 일 없이 마치 타투 같은 각인이 된다.-72쪽

바로 전력을 다해 달렸다. 바람이 달리는 등을 밀어 주었다. 이런 모든 행위에 의미는 없다. 요리의 완벽한 육체도 언젠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다. 그것은 세월이 지나 MG의 게임을 누구도 플레이하지 않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순간, MG는 커다란 소리로 부르짖으며 이 세계를 비웃고 있었다. 이 순간의 흥분이 모든 것이다. 동이 트려면 아직 멀었다. 모는 것이 하얀 빛으로 바랠 때까지 전력으로 질주하면 그만이다.-134쪽

풍화되어 모서리가 닳은 콘크리트로 된 호안 끝이었다. 높이 맑게 갠 가을 하늘. 구름은 엷은 유백색 층을 이루며 하늘 아래 절반을 덮고 있었다. 마른 햇살이 만물 위에 고른 빛을 뿌려 주고 있었다. 짙은 주름으로 어두운 물결을 일으키고 있는 도쿄 만, 거대한 원형의 오르막길과 그 끝에서 원을 그리고 있는 레인보우 브리지, 건너편 해안의 장난감 같은 빌딩들과 수많은 공장 설비들. 특수한 해상도로 그려진 컴퓨터 그래픽의 거리였다. 자신의 팀이 <여신도시>에서 만들었던 것은 이런 이미지가 아니었을까?-2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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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돌
이시다 이라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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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마다 스타일이 있기에 제목만으로도 대충 내용이나 소재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시다 이라의 <도쿄 돌>은 무슨 내용인지 짐작조차 어려웠다. 뭐낙 다양한 느낌의 소설을 선보이는 그 아닌가? 살짝 만화 '쵸비츠'와 유사한 설정이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 그건 아니었다.

수백만장이 팔린 메가히트게임 '여신도시'의 기획, 제작자인 'MG'(사가라 가스토), 편의점 알바하다 MG에 눈에 띄는 '미즈시나 요리'가 주인공이다. MG는 편의점에서 요리를 발견하고 게임 '여신도시'의 모델활동을 제안(p.22)한다. 그것도 월 50만엔이란 파격적인 갤런티를 약속하고…. 그렇다. MG는 최고급 제품에 외제차를 가진, 쇼핑따위는 질릴 정도로 돈많은 남자다. 갑작스러운 MG에 제안을 요리는 받아들인다. 미용학원 등록금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그녀에게 MG의 제안은 달콤한 유혹이었다.

MG와 요리의 관계를 분석해 보자. 도대체 왜 MG는 요리같은 평범한 여성을 모델로 선택한 걸까? 일단 섹스파트너같은 '다른 꿍꿍이'는 원인에서 배제해도 될 듯하다. MG는 예쁜 여자친구-고테가와 히로카-가 있는데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여자를 곁에 둘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돈 많은 자의 객기일까? 요리도 저것이 궁금했나 보다. MG에게 대놓고 묻는다. "왜 나였어요? (중략) 왜 나라는 인간을 선택했'(p.75)나요?" "요리의 어느 부분이 딱 다가왔는지 설명하는 일은 아직 불가능한 것 같아."(p.76) 다소 맥빠지는 답이지만, 평범한 여직원에게 반하는 재벌2세의 모습을 연상하면 얼추 이해될 듯도 하다.

다른 인물들을 살펴보자. 요리의 남자친구 '요시토시', MG의 여자친구 아니 약혼녀 '고테가와 히로카', MG의 회사 '디지털 아미'의 공동대표 '미네쿠라 가쓰미'등. 요시토시는 요리를 지키게 위해 MG를 위협하는 불량배로 돌출행동이 우려되는 인물이다. 그는 MG에게 이상한 말을 꺼낸다. '요리에게는 특별한 힘이 있으며 자기의 목숨도 구해준 일이 있다'(p.34)는 것이다. 요리가 가진 특별한 힘? 과연 무엇일까? 이 부분은 나중에 읽을 분을 위해 남겨두겠다. (요리가 직접 자신의 능력을 말하는 부분 p.119 참조하시길)

MG와 요리가 함께 작업하는 부분은 인상적이다. 빌딩 뒤 네온사인, 고즈넉한 도쿄의 밤, 그리고 두 남녀…근사한 도시적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둘은 점점 단순한 업무관계를 넘어 깊은 남녀관계까지 발전하고, MG를 둘러싼 네남녀의 갈등은 증폭된다. 이들의 미묘한 관계가 소설의 한 축이라면 다른 하나는 기요카즈 그룹의 '히로나가'와 관련된 이야기다. 히로나가는 제안한다. '디지털 아미'와 기요카즈 그룹의 '엣지'가 손을 잡고 세계시장을 진출하자고. 히로나가에 적극적인 제안에 흔들리는 디지털 아미. 히로나가의 속내는 과연 무었일까? 네남녀의 애정관계는 어떻게 결말을 맞을지?

