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풍당당 그녀들의 성공백서 - 어린 너희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아키야마 유카리 지음, 이정환 옮김 / 에이지21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자기계발서를 가끔 읽는다. 보이지 않는 차별과 유리천장 속에서 당당하게 미래를 꿈꾸는 모습, 그것이 좋다. 그런 것이 아름다움이다. 물론 이런 시각자체가 여성에 대한 차별을 전제로 한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심각한 생각은 옆으로 치워두겠다. 그것이 이 책을 읽는데,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여풍당당 그녀들의 성공백서' 제목이 당차다. 아키야마 유카리의 일본버전과 김영숙,윤경혜님등의 한국버전이 별책으로 예쁜 박스에 담겨 있는것도 독특했다.

아키야마 유카리는 현모양처를 꿈꾸던 평범한 여성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그녀를 떠났고, 건강마저 좋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는 한가지 다짐을 한다. '20대에 연봉 1억을 받는 여자가 되자'고...그리고 결국 26세가 되던 해 겨울, 두번째로 전직한 회사에서 1억원 이상의 연봉 계약을 맺게 된다.(p.13) 최악의 상황을 성공의 밑거름으로 삼은 그녀. 도대체 그녀의 성공비결은 뭘까? 이제부터 그녀의 멋진 성공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먼저 그녀는 '돈 잘 버는 여성이 되겠다!'고 선언할 것을 주장(p.23)한다. 여성들이 독립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이유가 경제적문제 때문임을 고려한다면, 공감이 간다.(돈과 경제적 문제는 p.52이하 참조하시길) 그녀는 비지니스 현장에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판단, 여러곳의 문을 두드린다.

높은 연봉을 받으려면 전문자격증이나 높은 학력이 있어야 할 것이란 생각에 대해, 다른 각도에서 접근한다. '하고 싶은 일이 분명하게 정해지지 않은 단계에서 특정 자격을 취득하고 그 자격을 취득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인생을 결정하는 것보다는 우선 어엿한 비지니스 퍼슨으로 살아가기 위해 기초를 단련하여 튼튼한 뼈대를 만드는 데에 주력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p.45) 그러면서 기초체력을 단련하기 위한 것이 어떤 비지니스 장소에서든 통하는 업무 기술이었다고 말한다. 기존 상식과는 달리 접근한 저자의 정공법, 꽤 인상적이다.

이제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가 제시된다. 저자는 '숫자로 생각하는 습관을 가질 것'(p.101)을 주문한다. 비지니스에 수많은 숫자가 오가기 때문에, 뭐든 숫자로 환산해 계산해 보고 감각을 익히라는 것이다. '사장이 되었다는 생각으로 제안서를 작성하라'(p.106)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경영상으로 실현할 수 없다면 의미가 없기에 의미를 가진다.

우리가 보는 모습은 성공의 삼폐인을 터트리는 그녀지만, 그 과정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엄청난 노력을 했을 저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성공을 향한 열정과 행동력, 그것이 그녀의 당당한 성공비결이다. 그녀의 당찬 모습에서 나 역시 새로운 활력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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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유괴
덴도 신 지음, 김미령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설정이 흥미롭다. 3인조 유괴단에 유괴당한 할머니가 도리어 유괴단을 진두지휘한다는 좌충우돌 스토리. 시쳇말로 설정에서 반쯤 먹고 들어간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런 설정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치밀한 장치가 있어야 한다. 일단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이야기 해보자.

초반부는 할머니와 유괴단에 대한 기초 설명이 이어진다. 할머니의 이름은 '야나가와 도시'(이하 '여사')로 기슈지방 최고 갑부이며 올해 여든둘이다.(p.8참조) 여사는 집안의 최고 어른으로 후덕한 씀씀이로 주변의 칭송을 받고 있다. 유괴단은 '무지개 동자'라고 알려졌는데, 이들은 오사카 형무소 잡범실에서 만난 전과자 출신이다.(p.15) 총 세명으로 이름은 도나마 겐지, 아키바 마사요시, 미야케 헤이타. 이제부터 무지개 동자의 납치극이 시작된다.

여사는 아버지가 심어둔 이리사와의 삼나무를 보러간다며 갑작스레 산행을 결정하고, 무지개 동자는 치밀한 준비끝에 거사(?)를 감행한다. 여사앞에 모습을 드러낸 무지개 동자들. 당시 여사는 비서격인 '기미'라는 처자와 함께였는데, 침착한 설득으로 기미는 풀려나게 된다.(p.75이하) 결정적인 목격자를 놓아주는 모습은 이들의 행각이 어떻게 이어질지 엿볼 수 있는 단서이기도 하다.

