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비실록 - 숨겨진 절반의 역사
신명호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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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국모라 불린 왕비들. 하지만 국모란 호칭이 무색할 정도로 관심은 미미했다. 그런 의미에서 조선의 역사를 왕비의 관점에서 바라본, <조선 왕비실록>은 신선했다. 여섯명의 왕비들이 소개되고 있고, 나머지 왕비는 뒤에 간략하게 언급된다.

전체적인 평을 하라면, 뭐 크게 부정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한가지 꼭 말하고 싶은게 있다.

몇몇 부분에, 저자의 극히 주관적인 서술이 이어진다.

예를 들어, "윤씨는 첫 만남에서 시아버지 세종을 어떻게 보았을까? 아무래도 근엄하지 않았을까? 이에 비해 시어머니는 좀 더 부드러웠을 것이다. 그리고 웟동서 세자빈은 좀 억세 보이지 않았을까?(p.136) 이런식이다. 저자가 어떤 사료를 바탕으로 저런 추론을 했다면 그 사료를 제시하는게 마땅하다. 하지만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느닷없이 저런 식으로 말해버리니 공감은 커녕 실소만 자아낸다. (일일이 나열하지 않았지만 저런 서술이 상당하다)

이런 부분이 있다. "수양대군의 여성편력은 기록에 나오는 기생 하나뿐이 아니었을 것이다. 짐작건데 젊은 시절 수양대군은 한양 뒷골목을 무수히 전전했으리라."(p.138) 어떤가? 이런 서술은 위와 다르다. 충분히 공감이 된다. 왜? 저자가 <실록>과 <오산설림?>이란 사료를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약간 아쉬움은 있었지만,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읽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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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킵 - 시간을 뛰어넘어 나를 만나다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오유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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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킵>은 흥미롭다. 17세 여고생에서 42세 고교교사로 시공을 초월하는 충격적 설정, 마리코의 심리와 적응과정, 철학적 사유까지, 단순한 흥미를 넘어서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꽤 두툼한 분량이지만 즐겁게 읽었다.

하지만 <리셋>과 동일한 의문이 들었다. 과연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시간과 사람'이라는 현학적 주제일까? 하는 것. 사쿠라기 마리코의 고교교사 적응기를 이토록 비중있게 그릴 필요가 있을까? 저자는 거의 2/3이상(p.145 이하부터 끝까지)을 할애하고 있고, 더 나아가 학교축제 이야기나 시마바라 유리코(나코리)와 배구부의 갈등관계내지 서클내 문제까지 부각한다. 마리코는 마치 '고쿠센'의 앙쿠미처럼 학생들과 감정을 공유하는 고교교사로 대활약한다.

<스킵>은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시간과 사람'이란 거창한 주제는 한낱 설정에 지나지 않는다. 즉, 시공을 초월하는 설정을 바탕으로 '유쾌한 학원극'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저것이 꽤나 먹힌다는 점이다. 25년의 간극으로 말미암아 자기보다 나이많은 오빠,언니(마리코는 17세, 학생들은 18세)들을 가르쳐야 하는 고등학교 국어교사의 좌충우돌 적응기는 분명 인상적이었다. 만약 이 부분이 흥미롭지 않았다면 "뭐야, '시간과 사람'어쩌구 거창한 주제를 들먹이더니, 결국 그려내는건 이런거란 말야!"하면서 투덜거렸을지도 모른다.

'17세 여고생이 자고 일어나보니 42세 아줌마가 되어 있다'는 설정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정말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을 수도 있고, 한낱 꿈이나 정신병에 불과할 수도 있다. 나름대로 이런 생각을 했다. '마리코는 분명 42세 고교교사 사쿠라기 마리코다. 자녀(미야코)와의 대화단절등으로 힘들어하던 그녀는 꿈을 꾸고 과거를 회상한다. 즉, 초반부 이치노세 마리코의 모습은 전부 그녀의 회상이란 얘기. 공교롭게도 17세부터 42세까지 기억이 사라지고 그녀는 시공을 초월한 것으로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녀의 착각이란 말인데, p.515이하에 등장하는 마유미의 의견과 거의 유사하다.