<도쿄 돌>을 통해 이시다 이라는 또 하나의 작품세계를 선보였다. 도시적 감각이 넘쳐나는 세련된 이야기, 읽는내내 즐거웠다. 위에 소개한 것은 그야말로 극히 일부분이다. MG와 요리의 만남과 사랑, 갈등, 히로나가의 음모까지, <도쿄돌>은 매력적인 요소가 넘쳐난다. 이시다 이라의 참 맛을 느껴 보시길.


* 사가라 가스토는 왜 'MG'라고 불리는 걸까? "MC는 마스터 오브 세레모니, MG는 마스터 오브 게임. 나는 게임의 기획, 원안, 시나리오, 감독 일을 모두 하고 있어. 그래서 어느 새 모두들 MG라고 부르게 되었지. 알겠어?"(p.19) 어 알겠어. 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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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8-02-19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볼까말까 하고 있었는데, 재밌나보네요~?ㅇ.,ㅇ

쥬베이 2008-02-19 17:17   좋아요 0 | URL
네^^ 재미있어요,
큰 기대는 안하고 봤는데, 도시적인 드라마 한편을 본 느낌입니다^^
 
악보 넘기는 남자
이청해 지음 / 문이당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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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 넘기는 남자>는 탄탄한 작품집이다. 수록되어 있는 7편의 단편 모두 고른 완성도를 보여준다. 등장인물 대부분이 30,40대 중년이라는 점, 인생의 쓸씁함 특히 밥벌이 문제가 바닥에 깔려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청해작가는 이제껏 알지 못했는데, 다른 작품들도 빨리 접하고 싶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오후의 빛], [두 사람], [생의 한가운데].

[오후의 빛]은 작품 전반에 흐르는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놀라운 작품이다. 큰 욕심없이 좋아하는 테니스 하나만으로 행복을 찾는 교사 강희섭, 그에게 옛 동료였던 신선영이 연락을 한다. 전에 근무했던 은산학교에 가고 싶다는 것. 선영과 만나 추억을 반추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점점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데…

[두 사람] 잠이 들어 종착역을 지나쳐 버린 두 남녀, 열차가 기지창에 들어가기 전 겨우 내린다. 하지만 그들이 내린 곳은 길도 나 있지 않은 외딴 곳. 여자의 말을 들어보자. '서울에 어떻게 이런 장소가 있었을까? 시간이라는 필름을 40년이나 50년쯤 거꾸로 돌린 것 같았다. 하천 부지인지 야산 자락인지 불모지인지 알 수 없었으나 주변은 온통 잡초들이 거칠게 우거져 있었고, 자갈밭과 어빡자빡한 둑, 둔덕, 물 고인 웅덩이들이 지옥으로 가는 길목처럼 얼기설기 버티고 있었다. 유에프오를 타고 불모의 혹성에 불시착한 기분이 이럴까.'(p.132,133) 불모의 혹성을 헤쳐나오는 두 남녀의 이야기. 흥미롭다.

[생의 한가운데] 여고졸업 25주년 기념행사 뒤풀이에서 다시 만난 여고동창 윤주. 홀로 자식을 키우며 힘들게 살아왔던 '나'에 반해 윤주는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다. 뒤풀이 후 윤주에게 연락이 오고 둘은 자주 만나게 된다. 쇼파위에 누워 있는 윤주를 보며 자신을 발견하는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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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8-02-18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지금 읽고 잇는 피아노치는 여자와 어쩐지 커플같은 제목...^^

쥬베이 2009-07-24 22:25   좋아요 0 | URL
ㅋㅋ그렇네요^^
<피아노치는 여자> 찾아보니 노벨문학상 수상작, 나중에 읽어야지ㅋㅋ
 
