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핑퐁
박민규 지음 / 창비 / 2006년 9월
평점 :
처음 박민규의 소설을 접한것은 04년 이상문학상 수상집에 실린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를 통해서였다. 그때 충격이 어찌나 컸는지 부랴부랴 박민규의 작품들을 사 읽기 시작했다. 대단했다. 신랄한 풍자, 뒤집기, 그리고 재미. 어느하나 기대에 못 미친것이 없었다. 그의 소설은 한국문학에 대한 내 생각을 통채로 바꿔 놓았다.
핑퐁. 벌판의 중심에 놓인 탁구대를 보며 누군가 이야기한다. 맞을때 꼭 못이 박히는 것 같다고 '못이라고 불리는 아이. 못은 담담히 자기주변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구타, 그리고 여자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닌게 아니라 두개골에 금이 간적도 있었다. (중략) 의사가 지적한 부위에는 정말 못이라도 박힌듯 살짝 금이 가 있었다. 두개골이 나물 때까지 치수는 나를 때리지 않았다.'(p.16)
'여자애들은 그보다 더하다. 원래 1910년에서 1920년 사이에 태어난 분들인데, 어째어쨔 한 세기가량을 매춘에 몸바쳐 일한지라 막대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여든살이 되던 손간 전재산을 쾌척, 온몸의 주름을 팽팽히 당기는-보지의 주름까지-초 하이테크 전신성형을 받고 빈털터리 열다섯살 행세를 하고 있다-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걸레들이었다. (p.20)
여기 또 한명의 인물이 있다. 남태평양 어느 섬에 있다는 석상을 닮았다고 그의 담임이 붙여준 모아이란 별명을 가진 아이. 모아이는 못과 쌍으로 불려 다니며 괴롭힘을 당한다. 특히 물주로써 금전을 자주 갈취당한다. 난 모아이와 못이라는 등장인물의 별명에 대해 생해 보았다. 이들은 이야기가 끝날때가지 못과 모아이라는 별명으로만 등장하고 이름을 드러내지 않는다. 저자는 과연 못과 모아이란 이름에서 무었을 의도했을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은 나중에 찿아보고 우선 이야기에 몰입해 보자.
'탁구 칠래?' 모아이의 한마디. 못과 모아이는 말없이 탁구를 친다다. 핑.퐁.핑.퐁.핑.퐁. '이상하리만치 경쾌한 기분이었다.'(p.23) 그들은 탁구를 통해 연대감을 느끼고 일상의 폭력으로부터 탈출을 꿈꾼다. 이쯤에서 단편정도로도 끝낼 수 있어 보이지만 저자는 이야기를 확장한다.
탁구용품 전문점의 세끄라탱이란 노인, 마리의 자살사건으로 도망다니는 자기들을 괴롭혀온 치수. 못과 모아이는 치수의 온갖 심부름과 금전갈취를 당하고, 벌판에 놓인 탁구대에서 탁구를 친다. 이야기의 핵심서사구조는 너무나 단순한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그점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듯하다. 치수의 횡포에서 벗어나 어른이 된다고 못과 모아이가 지금같은 상황을 겪지 않을까? 그들은 치수라는 인물을 통해 사회적 부조리를 조금 먼저 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 중간에 존 메이슨이란 작가의 작품이 소개되는데, 흥미롭다. 정말 그런 소설이 있는지 궁금해 질 정도로 이야기가 황당하기는 하지만, 속에 담긴의미는 공감이 갔다. '핑퐁맨'이란 소설은 '직장에서 해고된뒤 판돈이 걸린 볼링을 하던 한남자 있다. 그는 어느날 그가 던지는 볼링공이 지구임을 깨닫게 된다. 지구엔 대재앙이 끊이지 않고, 그는 자기가 사용하는 '지구'공이 쪼개지는 것을 목격한 그는 더이상 볼링을 하지않고, 탁구에 몰두했고, 사람들은 그를 실버스프링의 핑퐁맨이라 불렀다는 것'이다.
더 이야기에선 탁구가 황폐하된 지구를 위해 찿아나선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된다. 이는 못과 모아이가 탁구를 통해 연대감을 느끼고, 성숙해가는 대안된 것과 일맥상통한다.
저자의 내용뿐만 아니라 다른측면에서 많은 도전을 하고 있는데, 가장 핵심이 활자체를 이야기 전개에 맞게 크기를 달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은 목소리로 말한 것은 작은 활자로, 반대는 큰 활자로. 비난하는 의견도 봤지만, 난 일단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중간에 핑퐁핑퐁이란 말이 두페이지에 걸쳐 나오는 부분이 있는데,(p.236~237) 이런것은 탁구의 랠리를 표현하기 위함이 직접적이겠지만, 주제인 탁구를 효과적으로 드러낸 면에서 특이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내가 미쳐 발견해내지 못한 저자의 이야기, 의도는 다음번에 읽을 때는 찿아낼 수 있으리라. 저자가 의도하지 않은 바를 찿아내 의미부여도 할 수 있으리라. 이 책은 그 정도로 여러번 읽고 생각해 볼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