'시간과 사람'이라는 주제가 너무 빈약하게 서술됐다고 말했지만, 몇몇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다. 25년의 세월을 매개하는 건 '마유미와 함께 적어 책사이에 끼워 두었던 빨간메모'이다. 이는 학교축제 바자회를 준비하던 한 학급에서 이를 발견한(p.425) 마리코는 큰 충격을 받는데...하지만 이것이 주제를 부각하는데 있어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모호하다. 또한 사제지간을 넘어서는 닛타의 사랑고백(p.505)은 '혹시 닛타가 초반 등장하는 다나베의 환생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품게 하지만 이 역시 확실치 않다.

<스킵>을 읽을땐 거창한 주제는 잊길 바란다. 편하게 부담없이 읽어라. 분명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기타무라 가오루의 놀라운 흡입력에 빠져 버릴 것이다.


* <리셋>에 비해 각주가 풍부하다. 몰입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거기다 뒤에 실린 감상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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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 시간을 초월해 나를 만나다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고주영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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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있음.

'시간을 초월해 나를 만나다' '시간과 사람 시리즈' 같은 거창한 말은 잠시 치워보자. <리셋>은 '유년시절 추억에 대한 향수'를 되새김하고 있다. 비록 전쟁으로 피폐해진 학창시절이지만, 교실대신 군수공장으로 내몰린 추억이지만, 돌이키면 아득한 추억의 한 순간. 지금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추억 속에서 사랑은 그 싹을 여전히 숨기고 있었다.

마스미의 유년기가 주된 내용인 volume.1은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창가의 토토>내지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비슷하다. 비록 처해있던 상황은 전부 다르지만 유년시절 추억을 돌이킨다는 관점에서 유사한 것이다. 난 전쟁의 가해국민이 어떻게 전쟁에 동원되고, 시국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알게 됐다. 전쟁을 일으키고 승리에 환호하던 그들에 대한 비난은 삼가겠다.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volume.1의 흐름은 volume.2에서 돌변한다. 시간이 흘렀음을 짐작할 수 있다.

분위기뿐만 아니라 화자까지 바뀌고, 스토리가 복잡하게 엉킨다. 일단 화자는 병원에 입원중인 '아빠'다. 그는 어린 시절 일기를 꺼내보며 옛 시절을 추억한다. 무라카미란 아이의 이야기는 아빠가 추억하는 이야기다. 이런 추억의 흐름은 volume.1의 회고적 분위기와 일치하며, '저자가 애초에 의도했던 바가 '옛 추억의 회고' 아닐까'란 의문을 품게 했다. '시간과 사람'이란 철학적 접근은 하나의 부산물에 불과하리란 것이다. 아무튼 '어른 무라카미'가 돌아보는 어린 시절 일기는 그 자체로 흥미로웠고, 인상적이었다.

한번 정리해 보자. '마스미와 슈이치의 순수한 사랑' -> '아빠'(어른 무라카미)는 유년시절을 추억한다' -> 어린 무라카미는 마스미(성장한)를 만난다. 그런데 무라카미는 슈이치의 환생이다. / 여기까지는 내가 이해한 부분이다. 하지만 volume.3 끝부분에서 '아빠'와 마스미의 관계가 부각되는 장면은 이해하지 못했다. '아빠'의 부인 혹은 딸이 마스미의 환생이란 말인가?

긴 시간을 넘나드는 사랑과 관계...철학적이고 종교적이다. 불교의 전생설이나 윤회사상을 근저에 두고 저자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공리 주연의 '진용'이란 영화도 떠올랐음) 인상적이다. '시간과 사람'이라는 대주제를 효과적으로 풀어냈다고 본다.

 

* 난 책을 읽을 때 뒤에 실린 저자후기,역자후기,해설등을 먼저 읽는다. 이는 굳건한 독서습관인데, <리셋>엔 아무런 후기나 해설이 실려 있지 않아 아쉬웠다.

* 부족한 각주는 내내 아쉬웠다. 예를 들어 언급되는 일본TV 프로그램이나 지명(아시야가 현재 행정구역으로 어디인지), '쇼와 몇 년'이 몇 년도 인지등등 뭐 직접 찾아봐도 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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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못 살인자 밀리언셀러 클럽 5
로베르트 반 훌릭 지음, 이희재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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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재밌다. 일단 이 말부터 하고 시작해야 겠다.

