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A Marketing 헤라 마케팅
황인선 지음 / 은행나무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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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라 마케팅>은 그 제목하나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헤라 마케팅'이란, Housewives(전업이든, 겸업이든 현재 주부이면서), Educated(고등교육을 받았고), Reengaging(다시 시작할 수 있으며), Active(적극적이고 활동적이다)의 앞 이니셜을 딴 것이다. 다시말해 3542주부는 고학력 출신이면서 인생2막을 맞아 다시 변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활동적인 주부층이란 뜻이다. (p.38) 저자는 저러한 헤라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개념도입과 함께 주부의 입장에서, 여성적 감수성이 충만한 마케팅을 주장한다. 현재 마케팅 관련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저자는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쳐 간다.  

저자는 마케팅의 기본에 대해 설명한다. 마케팅에 대한 개념이 전무하던 내겐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 설명을 들어보자. '마케팅의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개념으로 3C와 4P를 꼽는다. 먼저 3C를 보자. 3C는 customer(소비자),competitor(경쟁사), corporate(우리회사)를 말한다. 마케팅 목표를 수립하기 위해 제일 먼저 분석해야하는 대상이다. (p.62) 저자는 이를 효과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마케팅사(史)의 명승부였다는 미원과 다시다의 마케팅대전(大戰)을 이야기한다. 요즘 다시다가 앞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기까지 마케팅차원의 저러한 엄청난 노력과 경쟁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다시다의 구체적 전략은 p.63을 참고하세요^^)

'3C분석을 하고 목표를 짰으면 구체적인 실행 방법이 나와야 한다. 그 방법이 4P다. 4P는 마케팅전략을 실행에 옳기는 기본요소로 product(제품), price(가격), place(유통), promotion(프로모션)을 뜻한다. 이것들은 각기 따로 노는게 아니라 서로 양념처럼 잘 섞여야 제 맛이 우러나온다. 그래서 흔히 4P믹스(mix)라고 한다' (p.65) 다시다측은 저러한 기본전제하에 여러가지 전략을 수립하는데 그 중 가장 핵심이 전원일기의 김혜자씨를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것이었다. 다시다측의 전략이 제대로 들어맞았음은 오늘날 다 아는 사실.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 바로 사람을 다루는 점을 소개한 부분인데, 사회생활하면서 바로 이 점이 가장 어렵다고 느끼던 나로서는 눈에 힘을 주고^^ 읽었다. '제일 하수는 겁을 주고 윽박지른다. 무서우니 따르니 가슴엔 배신을 키운다. 하수는 돈을 준다. 당장은 다르나 더 많이 주는 사람을 따르게 된다. 중간급 고수는 인간적으로 다가간다. '나 힘들거든, 우리 잘 해보자' (중략) 고수는? 비전을 공유한다. 같이 갈 길을 제시한다. 인간을 이기적이면서 동시에 이타적인 대상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고수다. 멋있는 비전을 두고 그 고수를 떠날 수 있을까? 과연, 서로 같이 비전을 키워나갈 거다'(p.93) 공감가는 말이다. 삼국지를 투영해서 음미하면 더 이해가 잘 될 것이다. 수많은 인재들이 조조를 따르던 이유와 무너져내린 원소, 원술, 공손찬등 다른 인물들이 패배한 이유. 조조는 확고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마케팅대전을 살펴보자. 그건 너무나도 유명한 OB맥주와 하이트맥주의 대결. 당시 시장은 OB맥주가 시장의 70%를 장악한 사실상의 독점구조였고, OB가 마음만 먹으면 크라운을 쉽게 무너뜨릴 수 있었다.(p.193) 조선맥주는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150m천연암반수로 만든 하이트'란 광고를 선보이는데, 다들 알다시피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저 성공의 바탕에는 마케팅의 '인식의 법칙'이란게 깔렸다. 인식의 법칙이란 소비자의 머리속에 있는 인식의 고리와 제품을 강력하게 연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 조선맥주측은 저온숙성맥주란 것을 강조하려 했단다. 그런데 한 카피라이터가 소비자들은 저온처리맥주란거에 대해 관심조차 없음을 강조하고, 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처럼 훌륭한 마케팅하나가 한 회사를 살리고, 시장형세를 역전시키기 까지 하니, 마케팅이 정말 대단하긴 대단한거 같다.

