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김대리 직딩일기
김준 지음, 홍윤표 그림 / 철수와영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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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것만 보고, 자기가 처한 환경속에서 느낀다. 내가 고등학생때 대학생을 이해할 수 없었듯이 대학생인 지금의 나는 고등학생을 이해할 수 없다. 그렇다. 사람이란, 결국 현실에 자기가 처한 환경...그 환경의 일부일뿐이다. 직장인들의 삶,일상생활을 이야기한 책이있다. 내가 직장인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대학생인데다 일반 직장생활을 할 의사가 전혀없는 내가? 이러한 물음표를 들고 책장을 넘겼다. '소심한 김대리의 직딩일기'

소설을 쓰고 싶어했던 나는 비록 가난했으나 세상에 단 한명뿐인 사람이었지만, 월급쟁이가 된 나는 돈이 생겼지만, 세상에 너무 많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p.26) - 이제는 월급쟁이인 소설을 쓰고 싶었던 저자...그에게 소설은 어떤의미일까? 세상에 많은 사람이 되어버린 한탄. 씁쓸함.

외근갔다오면 주머니 가득 전단지를 받아오는 K대리.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일을 하며 나를 키우셨어요. 30도가 넘는 여름도심에서 당신은 한번도 가보지 못한 나이트클럽 전단지를 젊은 아이들에게 나눠주신걸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p.33) - 나도 길에서 전단지 나눠주는 아주머니들 보면 뿌리치지 않고 받아오는 편이다. 그 아주머니들은 나눠줘야 할 목표량이 있을것이고 그것을 채우지못하면 일은 끝나지 않을것이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술을 좋아하지도 않을 뿐더러 술마시고 횡설수설하는것도 싫어하는 내가, 점점 술의 힘을 빌리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 스트레스란 이길수 있는게 아니라 잠시 잊는 것뿐이라는 걸 알고 나서인거 같다. (p.43) - 직장인들은 힘들다. 원치않는 술자리, 반복되는 음주. 그들을 힘들게 하는건 너무나 많다

.대학생들의 가장 큰 비극이 뭐냐면, 자신이 지금 얼마나 행복한 시절을 살고 있는지,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학을 떠난지 수년이 지나 사회에서 또다른 대란을 치르고 있는 우리는 이상하게 그들에게 주제넘은 연민을 느낀다. (p.95) - 대학생에 대한 그의 말. 공감이 간다.

난 생생한 에피소드나 이야기속에 빠져들어, 같은 경험을 떠올리며 공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해할 수는 있었다. 사회라는 직장이란 곳에서 얼마나 치열한 피튀는 전쟁이 벌어지는지를...직장인들, 직딩들의 고충이나 그들의 생활을...그것은 이 세상을 사는 젊은 청춘들의 자화상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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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절대로 열지 마시오
미카엘라 먼틴 지음, 홍연미 옮김, 파스칼 르메트르 그림 / 토토북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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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이후 처음 접해보는 넓쩍한 양장 그림책. 솔직하게 말해 어떻게 서평을 써야할지 난감했다. 대학생에게 유아용 그림책 리뷰쓰기는, 학이 접시에 담긴 스프를 먹어야 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의외로 즐겁게 읽었다. 유년시절 추억도 떠올렸다.

책표지엔 빨간 글씨로 '이 책을 절대로 열지 마시오!'란 제목이 쓰여있는데, 사람은 남이 하지말라면 더 하고 싶어지는 법. 어찌 책을 열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장을 넘기면 들어가지 마시오/출입금지 등이 씌여있다. 이 책은 왜 자꾸 뭘 하지말라는 걸까? 책을 세상에 내놓고 보지말라는 건 뭐란 말이지? 저자는 이에 대해 답을다. 주인공격인 돼지를 통해서…한번 들어보자.