<쇠못살인자>는 중국을 배경으로 한 '공안소설'이다. 주목할 것은 저자가 네델란드 출신 서양인이란 점인데, 그는 외교관으로 근무하며 동양의 문화에 심취했으며 틈틈이 많은 연구를 했다고 한다. 읽는내내 서양인이 썼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건, 바로 저런 이유때문이리라. '서양인이 쓴 중국배경의 공안소설' 뭔가 끌리지 않는가?

<쇠못살인자>는 명 판관 '디런지에(이하 '디 공公)'의 대활약상이 핵심이다.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사건은 복잡하게 엉켜 미궁에 빠지지만, 결국 디 공이 깔끔하게 해결한다는 그런 스토리. 왠지 좀 익숙한 스토리다. 판관 포청천. 그렇다. 한창 흥미롭게 봤던 판관 포청천이 생각났다. 홍 수형리, 타오간, 마중, 차오타이등 수하들은 전조, 공손선생, 마한, 장룡등과 매치되고, 디 공은 포청천^^

하지만, 주목할 것은 '디 공'의 이미지다. 그는 '이상적인 완벽성이 제거'된,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가정사 때문에 신경쓰기도 하고(p.60), 쿠오부인의 아름다움을 몰래 연모하기도 하며(p.107), 이유없이 무덤을 파헤쳤다고 해서, 백성들에게 거센 비난을 받고 사임까지 강요당한다.(p.218) 항상 근엄하고 완벽하기만 했던 포청천과는 뭔가 다른 것이다. 이 점은 디 공에 친밀감을 가지게 하며, 이야기에 현실성을 부여한다.

초반 부각되는 사건은 '랴오리엔팡 소저 실종사건'과 '골동품상 부인 변사사건'이다. 골동품상 판펑의 부인이 목이 잘린 시체로 발견되고, 누이의 죽음을 확인한 예판, 예타이 형제가 판펑을 살인혐의로 고소한 것(p.23)이다. 판펑은 곧 체포되지만 무죄를 주장하고…'디 공'은 모순된 정황에서 의문을 품는다.

속속 밝혀지는 사실은 '예타이'에게 강한 의혹을 남기는데, 그는 도박꾼이자 행실도 나쁜 망나니였다.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최고의 무예를 자랑하는 란 사범(p.119)과 홍 수형리마저 위험에 빠진다. (스포일러 때문에 살짝만) 충격적 결말로 위 두사건은 일단락 되지만, 란 사범 관련사건은 용의자 '루 부인'의 저항과, 증거부족으로 답보상태에 머물고, 설상가상으로 '디 공'은 무덤을 함부로 파헤쳤다는 이유로 강한 비난과 사임압력을 받게 된다. 과연 사건의 진실은 밝혀질 것인가?

중요한 단서로 부각되는 '칠반七盤 놀이'(p.62이하)는 인상적이었다. 어쩜 저리도 다양한 도형을 만들어 내는지…또한 쿠오 검시관과 쿠오부인 역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디 공'마저 빠져버린 단아하고 아름다운 쿠오부인, 그녀의 사려깊음, 성실한 일처리…사랑스럽다. 하지만 그녀의 고뇌는 과연 누가 알았던가?

제시된 결말은 놀라웠다. 상당한 반전이 있고, 충격적이다. 반세기전 작품임에도 오늘날 독자들이 충분히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아, 이런 소설도 있다니…정말 흥미진진하다. 기존 추리소설에 식상한 독자들이여, 중국을 배경으로 한 색다른 추리소설이 여기 있다. 당신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쇠못살인자> 최고!
 


* 번역이 생동감 넘친다. 번역하기 힘든 텍스트 같은데…

* 스포일러 때문에 최대한 조심스레 썼다. 사건과 추론과정을 죄다 밝혀버리고 낱낱히 쓰는것도 생각했으나 아무래도 그건 아닌거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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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거실을 서재로' 선택 책들 (1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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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인간과 동물
최재천 지음 / 궁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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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버린 사람들
나렌드라 자다브 지음, 강수정 옮김 / 김영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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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 절망을 이기는 용기를 가르쳐 준 감동과 기적의 글쓰기 수업
에린 그루웰 지음, 김태훈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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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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