요즘 마케팅관련 서적이 정말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외국서적을 급하게 번역해 내놓거나, 판매만 의식해 함량미달의 책을 출간하는 예도 적지않다. 그러한 현실에서 이 책은 하나의 희망을 안겨줬다. 생생한 경험과 다양한 지식이 결합된 한국형 마케팅서적, 그것도 여성을 중심으로 한……이제 남은건 독자들의 선택뿐. 우리모두 <헤라 마케팅>속으로 빠져 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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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5-17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2007-08-24 1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옳다고 생각하면 행동하라 - 이종욱 WHO 사무총장이 글로벌 리더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전하는 33가지 메시지
권준욱 지음 / 가야북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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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WHO사무총장이었던 故이종욱님을 처음 알게 되었다. 책앞에 실린 그의 활동사진들을 보며 저런분을 왜 이제껏 몰랐는지 내 좁은 견문이 아쉽기만 하다. 의사인 그는  WHO 서태평양 지역사무처 한센병 자문관으로 국제기구 생활을 시작하여, 2003년 7월, 한국인 최초로 UN전문기구인 WHO의 6대 사무총장으로 취임한다. '아시아의 슈바이처'로 불리었던 그…그의 인생철학과 삶을 철학을 따라가보자.

이종욱박사는 자기만의 성공비결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내가 이 자리가지 올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묵묵히 참고 살아온 것이 가장 큰 장점인것 같아. 정말 나는 참는데는 이력이 나 있거든. 아무리 힘들고 괴로운 순간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내가 할 일을 하는 거야. 인생은 참는자가 승리한다네. 이건 내 경험이야' (p.30) 참는 것. 말은 쉽지만 정말 어려운 것이다. 세상을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인내의 순간을 경험하는지...돌이켜 보면 그 순간에서 참았을때는 결과가 좋았지만, 참지 못하면 항상 뒤끝이 안좋았다. 자기를 다스리고 참을 수 있는 것. 정말 대단한 능력이다. 이종욱 박사님이 주는 첫번째 메시지. 참아라! 참는자가 이기는 것이다.

'정말 싫어하는 사람일 수록 더 가까운듯이 대해줘야 해. 만약 원수라도 확실하게 제거할 수 없다면, 겉으로라도 더 사이좋게 지내야 해. 싫어하는 분야의 책도 열심히 읽고, 누구나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는 없잖아. 그렇게 사는 것이 인생인 듯해' (p.73) 일본의 나카지마 박사가 사무총장에서 물러나고 브룬트란트 박사가 새로이 사무총장이 되면서 이종욱박사는 한직으로 물러나게 된다. 그리고 예방백신국 직원들로부터 얼마나 냉대를 받았는지, 나중에 사무총장이 된 그에세 결제맞으러 오길 꺼렸다 한다. 자신들이 그렇게 박대하던 사람이 조직 최고위치에 올라있으니…. 그렇지만 이종욱박사는 위에 언급된 싫어하는 것을 대하는 방법대로 이를 유연하게 받아들인다. 권력과 부를 따라 변하는게 인심이라고 유명한 국제기구 직원들이라고 다를바 없구나.

소문을 조심하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귀 기울여 들을만한 이야기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정말 터무니없는 소문이 나돌기도 하고, 음해,중상모략등등 음모,배신이 판치는 정말 정 떨어지는 일이 많다. 하물며 전 세계인의 건강을 책임지는 국제기구에서는 오죽하겠나? 이종욱 박사는 저러한 소문이나 스캔들관리를 철저하게 했다. WHO직원들 뒤에는 각 회원국들이 자리하고 있기에, 자기만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전임 총장이었던 일본 나카지마 박사의 경우, '강의료를 챙기러 일본에 너무 자주간다' '식사를  괜히 비싼데서 한다'(p.148)등등의 말들이 많았다고 한다. 주변의 너무나 보는 눈이 많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대인관계와 이미지가 사회생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오늘날, 이종욱박사의 저런 철저한 자기관리는 본받을 만하다.

