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장자 코스 - 꿈이 현실로 바꾼 백만장자 마크 앨런의 성공 특강
마크 앨런 지음, 홍정희 옮김 / 비전하우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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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리 길지 않은 세월이지만, 지금까지 살아가며 느낀 것이 있다면 그건 '돈의 무서움'이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세상은 돈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처음 이 사실을 새삼스레 느끼고,  두려움 속에서 난 또다른 세상에 눈을 떴다.

백만장자라...오늘날 누구나 꿈꾸는 것이리라. 백만장자가 된 사람이 쓴 사람이 쓴 성공이야기...누구나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렇다. '백만장자 코스'는 1달러의 커피 값을 걱정하던, 마크 앨런이 자신의 성공을 바탕으로 쓴 성공 길잡이다. 왠지 끌리지 않는가?

일단, 저자 마크 앨런에 대해 조금 살펴보고 가자. 그는 무일푼의 신세로 어느 영성 공동체에서 숙식과 생활을 하며 지냈다. 그가 아침 눈을 뜨자마자 제일 먼저 궁리하는 것은 "오늘은 어떻게 카페오레 값 1달러를 구할까?" 하는 것이었다고 한다.(p.7) 한마디로 그는 실패한 밑바닥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책에 소개된 여러가지 방법과 끝없는 노력끝에 백만장자가 된다. 밑바닥 인생에서 백만장자로...드라마 같은 성공기. 그럼 그의 성공비결은 무었일까? 지금부터 그의 성공비결을 따라가 보자.

저자가 가장 먼저 제시하는 것은 '5년 후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을 상상하라'(p.32)이다. 그리고 상상한 모습을 종이 위에 자유롭게 묘사할 것을 요구한다. 그렇게 완성된 그것을 파일이나 바인더에 끼워두면 일단, 백만장자 코스의 첫 관문을 통과 한 것이다.

지금의 난, 책을 읽으며 당연히 가지는 비판의식을 잠시 뒤로하고, 저자가 펼쳐내는 이야기를 따라 가기로 결심했다. 대학 졸업반이 내게 저자의 백만장자 강의는 분명 너무나 매력있고, 절실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종이를 꺼냈다. 저자의 요구대로 5년 후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상상하고, 자유롭게 써 넣었다.

그 다음 단계는, 주요 목표마다 계획서를 작성하는 것(p.45)이다. 저자는 '계획서는 가능하면 한 장에 짧고 명료하게 요약하라'고 충고한다. p.47이하에는 계획서 작성에 관한 아주 구체적인 지침이 언급되어 있다. 사업계획서, 사업자금 조달 방법등등 정말 구체적이다. 이 부분은 직접 읽어보시길 바라며,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이렇게 자기 삶의 비전을 명확히 한 다음, 저자는 '천직과 삶의 목적 발견'(p.67) 내지 '마음가짐, 생각의 중요성'(p.85) 같은 다소 추상적인 개념에 대해 이야기 한다. 백만장자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건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마음가짐, 처절한 각오일지 모른다. 이는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이 당연한 사실을 실천하는 건 '당연'과는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저자가 많은 페이지에 걸쳐 이야기 하는 건 아닌가 생각했다.

저자는 긍정적인 자세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펩시콜라의 성공원칙을 언급(p.150)하는데, 음미해 볼 가치가 있다. ' 변화를 사랑하라.' '춤추는 법을 배워라' '에드거 후버를 버려라' 마지막 원칙에 등장하는 '에드가 후버'는 냉전체제때 FBI국장을 지낸 인물이라 한다. 그는 부하 직원의 행동을 하나하나 철저하게 통제하는 것으로 악명 높았는데(p.152), 그런 구시대적 통제를 버리자는 것이다.

각 챕터 마지막에 '서머리'섹션이 있어 내용을 정리해 주는데, 여러모로 도움이 됐다. 시간이 아주 없는 분이라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일 듯 싶다. '백만장자 코스'는 무일푼에서 백만장자로 거듭난 저자의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한다. 그렇기에, 그가 전하는 성공의 지침은 아주 생생하게 다가와 깊은 공감을 선사한다. 백만장자로 상징되는 성공의 열매를 따고 싶으신 분은 한번 읽어 보시길.

* 사은품으로 제공되는 '성공달력' 정말 마음에 든다. 종이질도 초고급이고, 달이 바뀌어도 사용이 가능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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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왕국
김경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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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참 불공평 하다. 선(善)이 인정받고 승리하는 것도 아니고, 악(惡)이 반드시 징벌 받는 것도 아니다.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에 의해 그냥 흘러갈 뿐이다. 그런 것이 삶이라고, 원래 그런 것이라고 누군가는 말했다. 정말 삶은 '원래 그런 것'일까? 지금의 내 삶도, 400여년전 낮선 이국땅에 표류해 온 그들의 삶도, 원래 그런 것인가? 조금 씁쓸하다.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정말 훌륭하고 뛰어난 책 임에도,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못한 작품들. 이런 작품들을 보면, 안타깝다. 훌륭한 책이 반드시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이것도 인생이고 삶인가?