사실, 유괴당한 여사가 도리어 유괴단을 진두지휘 하는 설정은, 필연적으로 등장인물의 성격을 결정 짓는다. 유괴범들이 어리숙하고 순박하며, 뿌리부터 악질적인 인간이 아니여야 한다. 또한 여사는 강한 심지에 비범한 두뇌를 가져야 한다. 이러하지 않으면, 돈 많은 여사 납치 -> 함께 있던 기미 살해 -> 감시의 어려움으로 여사 살해 -> 뻔뻔스럽게 돈 요구 등으로 현실적인 사건진행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래가지고 소설이 되겠는가? 범죄보고서가 아니지 않는가?

저자는 여사의 계획을 위해, 주변인물들(무지개 동자, 미스 구)을 바보같은 순박함으로 무장시킨다. 미스 구는 무지개 동자가 여사의 수행원이며, 여사가 어떤 연극같은 걸 하고 있다고 여긴다. 여사의 말이라면 뭐든 믿는 광신도 미스 구. 그녀는 여사가 무지개 동자를 천둥돌이, 바람돌이, 비돌이라고 소개하자 이렇게 말한다. "천둥에 바람에 비라? 진짜 닌자 이름 같네. 이봐, 자기소개로 닌자처럼 한 사람씩 재주를 보여주면 어때?"(p.121) 또한 옆집 처녀 구니코와 함께 벼 베러가는 마사요시의 모습(p.135) 정말 못 말린다^^

무지개 동자들은 여사와 정신적 유대를 쌓아가는데, 몸값이야기는 하나의 전기가 된다. 무지개 동자가 생각한 몸값은 5천만엔. 하지만 이를 전해들은 여사는 분노한다. "자네, 날 뭘로 보는 건가? 내가 비록 이렇게 늙고 힘이 빠지긴 했어도 야나가와 집안의 주인인데, 그렇게 얕보면 곤란하지. 난 그런 싸구려가 아니야."(p.143) 그러고는 100억엔의 몸값을 제시한다. 인질이 도리어 많은 몸값을 주장하는 상황. 이 사건을 기점으로 협상을 포함한 일체는 사실상 여사가 주도한다. 수사본부에 보내지는 무지개 동자의 편지(p.183, p.291)는 너무나 치밀해서 도저히 무지개 동자의 머리속에서 나왔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여사가 주도했다고 보면 이해 가능하다.

왜 여사가 유괴범들을 돕는지 의문일 수도 있다. 심지어 무지개 동자의 리더 겐지는 대놓고 묻는다. "왜 우리를 돕는거죠?"(p.242) 이어지는 여사의 설명은 왜 여사가 저런 행동을 하는지 충분한 답이 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굳이 여사의 설명이 없더라도 이해할 수 있다. 80가까이 일상적인 삶을 살아온 여사에게 갑자기 닥친 사건은 숨겨진 욕망을 분출시켰다고 볼 수도 있다.

마지막 결말도 괜찮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벼 베다 눈맞은 마사요시와 구니코도 귀엽다. 사건의 내막을 어느 정도 간파한 이카리의 반응은 의외였는데, 법률적으로 여사의 행동에 가벌성이 있는지 소설을 넘어 하나의 궁금증으로 남았다. 독특한 설정과 흥미로운 캐릭터. 여사와 어리버리 유괴단의 폭소행각. 읽어보시길.


* 이 작품은 1978년작이다. 근 30여년 전 작품. 하지만 오래전 작품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 일본 추리작가협회 상 수상작에 20세기 걸작 미스터리 1위라는데, 의아하다. 분명 괜찮은 작품이지만, 저 정도 포스는 아니다. 화차며, 망량의 상자까지 죄다 제치고 1위를 하다니...일본 문학계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까지 고려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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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캘린더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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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 요코의 작품은 일단 믿음이 간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읽고나면 강한 여운이 남는다. 마냥 잘해주고 싶은 후배같다고나 할까. 

아쿠다가와 상 수상작인 <임신 캘린더>는 세편의 단편이 수록된 단편집이다. 임신한 언니의 변화를 관찰하는 동생의 모습이 핵심내용이다. 임신한 여성이 심리적으로, 신체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은 충격이었다. 임신이란게 얼마나 여성들에겐 두려움이며, 고통인지 조금이나마 알았다. 마냥 축복인게 아니었다.

'나'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언니의 모습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다. "냄새가 얼마나 끔찍한건지 너 아니? 피할 수가 없어. 가차없이 파고든잔 말야. 냄새가 없는 데로 가고 싶다. 병원의 무균실 같은 곳. 거기서 내장을 전부 꺼내서 깨끗해질 때까지 증류수로 씻었으면 좋겠다."(p.32) 냄새에 저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언니. '나'는 당황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언니는 불쑥 얼토당토않은 것을 먹고 싶다고 하는데, "황매화색 과육이 얇은 유리 조각처럼 겹겹이 쌓여 있고, 사각사각 소리가 나는 비파 셔벗. 비파 셔벗이 먹고 싶다구." "비파가 아니면 의미가 없어. 비파의 부드럽고 얇은 껍질과, 금빛으로 빛나는 솜털, 옅은 향을  바라고 있는 거라구. 게다가 그걸 바라는 것은 내가 아니야. 내 안에 있는 임신이 바라는거지. 임신이. 그러니까 나도 어쩔 수가 없어"(p.50) 정말 떼를 쓰는 어린아이가 되버린 언니. 우리가 드라마상으로도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입덧이 끝나고 언니의 식욕은 갈수록 왕성해지고, 어느새 몸무게가 13kg이나 는다. '나'는 언니를 위해 그레이프프루트 잼을 만든다. 만드는 즉즉 먹어치우는 언니. 그리고 그녀가 느끼는 두려움.