사실, 이 책을 처음 읽을때 어느 특정인물에 대한 미사여구 총 동원식 찬양물(?)은 아닐까 잠깐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이종욱박사님의 이야기를 넘어 보다 보편적인 교훈을 선사한다. 책 제목처럼, 옳다고 생각한다면 행동할 수 있는, 더 멋진 우리가 되었음 하는 바램을 가지며, 즐겁고 유익했던 故이종욱박사님과의 만남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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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보낸 백 년
조용미 지음 / 샘터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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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양장도서에 광적호감을 가지고 있는 내게 150페이지 남짓한 작디작은 이 책이 곱게 보였을리 없다. 두께나 겉모양이 그 책의 깊이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건만, 아직껏 저런 취향을 버리지 못하였으니…쩝. 그렇다. <섬에서 보낸 백 년>에 대한 첫인상은 딱 저 정도였다. 허나 보면 볼수록 예뻐보이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묘하게 정이 가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이 또 그러하였으니 내 속을 내가 알다가도 모르겠다.

<섬에서 보낸 백 년>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외딴섬에서의 여유와 고독을 아름답고 유려한 문체로 승화시킨 작품' 이라고나 할까…. 칭찬과 미사여구가 조금 민망하기는 하지만 이 책은 그만한 칭찬을 들을 자격이 있다. 작품 전체에 녹아있는 저자의 시적인 문체는 날 사로잡았다. (문체가 너무 아름다워 살펴보니 저자는 시인이군요)

'살금살금 도둑고양이처럼 빈집에 들어간 나는 동백나무 아래 펼쳐진 한뼘만한 머위밭에 쪼그리고 앉아 또 한참을 머물다 이번엔 멀리서 새들이 지져귄다. 이제 하루가 저물어가고 있다고, 곧 해가 진다고, 사람도 시간도 마냥 너를 기다리지는 않는다고.'(p.37.38) 문장하나하나가 전부 시라고 해야 할 정도로 감미롭고 아름답다.

이 책은 저자가 남해의 어느 섬에서 보낸 봄 한철의 기록이다.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그 섬에서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을 모르고 지냈다. 대신 바람과 나무와 햇빛과 달빛과 바다와 등대와 먼 섬들과 고깃배와 물고기들과 안개와 비와 돌담과 벼랑과 가물거리는 불빛과 짙푸른 밤들과 함께 했다.(저자의 말중) 문명의 이기를 떠나 자연속에서 그녀가 느낀 것은 무었일까? 고요? 평온? 외로움? 저자가 '남해의 어느섬'에서 자연과 하나가 될 때 난 어디서 무얼 했는가를 떠올렸다. 그랬군. 그때 난 너무도 다른 지구 한귀퉁이에서 아둥바둥 삶의 한페이지를 끄적이고 있었다. 너무도 다르게….

저자는 자연속에 머물러만 있지 아니하고, 자연과 함께하며 친해지길 꿈꾼다. 난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날이 개고 학꽁치를 잡으로 나갔다. 밑밥을 던지고 조금 지나자 물 밑으로 학꽁치 떼가 몰려들었다. (중략) 학꽁치는 매끈하게 반짝이는 은빛비늘아래 형광빛이 도는 선명한 노란 옆줄과 밝은 코발트빛 눈꺼풀을 하고 있었다. 저를 잡았던 손바닥 가득 투명한 비늘과 비린 내음을 묻혀 놓고 풀쩍 바다로 뛰어내린, 내가 놓친 학꽁치는....'(p.42) 그녀에게 있어 이 섬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S가 주인과 함께 공룡머리쪽으로 내려가고 한나절 방에 가만 낮아 있으니 새들이 아무도 없는 줄 알고 내려와 저희들끼리 모여 마구 지저귄다. 염소들도 마당에 잔뜩 들어와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다. 나는 그들의 평화로움을 깨지 않으려 한동안 꼼짝 않고 없는 듯 있었다.'(p.47)

문명의 이기를 떠나 자연과 함께 하는 그녀에겐 멸치하나도 새롭고 소중하다. '배를 타고 섬을 한바퀴 돌았다. 배가 동굴쪽으로 천천히 들어가 멈추어 있을때 물밑을 보자 멸치떼가 은빛으로 일렁였다. 멸치가 이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멸치가 물 밑에서 뿜어내는 은빛이 수면에서 햇살과 만나 눈이 시리고 부셨다.'(p77) 묘사하나하나가 생동감 넘처서 은빛을 뽐내며 요동칠 멸치떼 모습이 머리속에 그려진다.

