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 바람이 되어라 3 - 땅!
사토 다카코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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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초반 주목되는 인물은 '가기야마 요시토'이다. 전중 100m 준결승에 오를 정도의 실력을 갖춘 중학육상 유망주 가기야마. 그는 들리던 소문대로 하루고에 진학해 육상부에 가입한다. 이제 3학년 선배로써 신입생을 맡게 되는 가미야, 렌.

문제가 생겨버렸다. 팀내갈등. 가기야마는 실력이 비슷한 직속선배 모모우치를 무시하고, 오로지 렌만을 동경했던 것.(p.57이하) 렌은 렌대로 귀찮아하고, 모모우치는 모모우치대로 쓸씁해하고, 탄탄했던 팀웍이 흔들리고 있다. 이런 설정은 현실적이고 공감이 간다. 주변 어느 조직에서나 겪어 봤을 법한 갈등.

신지는 주장으로서 이 사태를 수습하려 노력한다. 고민하고, 네기시등과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고(p.58), 계속 갈등하는 모모우치, 가기야마에게 직접 주의를 주기도 한다.(p.67,68) 이 부분에서 '가미야 신지'를 다시 봤다. 그간 신지는 노랑머리를 한 말썽꾸러기 이미지를 버리지 못했는데, 여기부터는 주장으로써, 리더로써의 모습을 확고히 한다. 듬직해 졌다 신지^^

그러던 중, 가기아먀는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는데, 과연 신지는 팀내 갈등을 조화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이야기의 또 하나의 축은 신지와 다니구치의 사랑이다. 지금까지 계속해서 은근한 호감을 가지고 있던 이들. 다니구치는 3000m경기에서 놀라운 스퍼트를 선보이며 예선통과 한다.(p.104) 넘치는 기쁨에 신지에게 달려들어 기쁨을 나누는 다니구치. 다른 부원들을 눈치껏 자리를 피해주기까지 하고^^ 신지는 고백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기까지.

이 리뷰에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지만, 신지, 렌, 네기시, 모모우치, 가기야마가 한방울 땀까지, 젖먹던 힘까지 쥐어짜네며 연습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또한 저자는 실제 경기를 거의 눈으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하는데, p.163~166은 거의 감동이다. 어쩜 저런 생생한 묘사를 하다니. (저 부분뿐이 아니다. 이야기 전반에 걸쳐 있는 경기묘사는 정말 대단하다. 육상경기를 보고 싶어질 정도로)

하루고 육상부의 최종 목적인, 꿈의 남南관동 대회는 드디어 막을 올리고,(p.253) 이들의 눈물겨운 노력은 서서히 결실을 맺어간다. (이 부분은 직접 읽으시길)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를 읽는내내 내 가슴을 뜨겁게 달아올랐다. 잊었던 '열정'이란 단어를 다시금 되내었다.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젊음, 좌절, 사랑...그리고 열정. 이 모든 것이 이 책에 담겨 있다. 당신의 열정은 지금 타오르고 있는가? 아니라면 이 책을 읽어라. 강력 추천한다.

난 달리러 나가야겠다. 그럼 이만.


* 남南관동대회로 향하는 차안에서, 미야선생과 선수들은 오쿠다 다미오의 '이지 라이더'를 듣고, 신지는 마츠우라 아야의 '예~ 메챠 홀리데이'를 열창한다^^

*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그건 바로 신지와 다니구치의 사랑이 두리뭉실하게 끝나 버렸다는 것이다. 마지막에 '신지가 다니구치에게 고백하고, 뜨거운 입맞춤을 하는 장면'이 추가되었더라면 어떠 했을까? 너무 감상적으로 끝나게 되나? 애당초 저자는 사랑따위엔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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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바람이 되어라 2 - 준비!
사토 다카코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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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작은 J리그 '주빌로 이와타' 입단이 확정된 켄짱이 신지에게 스파이크를 사주는 장면이다. 신지의 육상부 가입을 탐탁찮게 생각해오던 켄짱이지만, 이젠 동생을 이해하기로 한 것이다. 형제가 화해의 모습.

하루고 육상부에 신입생들이 들어온다.(p.30) 이제 선배가 된 신지와 렌. 꽤 실력있는 후배들이 들어온 이유를 우라기 선배는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이치노세가 들어온 덕분에 사람들이 '하루고도 꽤 수준이 높은가봐'하고 느끼게 된데다 노랑머리 부원 덕분에, '하루고의 분위기가 굉장히 자유분방하대'라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인기가 급등했을 것'(p.30)이라고^^

한가지 살펴보고 싶은게 있다.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는 세권으로 구성되었는데, 나름의 이유가 있다. 즉, 1권은 신지와 렌의 1학년 이야기, 2권은 2학년, 3권은 3학년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권을 달리할 수도록 이들도 성장한다.