"이 안에서 제멋대로 쑥쑥 자라고 있는 생물이 내 아이라는 것이 도무지 납득이 안 가. 추상적이고 막연하고, 그런데도 절대적이어서 도망칠 수 없어. 아침에 눈을 뜨기 전, 깊은 잠에서 서서히 깨어나는 도중에, 입덧과 M병원과 이 남산 같은 배, 그런 것 모두가 마치 환영인 것만 같은 순간이 있어. (중략) 내 안에서 나오면, 싫든 좋든 내 아이잖아. 선택할 자유가 없다구. 얼굴 반쪽이 뻘겋게 멍들어 있든 손가락이 죄 들러붙어 있든 뇌가 없든 샴쌍둥이든....." (p.6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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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7-09-15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써놓고, 완성하지 못하고 근 두달동안 묵혔던 리뷰. 결국 미완성인채로 올린다-_-
 
죽기 전에 가봐야 할 1000곳
패트리샤 슐츠 지음 / 이마고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죽기 전에 가봐야 할 1000곳' 이 책을 처음 봤을때, 영영사전이 생각났다. 두툼한 분량, 빡빡하게 들어찬 풍부한 자료들. 이건 딱 영영사전의 모습이었다. 어리둥절하긴 했지만, 보다보니 마음에 들었다. 많은 것을 담아내는덴 저런 구성이 제격일 것이다.

이 책은 유명관광지, 오지, 호텔정보등을 총망라한 실용서이다. 소설처럼 읽는건 권하지 않겠다. 가봐야 할 곳 1000곳의 정보가 백과사전식으로 나열되어 있는 구성이기 때문에. 자기가 가장 가보고 싶은 곳, 조만간 여행하고자 하는 지역 중심으로 읽기를 권한다. 백과사전처럼 말이다.

난 일단 우리나라가 속한 '동아시아'(p.523)부분 부터 읽어나갔는데, 이럴수가! 우리나라 지역은 단 한군데도 없었다.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이 정도밖에 안되나' 하는 생각도 들고, 여러모로 아쉬웠다.

지역정보를 총 망라한 책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시간 날때마다 틈틈이 읽어도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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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신의 대발해 10 김홍신의 대발해 10
김홍신 지음 / 아리샘 / 2007년 7월
구판절판


대위해는 사내아이들을 곱게 치장해서 곁에 두고 총애했는데, 그럴때마다 그도 화려한 꽃무늬 옷을 입었다. 남색 상대인 미소년들을 도무신稻舞臣이라 칭했다. 도무란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 날뛴다는 수무족도手舞足稻를 말하는데, 황제를 한없이 기쁘게 하는 신하라는 뜻이었다. -46쪽

사람과 짐승은 속일 수 있으나 어찌 하늘을 속일 수 있겠사옵니까? 폐하께서는 충성된 말을 하면 황상을 비방한다 하고, 직언하는 자는 역적으로 징치하고, 간사한 자를 폐신으로 삼사옵니다. 교태부리고 아양 떠는 후궁과 환관의 무리들이 탐염을 부추기면 상을 내리는 패덕을 하늘이 징치할 것이옵니다. 폐하께서는 바른 것을 외면하고, 신하는 지용智勇을 저버리고 있사옵니다. 그러므로 염리는 높아 사치할 돈은 흘러넘쳐도 비싼 소금을 사먹는 백성은 궁핍하옵니다. 황궁의 창고에는 비단과 금옥과 산삼을 비롯한 불로장생 약재가 쌓이지만 백성들 뒤주에는 좁쌀 한 주먹도 없사옵니다. 조세는 공평치 않고 무거우며, 현자와 만인적萬人敵은 산속으로 숨고, 만부부당萬夫不當한 용사들은 칼을 놓고 농기구를 들었사옵니다. 백성들은 궁탄窮嘆한데 간신들은 희희낙락하니, 폐하를 원망하는 소리가 어찌 하늘에 닿지 않겠사옵니까? 폐하께서 궁궐 깊숙이 들어앉아 인륜을 그르치며 남색男色을 즐김은 화의 근원이며, 멸망의 서곡이옵니다. 이는 하늘 앞에 스스로 교만하고 방자하여 궁중법도를 어겼으니 어찌 하늘이 진노하지 않겠사옵니까.-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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