위에서 나의 양장도서에 대한-그것도 두꺼운-이유없는 편애를 고백했는데, 이 책은 내게 그러한 편애가 얼마나 근거없는지 이야기 해주었다. 근래 읽은 책 중 가장 감미로운 묘사와 서정성을 보여준 작품이라 생각한다. 책읽는 내내 난 저자가 있던 '남해 어느 섬'에 가 있었다. 저자를 멀리서 바라보며 함께 자연을 느꼈다. 저 한마디로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설명되었을거라 믿는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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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지식인의 글쓰기 노트 - 글쓰기에 대한 사유와 기록 조선 지식인 시리즈
고전연구회 사암, 한정주, 엄윤숙 지음 / 포럼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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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지식인의 글쓰기 노트'라...흥미를 유발하는 제목은 이 책을 손에 잡게 했다. 그리고 내 기대는 헛되지 않았다. 일단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 "<조선 지식인의 글쓰기 노트>에는 박지원,이덕무,이수광,이익,정약용,홍길주,홍석주,허균등 한 시대를 풍미한 숱한 문장가들의 글과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이 글과 이야기들은 그들이 지은 저술이나 문집에서 추려 낸 것입니다."

한마디로 옛 선인들의 '글쓰기,문장'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베울 점을 전달하려는 것이다. 한 두페이지 분량인 짧은 꼭지의 글을 소개하고 끝부분에 엮은이의 생각이 다른색 명암으로 들어가 있다. 짧은 글들이 모아져 있어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특히 평소에 잘 알지 못하던 선인들의 글과 사상을 접할 수 있었는데, 인상적인 것인 최한기의 글이다. 최한기는 참된 문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참으로 문장이란, 나라에서 관리를 뽑는 선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마음속으로 깨달아 얻는 것이 넘치면 스스로 문장은 이루어진다. 이렇게 되면 애써 문장을 꾸미려고 하지 않아도 문장은 저절로 살아 움직이는 빛을 발하고, 일일이 항목을 나누지 않아도 사물의 이치가 넓고 밝게 통하게 된다' (p.22) 어느시대나 시험만을 위한 학문은 존재했나보다. 최한기는 과거만을 위하 학문을 비판하고 마음속으로 느끼는 학문을 강조한다. 참으로 좋은 말이다. 최한기의 글을 곳곳에서 소개되는데, 가슴에 와닿는 부분이 많았다.

'마음의 편견을 버리라'는 이덕무의 글도 인상적이었다. '견문이 넓고 아는것이 많으면서 글을 쓰지 못한다는 것은 열매를 맺지못하는 꽃과 같다. 어느새 떨어져버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글을 쓰면서 널리 알지 못하는 것은 깊이가 없는 물과 같다. 어느새 말라버리지 않겠는가? (중략) 공정한 마음을 가져야 문장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다.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말로 다툴 필요조차 없다' (p.67) 이덕무는 편견없는 공정한 마음을 가져야 올바른 문장을 알아낼 수 있다 한다. 오늘날 정치색 넘치고 권력에 아부하는 글을 양산하는자들에게 꼭 들려 주고 싶은 말이다.

적어두고 계속 읽고 싶은 글도 많고, 가슴에 와닿는 내용도 많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 엮은이는 작은 꼭지의 글이 끝날때마다 엮은이의 생각을 한 두문장으로 언급하는데, 기대이하다. 이 책의 주 독자층을 중고등학생이라고 가정하고 쓴 것이면 모를까, 연애잡지에서나 볼 듯한 문장. 공감가지 않는 의견. 실망이다.