'천년의 왕국'은 400여년전 동방 미지의 나라에 표류해 온 네델란드인의 이야기이다. 벨테브레, 에보켄, 데니슨. 그들의 불안한 심리와 그들 눈에 비친 조선의 모습은 소설의 축으로, 효과적으로 서술된다.

'벨테브레', 그는 우리가 역사시간에 '박연'으로 배웠던 인물이다. 여기서 우린, 조선의 표류해 왔던 또 다른 네델란드인 '하멜'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나가사키로 가려다 폭풍우에 좌초된 하멜일행. 그들을 억류한 조선조정은 26년 먼저 표류해 와 정착한 '벨테브레'를 보내 그들을 조사하게 한다.(p.15-20) 이처럼, 26년이란 시차를 두고 조선을 표류한 두 이방인의 만남에서 소설은 시작된다.

김경욱은 이미 이와 유사한 단편을 선보인 적이 있다. 소설집 <장국영이 죽었다고?> 마지막에 실려 있는 '나가사키여 안녕'. 인상깊게 읽었었다. 양자는 단편과 장편이라는 차이외에 한가지 큰 차이를 보이는데, 그것은 바로, '나가사키여 안녕'은 하멜이, '천년의 왕국'은 벨테브레가 화자라는 점이다. 이는 흥미로운 부분이다. 또한 일부 에피소드가 양자 모두에 공유되는데, 이는 '나가사키여 안녕'을 바탕으로 이 소설이 탄생했음을 보여준다. 소설로 돌아가자.

'벨테브레'는 하멜일행을 보며, 이국땅에서 보낸 26년간의 시간을 되돌아 본다. 즉, 이후 전개는 지금의 '벨테브레'가 회상하는 과거의 이야기. 조선에 억류된 '벨테브레' '에보켄' '데니슨'. 이들은 국왕의 근위병으로, 화포제작자로, 때로는 죄인으로 새로운 삶을 강요받는다. 낮선 이국에서 그들의 삶은 과연 어떠했을까? 나는 이들의 내면심리와 그 변화, 새로운 삶에 대한 이들의 입장차에 주목했다.

'벨테브레' 그는 다른 두명을 어우르는, '수용과 거부' 양극단 사이에 있는 인물이다. 기독교적 가치관을 강하게 품고 있으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화포제작에 몰두함으로써 극복하려 한다. '에보켄' 굉장히 적극적인 인물이다. 삼국지의 장비같은 화통한 성격으로, 변화된 삶을 무조건 거부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개척하려 한다. 이교도(이들이 조선사람들을 칭하던 말)들과 잘 어울리며, 무녀 '자줏빛 구름'과 동거하기도 한다. 기독교적 가치관에 회의적이다. '데니슨' 그는 도저히 강요된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신이 불안정하고, 끝없이 탈출을 시도한다. 채 20살이 되지 않는 나이에 강요된 변화가 너무나 힘들었던 데니슨.

이런 이방인들과 조선인을 연결 해주었던 인물은 이름이 언급되지 않은 '젊은 관리'이다. 그는 이방인들의 언어에 관심을 가지고, 조금씩 배워간다. 나중엔 그와 에보켄이 서로의 언어에 능숙해 질 정도가 된다. '젊은 관리'는 그들을 항상 걱정해 주고, 관심을 가져준다. 그들의 국경,피부색을 초월한 우정 역시 깊은 인상을 심어 주었다. 이야기 전개와는 큰 관련없지만 '젊은 관리'가 연루된 살인사건을, '에보켄'이 놀라운 과학지식을 동원해 그의 무죄를 증명해 보인 부분은 또 다른 차원에서 흥미를 주었다.

이방인들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이들 눈에 비친 우리는, 정이 많고, 순박하다. 한 장면을 살펴보자. 억류되어 있다 도성으로 압송되는 장면에서, '성을 나설 때 몇몇 병사들이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몇은 눈시울을 붉혔다. 우리에게 매질을 했던 병사도 있었다. 작별에 대한 아쉬움은 진심으로 보였다. 나는 이교도들의 불가해한 다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혹스러웠다.'(p.69) 이방인들은 정 많은 우리의 모습에 당황하고, 당혹스러워까지 한다. '역사속 '벨테브레'가 박연으로 살아가게 되는 것은 우리의 저런 정 때문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본다.