안개 낀 대륙의 아틀라스
이흐산 옥타이 아나르 지음, 이난아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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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단 말밖에 할 수 없다. 환상적인 터키의 분위기, 수많은 인물과 사건이 얽혀 있는 치밀한 구성, 흥미진진함, 나아가 철학적 사유까지,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이흐산 옥타이 아나르' 앞에서 '당대의 이야기꾼'이니 하는 수식어는 우습게만 느껴진다. '터키 독자들이 꼽는 최고의 작가'라는 이흐산 옥타이 아나르, 그에게 말하고 싶다. 이제 한국에도 그를 최고로 꼽는 독자가 있다는 것을, 그의 작품을 손꼽아 기다리는 독자가 있다는 것을.

<안개 낀 대륙의 아틀라스>의 절묘한 구성은 경이롭다.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이야기가 등장인물사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한 사건이 다양한 인물들의 시점에서 어떻게 관찰되는지, 저자가 펼쳐내는 몽환적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를 연상시키는 구성.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알리바즈는 우준 이흐산 에펜디의 집이 예니체리들에 의해 파괴되는 장면을 목격(p.86)한다. 여기에선 제3자격인 알리바즈의 관찰만이 제시될 뿐, 그 이상의 설명은 없다. 읽는 입장에서도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넘기게 된다. 그런데, 우준 이흐산 에펜디의 아들 '뵌야민'이 땅굴부대에서 활약하다 사고를 당한 직후 서술(p.117)에서 왜 예니체리들이 뵌야민 아버지의 집을 파괴했는지 이유가 밝혀진다. 결국, 이 사건은 이후 이어지는 뵌야민 행적의 근본원인이 된다. 한편, 뵌야민이 첩자 쥘피야르에게 받게 되는 '의문의 동전'은 변장의 달인인 도둑 '흔즈르예디', 정보기관의 수장 '에브레헤'등과 연관되어 이야기를 심화시킨다. 이러한 치밀한 구성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신비한 구성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페이지 전부를 채울 수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지기 때문에 줄거리를 요약 정리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어렵다. 일단 등장인물 면면을 살피는 것으로 만족하자. '아랍 이흐산' 뵌야민의 진외종조(아버지의 외삼촌이라 함)인 쾌남아, '우준 이흐산 에펜디' 소설의 주인공격인 인물로 세계지도를 만들려고 한다. (소설의 끝부분과 관련 '우준 이흐산 에펜디'에 대해서는 더 이야기할 게 있다. 추후 언급) '알리바즈' 도둑질을 하다 아합 이흐산에게 붙잡힌 아이. 아이들을 이끌고 '아이들의 반란'이라 불리는 사건을 주도하게 된다. '뵌야민' 우준 이흐산의 아들. 땅굴부대에서 활약하다 얼굴에 심한 상처를 입는다. 사실상의 주인공. 이외에도 '쥘피야르', '와르다페트', '쿠베릭', '흔즈로예디', '에브레헤'등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넘쳐난다^^

이런 염려도 할 수 있다. '뫼비우스의 띠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구성이 혹시 소설을 산만하거나 지루하게 하진 않을까?'라는. 전혀. 터키 최고의 작가 '이흐산 옥타이 아나르'를 무시하는 걱정이다. 이 책을 손에 잡은 이후 다른 생각은 전혀 할 수 없었다. 이슬람 특유의 이국적 분위기와 놀라운 이야기전개에 빠져 버린 것이다. 생소했던 등장인물의 이름조차도 읽어 갈수록 친근해졌을 정도니…

<안개 낀 대륙의 아틀라스>는 '우준 이흐산 에펜디'가 아들 뵌야민에게 보내는 편지로 끝을 맺고 있다. 이 부분은 '이흐산 옥타이 아나르'가 선보인 독특한 구성의 절정이자 마침표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편지에는 '우준 이흐산 에펜디가 뵌야민에게 <안개 낀 대륙의 아틀라스>라는 책을 주었다'고 나온다. 저 책은 지금껏 우리가 읽었던 이 소설과 '같은 소설'이다. 이제까지 소설 속 등장인물에 지나지 않던 두사람이 소설 밖으로 나와 소설자체를 이야기 하는 것이다. 추리소설의 '반전'처럼 놀라운 이야기. 나아가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두사람의 실제 경험인지, 꿈인지도 의문이 제기된다.