하지만 저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글쓰기에 대한 선인들의 숭고한 인식도 본받을만 했고, 사상도 새롭게 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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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5
조설근 외 지음, 안의운 외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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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4권으로 들어가보자. 초반부 핵심인물은 역시 보옥이다. 보옥은 많은여인들에게 둘러싸여 갈피를 못잡고 놀아나는데, 중심에 '청문'과 '습인'이 서 있다. 습인은 한마디로 아주 참한처자로 신분상 시녀이지만, 지극정성으로 보옥을 보살핀다. 청문은 대부인의 시녀였다 보옥의 시녀가 된 인물로 성격이 활달하고 직선적이다. 그녀의 직선적 성격인 다음장면에서 잘 나타난다. '보옥이 웃으며 부채를 건네주자 청문은 받아 들기가 무섭게 부채를 확 ?었다.' (p.19) 청문과 보옥은 아무이유없이 부채를 ?으며 웃고 노는데, 그 사이가 마치 연인같다.

보옥의 저러한 사리없는 행동은 금천아의 죽음으로까지 이어진다. 금천아는 역시 시녀로 보옥과 장난질을 치다(거의 보옥의 농간) 왕부인에게 쫓겨나고 결국 우물에 빠져 자살한다. 부잣집 도령의 장난질로 힘없는 시녀만 죽어나는구나. 마치 오늘날 돈많은 양아치를 보는듯한 씁쓸한 기분.

분위기를 바꿔서, '부용꽃 그림자 깨뜨리며 노를 저어가고/ 마름풀 꽃향기 대나무다리에 풍기도다' (p.188) 상운은 여러부인들에게 계수나무 꽃구경을 청하고, 한바탕 즐거운 잔치가 벌어진다. 보옥과 습인,대옥은 꽃게를 먹으며, 시를 짓고 노는데...저러한 평화로움 뒤엔 어떠한 사건이 벌어질지.

4권을 읽으며 새삼 감탄한 것은 바로 대돈방화백의 삽화다. 어찌나 이야기에 걸맞는 그림을 멋드러지게 그렸는지 그 생생감과 아름다움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특히 40회의 '유노파의 익살에 배꼽을 잡고 웃다' 삽화(p.253)는 잔치의 시끌벅적함과 흥겨운 흥취가 한껏 묻어나 읽는이를 한층 몰입하게 해주었다. 더불어 당시 의복과 생활용품들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어 홍루몽의 깊이 있는 이해를 도와주었다. 그럼 5권으로 넘어가자.

5권에서도 유노파는 계속 등장한다. 유노파는 대부인,왕부인의 나들이를 따르며 갖가지 음식들을 먹어대는데, 밀가루 과자를 보고는 '우리 동네에서 제일 솜씨있는 처녀가가위로 종이를 오려 만든대도 이토록 묘하게는 만들어내지 못할 거에요.난 먹고 싶어도 먹을 수가 없군요.'(p.16)라며 너스레를 떤다. 일행은 농취암으로 가고 젊은 여승 묘옥이 이들을 맞는다. 한편 술을 먹고 곤드레 만드레 뻗어버린 유노파-_- '...(중략)난데없이 코고는 소리가 집이 떠나갈듯이 들려왔다. 방안으로 들어가보니술내와 구린내가 코를 찌르는 가운데유노파가 태질을 쳐가며 자고 있지 않은가?'(p.28) 큰일났네 이거. ?고 난리가 났는데, 여기서 습인의 참한 모습이 빛을 발한다. 유노파를 위해 동산에서 잠깐 자고 었다고 말하게 하고 거짓말을 해준다.