끝부분으로 갈수록, 김훈의 남한산성과 비교 되었다. '남한산성'을 읽고 실망을 했던지라, '천년의 왕국'은 그런의미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장국영이 죽었다고?>를 통해 관심을 갖게 된 작가 김경욱. 400여년 전 우리에게 표류해 온 이방인들의 모습을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냈다.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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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왕국
김경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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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송아, 잘 들어둬라. 이브가 부끄러움을 알게 되어 나뭇잎으로 아랫도리를 가렸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다. 진실은 이렇다. 그것은 전적으로 아담을 유혹하기 위함이었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을 때보다 뭔가를 살짝 걸쳤을 때 사내들이 환장한다는 걸 깨달은 게지. 아담은 당혹스러웠지. 아랫도리가 불끈거리는 이 느낌은 대체 뭐지? 바야흐로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순간이란다. 네놈이 세상 바람 쐬게 된 것도 모두 무화과 나뭇잎 덕분이지."-66쪽

모든 초가집 굴뚝에서 푸르스름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밥 짓는 연기라고 했다. 연기는 만개한 꽃처럼 피어올라 어스름 속으로 녹아들었다. 도성을 감싼 부드러운 어둠은 우수에 젖은 듯했다. 어스름한 푸른빛 저편에는 도성을 바람벽처럼 둘러선 산과 그 산들의 옆구리를 연결한 성벽의 실루엣이 어렴풋했다. 성벽 아래쪽의 푸른빛 어딘가에 국왕의 궁전이 있을 것이다. 갑자기 피로가 몰려왔다. 세상의 끝에 당도한 기분이었다.-75쪽

이교도들은 모두 대식가였다. 그들은 끝없이 먹고 마셨다. 그들의 식사는 궁극의 쾌락을 향한 무모하고 덧없는 열정에 바쳐졌다. 삶을 영위하기 위한 식사가 아니라 식사를 누리기 위한 삶이었다. 곁을 지키고 있던 시종들이 동난 음식을 신속히 보충해서 그릇은 바닥을 드러낼 틈이 없었다. 이교도 사내들은 걸신들린 마귀처럼 음식을 집어삼켰다. 그들의 식탐은 삶의 뿌리에 들러붙은 죽음마저 집어삼킬 듯 게걸스러웠다.-105쪽

여인들은 갓 피어나려는 꽃망울처럼 여리고 싱그러웠다. 짙게 바른 분도 물오른 풋풋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의 얼굴은 사슴처럼 갸름했고 눈매는 초승달을 닮아 고즈넉했다. 크고 검은 눈동자와 꼭 다문 작은 입술은 슬픈 사연을 머금은 듯했다. 그들의 가냘픈 아름다움에는 우수가 질병처럼 들러붙었다.-136쪽

생과 사를 넘나드는 활극에 관객들은 넋을 빼앗겼다. 칼날과 칼날이 엉킬 때 허공에 벼락처럼 피어나는 죽음의 꽃에 영혼을 빼앗긴 관객들에게 배우들이 목숨을 걸고 겨루는 이유 따위는 무의미했다. 죽음을 향한 열정적인 몸짓은 시들어가던 삶의 열정에 독한 영감을 불어넣었다. 관객들은 죽음의 허방을 딛고 일어서는 활달한 생의 쾌감에 진저리쳤다. 사투를 주시하는 이교도들의 생기로 빛나는 눈빛에서 나는 생의 속살 깊이 뿌리박힌 권태를 보았다. 그들은 죽음의 무(武)로써 삶의 무(無)를 견디고자 했다. -182쪽

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또 하나의 거대한 강이 머리 위에서 소리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우주의 젖줄, 은하의 남쪽 가장자리에 못 보던 별들이 옹기종기 둥지를 틀었다. 찬찬히 보니 기지개를 켜는 호랑이 같았다. 그중 유난히 환한 별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그것은 호랑이의 눈처럼 번득였다. 데니슨의 영혼이 거기 맹렬한 기세로 빛나고 있었다.-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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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장 쪽으로
편혜영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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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이 가든>을 읽었다. 특이했다. 한국 문단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괴기스러운 작품들…마음에 들었다. 새로운 시도와 도전, 그렇게 작가 편혜영은 내 기억속에 자리 잡았다. <사육장 쪽으로> 출간 소식을 듣고 무척 기뻤다. '작가의 강렬함은 어떻게 변했을까?'하는 궁금증과 더불어.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인상 깊었던 작품 몇몇을 살펴보자.