아버지의 편지를 읽고 난 뵌야민의 마지막 모습을 볼 때, 이 환상적인 작품은 아버지-우준 이흐산 에펜디는 저자의 다른 모습으로 볼 수도 있다-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인생이야기이자, 보여주고 싶은 세계이다. 그것이 꿈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안개 낀 대륙의 아틀라스' 그 미지에 세계를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헤쳐왔다는 사실, 아버지의 마음이 아들에게 전해졌다는 사실, 그것이다.

<안개 낀 대륙의 아틀라스>, 대단히 매력적인 책이다. 그 이상의 수식이 무의미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이 작품이 포괄하는 흥미로움, 문학적 완성도, 몽환적 분위기등은 격을 달리 한다. 왜 터키 독자들이 이흐산 옥타이 아나르를 최고의 작가로 꼽는지 그 이유를 알았다. 이 작품의 제목을 듣고도 읽지 않는다면 평생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 이난아 역자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난 터키어도 모르고, 원문을 읽을 능력도 없다. 하지만 느꼈다. 이난아님께서 이 작품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셨는지를. 깊이있는 각주덕에 터키 고대어, 관직명등을 이질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또한 문장은 얼마나 부드럽고 깔끔하던지…이런 멋진 작품의 진면목을 접할 수 있던 건 이난아님의 뛰어난 번역덕이다. (뒤에 실린 이난아님의 글을 보니 '정확한 작업을 위해 저자와 수차례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토론에 토론을 거듭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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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8-02-17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작가 이름이 난해해서 입으로 읽어보게 되었다는!!!^^;;케케

쥬베이 2008-02-17 08:49   좋아요 0 | URL
ㅋㅋ 저도 첨에 그랬어요. 참 독특한 이름^^

lazydevil 2008-02-18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되는 작품이군요. 쥬베이님 글을 읽고 역자의 약력을 살펴보았더니 더욱 신뢰가 생겼습니다. 터키에서 우리말을 가르치던 분이시더군요^^ 성실한 번역은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읽는 것도 즐겁습니다.

쥬베이 2008-02-18 21:16   좋아요 0 | URL
네^^ 이난아님 정말 유명한 분이세요.
오르한 파묵부터 터키작품은 거의 도맡아 우리말 작업하시는 분^^
이 책 꼭 읽어보세요. 정말 대단하답니다~
 
악보 넘기는 남자
이청해 지음 / 문이당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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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득 생각했다. 사람들은 모두 복권을 한 장씩 사서 자기는 꼭 당첨될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그게 '희망'이라는 무책임한 단어가 아닐까 하고.-116쪽

악보를 넘길 때 난 긍지를 느껴. 이렇게 좋은 음악을 사람들한테 들려주는 자리에 함께 있다는 것이 뿌듯해. 물론 내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되어 화려하게 연주 여행을 하며 음악을 들려주는 것보다는 못하지. 그렇지만 난 산골에서 태어났고 고등학교 2학년 때에야 처음으로 건반을 만져 보았어. 그것도 읍내 교회에서. 그런 내가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가 되는 건 무리잖아? 물론 윤이상 같은 이의 일생을 늘 생각하곤 해. 분명한 건 난 그 사람만큼은 재능이 없다는 사실이야. 열정도 부족한지 모르지. 그렇다고 해서 죽어야 하나?-122쪽

사람은 사람에게 우연히 영혼을 받치는 존재가 될 수도 있었다. 만남의 연줄이 이어지지 않아서 그렇지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끼리도 한순간 서로의 날개가 되어 줄 수 있었다. 그러나 걸치고 있는 조건들이, 의식이, 현실적인 계산이 늘 그것을 가로막았다. 이런저런 얼개를 빼버리면 결국 서로 기대고 비빌 수밖에 없는데도. 극한 상황을 벗어나자마자 본능처럼 불신의 옷을 도로 입는 것이다.-1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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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8-02-15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번째 글이 뭔가 가슴이 찡하네요...-_ㅠ

쥬베이 2008-02-15 23:19   좋아요 0 | URL
와 시즈님^^ 반가워요~~
<악보 넘기는 남자> 집에 굴러다니길래 하루종일 읽었는데, 정말 좋아요^^
이청해 작가, 찍어뒀습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