하루고는 와시야와 합동합숙 훈련을 하는데, 서로 라이벌이지만 친하게 지내며 이메일까지 교환하는 모습(p.42)은 보기 좋았다. 그러던 중, 사건이 벌어진다. 렌이 부상을 당한 것.(p.77) '좌대퇴부 뒤쪽의 햄스트링스 근단열'이란 다소 생소한 부상. 렌의 불행은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여자친구 끌레르가 남자친구가 생겼다며 이별을 통보한 것.(p.82) 렌은 시합과 여자친구를 동시에 잃었다.

부상을 무릎쓰고 경기출전을 강행하려는 렌과 만류하는 미짱간의 갈등은 p.91에서 최고조에 오르고 결국 미짱은 폭발한다. 있는 힘껏 렌의 따귀를 후려 갈기고는 "바보 같은 자식! 그렇게 내 말을 듣기가 싫으면 탈퇴해 버려! 다시는 오지 마!"(p.92) 사람 좋기로 유명한 미짱이었기에 모두들 놀랐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모리야 선배를 비롯한 팀원 모두는 단결하게 되는데 완전 감동의 절정이다. 느껴 보시길.

이제 3학년들은 육상부를 떠날 시간이 되었다. 2학년인 신지와 렌이 육상부를 이끌어야 하는 것. 떠나는 선배들은 신지를 주장으로 추천하고,(p.99) 신지는 망설이다 결국 수락한다. 캡틴 신지가 이끄는 하루고 육상부는 이제 시작이다.

이야기 막판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켄이 자동차 사고를 당한 것.(p.201) 부상정도가 심각해 재활기간 포함 완치까지 거의 1년이상이 걸릴 정도의 중상. 선수생명을 보장할 수 없다고 한다. 항상 최고로 엘리트 코스만 밟던 켄짱에게 닥친 절망적 위기. 이야기는 3권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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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바람이 되어라 1 - 제자리로!
사토 다카코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는 고교육상선수 '가미야 신지'와 '이치노세 렌'의 도전, 우정, 사랑을 그려낸다. 어찌보면 전형적인 스포츠, 학원소설 같지만, '전형적'이라는 단어의  부정적 함의는 덜어내고 싶다. '육상'이라는 다소 생소한 스포츠를 소재로 하고 있어 신선했고, 우리와는 다른 일본 고교의 클럽활동모습을 깊이 그려내고 있어, '젊음, 사랑, 우정'이 제대로 부각된다.

중학교때 이름을 날리던 육상선수였지만 지금은 그만둔 렌, 뛰어난 축구선수 형을 둔 신지. 절친한 친구사이인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그건 '빠르다'는 것. 육상부에선 렌을 가입시키기 위해 친구인 신지까지 회유하지만, 렌은 요지부동이다. 더 이상 육상과는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것 같은 렌.

체육시간 50m달리기에서 숨겨진 재능을 발견한 신지는(p.28) 육상부 가입을 결정하고, 결국 렌도 신지를 따라 육상부에 가입한다. 렌의 갑작스런 태도변화는 주목할 만한데, 왜 그는 육상을 다시 시작한 것일까? 3권에 실마리가 있다. 렌은 말한다. "난 너랑 뜀박질 시함 하고 싶어서 육상부에 들어온 거거든."(3권 p.36)이라고 결국 신지가 있었기에 렌은 다시 육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신지는 왜 축구를 그만두고 육상을 선택한 것일까? 부담감과 좌절감 때문이지 않을까? 신지의 부모는 프로축구팀의 열혈 서포터즈이고, 형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고교축구의 유망주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의 큰 기대에 따른 부담, 형을 결코 따라 갈 수 없다는 좌절은 그를 지치게 했다. 여기에 '단순히 달리고 싶다'는 젊음의 욕망이 더해져 그는 축구를 비교적 간단히 버릴 수 있었던 것이다.

렌을 좀 살펴보자. 렌은 약간은 차갑고, 카리스마까지 느껴지는데 p.124이하 합숙훈련 사건을 통해 그의 내면을 돌아보게 되었다. 합숙내내 식사문제로 인한 혼고선생과의 갈등, 힘든 훈련, 결과적으로 훈련장을 이탈해 버린 렌. 그는 의외로 예리고 예민한 아이일 수도.