[소풍] 여행을 떠나는 두 남녀. 하지만 즐겁고 행복한 여행은 아니다. 왠지 불편하고, 답답함이 가득하다. 이들은 여행내내 서로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이런 불편한 감정은 이상한 쪽에서 폭발하는데, 그건 '뭔가'를 차로 친 것이다. 저것은 무엇인가? 이야기 전반을 지배하는 불편함이 '소풍'이 내포하는 즐거움과 대조되는 것이 인상적이다. 수록되어 있는 단편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사육장 쪽으로] 강제집행을 걱정하며 하루하루 불안 속에서 사는 가족들. 이들은 파산했다. '새빨간 강제집행 경고장', 사육장에서 끈질기게 들려오는 '개 짓는 소리'는 가족의 불안을 극적으로 부각시킨다. 그러던 중, 아이가 개한테 물리는 사고가 발생하는데. 마지막, 개에게 물린 아이를 병원으로 데려가는 도중 맞닥뜨리는 트럭은, 가족을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불행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너무 큰 기대를 했기 때문일까? <사육장 쪽으로>는 조금 실망이다. <아오이 가든>에서 선보인 강렬함이 어떤 의미로든지 변화한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이 아니다. 뭔가 타협의 냄새가 난다. 기괴한 소설은 이단시 될 수 밖에 없는 현실과의 타협. 강렬함이 두걸음은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건, 약해지긴 했지만 작가가 그려내는 공포스러움이 끈질기게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작가에게 지나친 것을 바라는 건지도 모른다.

아무튼, 난 여전히 편혜영 작가의 소설이 좋다. 앞으로 작가가 그려낼 소설이 벌써부터 궁금해 진다. <아오이 가든>을 다시 읽을 것이며, <사육장 쪽으로> 역시 다시 읽을 것이다. 작가가 숨겨둔,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해 낼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히 발견해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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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inpix 2007-08-15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혜영 작가의 작품은 아직 접하지 못했는데, 알라딘 곳곳에서 좋은 평이 보여서 관심이 갑니다.^^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쥬베이 2007-08-15 22:04   좋아요 0 | URL
먼저 '아오이가든'부터 읽어보세요~ 굉장히 독특한 소설이라 마음에 드실겁니다~ ^^
 
명작에게 길을 묻다 2
송정림 지음, 유재형 그림 / 갤리온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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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라 불리는 이름난 작품들은, 내겐 넘지 못할 성벽이었다. 아무리 두드리고, 넘으려 해도 용납치 않는 견고한 성벽. 번역의 문제일 수도 있다. 고전을 읽을 만한 능력이 안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님 두가지 다 일수도...(여기서 말하는 '번역의 문제'라 함은, 번역의 좋고 나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생기는 불가피한 한계를 의미한다.)

솔직히 끝까지 읽은 고전작품이 없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책을 좋아한다고, 나름대로 책을 많이 읽는다고 자부하는 내가, 똑바로 읽은 고전이 없다니...도무지 집중이 안되고, 너무 지루해 도중에 손에서 놔버렸던 것이다. 내심 '고전읽기 길라잡이(?)' 어디 없나 궁리하기도 했던 나. 처음 '명작에서 길을 묻다'를 읽고, 무릎을 쳤다. '이건 바로 내가 생각해 오던 고전읽기의 길라잡이다!'

소개된 작품중엔 내가 이미 읽었던 작품도 있고, 읽으려 사놓고 포기했던 작품도 있고, 아예 몰라던 작품도 있었다. 이미 읽었던 작품 같은 경우, 다시한번 작품을 음미하고 미처 알지 못했던 교훈을 얻을 수 있었고, 사놓고 포기했던 작품의 경우, 작품의 품격을 미리 느낄 수 있었다.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용기를 주었다고나 할까.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진주 귀고리 소녀>(p.23)는 첫번째에 해당한다. 처음 읽을때 느꼈던 감동을 되살려 주었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p.112)은 두번째에 해당하는데, 이 책을 통해 다시한번 읽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저자는 일단, 해당 작품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이야기한 다음, 마지막에 저자의 평을 추가한다. 명작을 소개하는 저자의 능력은 정말 탁월했다. 복잡하고, 늘어진 줄거리를 절묘하게 핵심을 잡아 소개하기...쉬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알퐁스 도데'의 <사포>(p.93) 같은 경우, 알지 못했던 작품이다. 꽃뱀 여성이 등장하는 충격적 스토리, 꼭 읽어보고 싶다. 그리고 책 뒷부분에 명작의 작가들 소개가 수록되어 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저자가 풍성하게 준비한 만찬덕에 한없이 배를 채운 기분이다. 지적 포만감?^^ 아, 한가지 꼭 언급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유재형님의 그림이다. 처음 p.21의 그림을 보고는 실망했다. '이건 뭐야?'가 내 솔직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보면 볼수록 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다소 거친듯 하지만, 강렬한 그 무언가...

'명작에서 길을 묻다2'를 읽고, 바로 1권을 주문했다. 명작에 대한 내 마음의 빚을, 깨끗히 청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작품. 앞으로 3권, 4권 꾸준히 출간해 주실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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