지금까지 잠잠하던 희봉이 부각되기 시작한다. 한바탕 광풍이 휘몰아칠 징조가...희봉은 술을 마시고 평아의 부축을 받으며 회랑을 지나가는데, 희봉의 방에 딸린 시녀하나가 그들이 노는 것을 보고는 벌에라도 쏘인듯 돌아서서 내빼는 것을 목격한다. 희봉은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어 그녀를 불러들여 다그친다. '빨리 중문에 있는 사내아이 두어명을 불러서 밧줄하고 매를 들고 오래라. 주인도 안중에 없는 요 괘심한 년을 뼈가 부러지게 두들겨 패란 말이야'(p.88)

희봉이 이토록 화가난것은 주인인 자기를 보고도 인사는 커녕 도리어 도망을 갔기때문. 희봉은 특유의 거칠면서도 호방한 기세로 견습시녀를 닥달한다. 결국 실토하는 시녀. '마님, 이제 실토정을 하겠어요. 실은 서방님께서 안에 계세요. 저더러 마님께서 오시는가 망을 보고 있으랬어요. 그리고 연회가 끝나거든 이내 기별해달라고 그러셨어요. 견습시녀는 계속 말한다. '서방님께선 기물상자를 열고 은덩이 두개를 꺼내어 비녀 두 개를 껴서 저에게 맞기셨어요. 이걸 아무도 모르게 포이의 아내에게 갖다 주고 그 여자를 데려오라고...' (p.90) 그렇다. 희봉의 남편 가련이 바람이 난것이다. 여편네를 불러들이고, 시녀를 보내 망을 보게하다 희봉에게 딱 걸려버린 가련. 이 일을 어찌할까?

희봉은 포이아내의 머리칼을 휘감아 쥐기 바쁘게 마구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가련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문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고는 괜한 평아에게까지 화풀이하는 희봉, 평아는 분해 자살하려하고, 가련은 도리어 희봉을 죽일듯 날뛰는 연극까지 한다. 점입가경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상황.

이 부분에서 한가지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 중국여성의 지위이다. 물론 희봉이 집안의 살림을 도맞고 있는등 지위가 상당하다는 것을 고려해야겠지만, 전체적으로 중국여성의 지위가 상당히 높다는것을 알 수 있다. 시녀들로 등장하는 습인이나 평아등도 자신들의 신분적 한계안에서 최대한 개성을 발산하고 자유분방한 삶을 추구한다. 이런 모습은 우리의 소극적이고 순종적인 여성상과 크게 대조된다. 잘 알려져 있듯이 고려시대,조선초까지 대등했던 여성의 지위가 조선중후기로 가면서 급격히 격하된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아무튼 홍루몽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개성넘치고 활발한 활약은 홍루몽을 빛나게 하는 이유중 하나일 것이다.

그럼 6권으로 넘어가자. 여기선 평아의 속 깊은 면이 인상적이다. 평아는 견습시녀 추아가 팔찌를 훔쳤음을 송노파를 통해 알게된다. 하지만 문제가 커지면 여럿이 힘들어질것을 알고 적당히 둘러대고 보옥에게만 살짝이야기한다. 이야기를 들은 보옥은 평아가 자신을 살뜰하게 생각해준것이 즐겁고 한편으로 도둑질을 한 추아에 대해 화가 났다. 그래서 청문에게 말하지 말하는 평아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청문에게 말해버린다. 결국 적당한 때 추아를 내보내기로 하는 두사람.

홍루몽의 재미는 바로 저러한 인물들의 다양한 성격과 대조되는 인물간 갈등이 아닐까 생각한다. 속깊고 착한 평아와 직선적이고 날카로운 청문 또는 희봉. 특히 이 부분은 가씨집안 시녀들이 많이 등장해 그녀들의 성격과 핵심인물들과의 관계를 잘 헤아려 읽으면 더욱 흥미롭다. 특히 보옥이 이들과 어울려 벌어지는 사건이 많아 이 관계를 잘 파악해야 한다.

한편, 새로운 인물 자견이 등장하는데 자견역시 보옥의 시녀이다. 자견은 철없는 보옥에게 '앞으로 말씀으로만 하시지 손발일랑 남의 몸에 손대지 마세요. 남들눈에 얼마나 점잖치 않게 보이겠어요?'(p.186) 보옥은 자견의 진솔한 꾸짓음에 눈물까지 보이며 새로운 모습을 다짐한다. 한편 자견은 짐짓 대옥이 고향인 소주로 돌아갈거라 거짓말하고 보옥은 놀라 통 감각이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는데...

점점 재미를 더해가는 홍루몽. 7권을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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