저자는 이야기의 흥미를 위해 라이벌 구도를 설정한다. 하루고 vs 와시야. 와시야는 하루고 지도선생 미짱의 은사인 오쓰카가 이끄는 최강의 육상팀이다. 또한 센바, 다카나시등 선수들도 최강. 이런 라이벌 구도는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며, 상당히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특히 센바는 다니구치, 신지와 묘한 삼각관계를 형성하며,(물론 그가 원하지는 않았지만) 뛰어난 실력으로 신지와 렌 공통의 목표가 된다.


* 1권은 신지와 렌의 신입생때 이야기인 만큼,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의 맛보기 정도라고 보면 될 듯. 훨신 흥미진진하고, 가슴 뜨거워지게 하는 2,3권이 기다리고 있다. 

* 렌은 키 175cm에 몸무게 52kg으로 나오는데,(p.25) 경악했다. 상상이 되는가? 거의 여성 슈퍼모델 수준 아닌가? 육상선수라는 특이성을 아주 크게 감안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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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톨
와타야 리사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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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담없이 읽었다. 재미있다.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을 읽고, 한문장 한문장 감동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등교 거부 여고생이 동네 초등학생과 함께 음란채팅으로 돈을 번다는 설정. '음란채팅'에 비중을 둘 필요는 없다. 기대만큼^^ 음란하지도 않고, 충격적이지도 않다. 여고생의 일탈과 성장을 부각시키기 소재라면(물론 제목이 '인스톨'이니 컴퓨터와 관련된) 어떤 것이라도 무방했을 것이다.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이 여고생의 '학교 안' 이야기라면 <인스톨>은 '학교 밖' 이야기다. 안이던 밖이던 그녀에게 학교는 악몽이다.

적은 분량이지만, 가슴에 남는 여운은 결코 적지 않다. 가슴이 후련해 졌다. 도서관에서 빌려 금새 읽어버렸지만,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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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니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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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유지니아>는 한가지 사건을 두고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는 구성을 취한다. '사실은 어느 한 방향에서 본 주관에 불과하다'란 말의 의미가 제대로 부각되는 구성. 사실 저런 구성은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사카 코타로, 요시다 슈이치 역시 비슷한 시도를 한 바 있고, 바히이 나크자바니의 <새들백>의 경우 <유지니아>와 거의 유사하다.

중심이 되는 사건은 이렇다. '아오사와가(家)' 당주의 환갑과 할머님의 미수(88세 생일)가 겹치는 날, 집으로 독이든 음료가 배달된다. 음료에 독이 든 사실을 모르고, 모인 사람들은 음료를 돌려 마시고, 결국 17명이나 되는 사람이 희생당한다. 살아 남은 앞 못보는 소녀, 미궁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사건, 엉뚱하게도 음료를 배달했던 청년이 범행을 시인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함으로써 사건은 일단락 된 것으로 보이는데…

작품의 주요 특징은 첫째, 저자는 사건의 범인이 눈 먼 소녀(아오야마 히사코)을 암시하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거의 그가 범인임을 확정해 버리는) 서술을 한다. 그리고 그녀가 사실은 눈이 안보이는 것이 아닐거라는 사람들의 의혹을 부각시켜 한층 의심스럽게 만든다. (특히 사건을 담당한 형사를 통해 집중적으로 부각. p.325이하)

둘째, 이야기가 끝날때까지 사건의 범인과 범행동기가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는다. 저자는 히사코가 범인인 것처럼 서술하지만, 난 책장을 다 넘기고 나서도 누가 범인인지 모르겠다.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그럼 히사코가 범인이 아니잖아. XXX가 범인이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솔직히 자신이 없다. 또한 음료를 배달한 청년과 소녀와의 관계, 어머니와 소녀의 관계, 파란방과 하얀꽃의 의미, 아오사와가(家) 독살사건과 '유지니아'가 구체적으로 어떤 연관을 가지는지등…모호한 것 투성이다.

셋째, 앞서 이야기한 독특한 구성을 저자는 잘 풀어 갔다. 역자 후기를 보니, 온다 리쿠는 '긴 소설을 하나의 시점으로 이어가는 것보다, 다양한 시점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는데, 이런 구성은 절묘하게 어울린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핵심사건 하나를 둘러싸고 나머지는 이를 다양한 관점에서 되풀이하는 것이라, 전체적으로 내용의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고, 약간은 지루했다.

<유지니아>를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분위기 묘사였다. 사건을 둘러싼 그리고 노란비옷을 입은 청년의 우울한 분위기, 그리고 주적주적 내리는 비. 정말 대단했다. 또한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와 이웃 삼남매의 셋째, 사이가 마키코의 추적기- 도서'잊혀진 축제'의 취재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웠다.


* 유지니아의 의미는 p.399에 서술되니 한번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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