"왜 이 책을 열면 안되냐고? 그건 아직 이 책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야." 그러면서 뒤죽박죽 섞여있는 단어들을 보여준다. 저자는 그러면서 책을 완성하기 위해 생각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제시한다. 은연중 아이들에게 글쓰기는 왠지 신비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을 심어준다. 그리고는 어느덧 아이들은 주인공 돼지와 함께 글을 쓰기 위해 고민하게 된다. 실로 절묘하다. 저자의 의도를 파악했는가? 그렇다. 저자는 강한 금지어로 시선을 집중시킨 다음,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인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도록'만들어준다. 그것도 억지가 아닌 절묘한 방법을 통해서…

또 다른 장점은 귀엽고 재밌는 그림이다. 역시나 아이들이 보는 책이니 만큼 그림이 괜찮아야 하는데, 주인공 돼지나 기타 다른 사물들이 흥미롭게 그려졌다. 이미 사고가 굳을대로 굳은 내눈에 저정도이면 아이들에겐 얼마나 예쁜 그림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절대로 열지 마시오>는 아이들에게 책에 대한 관심을 심어주고, 글쓰기와 친해질 수 있도록 해주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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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러 갑니다
가쿠타 미쓰요 지음, 송현수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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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샀던 <대안의 그녀>는 앞부분만 조금 읽고 말았으니, <죽이러 갑니다>는 끝까지 읽은 가쿠타 미쓰요의 첫 작품이다. <죽이러 갑니다>는 7편의 단편이 모여있는데, 전체를 흐르고 있는 '살의'라는 주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연작소설처럼도 느껴진다.

"저는 지금 사람을 죽이러 갑니다" 버스안에서 들려오는 낮선여자의 한마디. 이 한마디는 구리코 내면에 숨어있던 살의를 잠에서 깨워낸다. 이유없이 자기를 차별하고 놀림감으로 만들었던 초등학교때 담임 사루야마 후미코. 구리코는 그녀를 찿아가기로 한다. 힘겹게 사루야마를 찾기 시작한 구리코, 왜 그렇게 열심인지 자신도 이해하지 못한 채…

낡은 병원에 초라하고 치매든 몰골로 누워있는 후미코를 보고 구리코는 생각한다. "…그렇게 무력한 시루야마를 지금 자신의 눈으로 보면서 구리코는 내가 왜 이렇게 사사로운 것에 집착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혹은 마음속 어디선가 잘 됐다고 기분좋아 하다가, 가엷은 노인을 원망하면 뭐하나 체념하기도 하고, 뭐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마음먹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구리코 안에서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것은 새롭게 생겨나는 분노이다"

예민한 학창시절을 망쳐버렸던 늙고 추한 인간에 대한 분노. 당연한 그 감정에 오히려 구리코는 자신을 돌아본다. "자신이 그렇게 편협하고 원망하고 있었다는 것에 약간이지만 실망했다." 학창시절 구리코에게 가해진 사루야마의 악질적 괴롭힘과 추악한 차별. 거기서 싹튼 살의. 난 그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 아니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절로 내 가슴속으로 들어와 이해되어 버렸다. 내가 구리코였다면 과연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본다. 상대에게 품어온 분노를 돌아볼 여유가 있을지.

구리코는 그녀를 찾아간 이유가 '추하게 변한 증오의 대상을 보고 싶기 때문'이라 하지만, '그녀 때문에 아파했던 학창시절 기억을 버리고 싶어서는 아닐까'라고 생각 해본다. 늙어 소멸할 증오의 대상을 확인하고 복수를 자연의 섭리에 맡기는 것이다. 이것도 일종의 용서라 할 수 있을까?

다른 단편중에선 '아름다운 딸'이 인상적이었다. 식료품공장에 나가 생계를 꾸리는 싱글맘과 뚱뚱한 사춘기딸의 갈등. 가쿠타 미쓰요의 차분하면서 부드러운 글은 이 책의 소장가치를 높인다. 정말 두고두고 차근차근 되새기고 싶은 책이다. 이제야 그녀의 색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거 같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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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 삶의 여백에 담은 깊은 지혜의 울림
박완서.이해인.이인호.방혜자 지음 / 샘터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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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는 제목 그대로 대화를 그대로 옮긴 책이다. 이러한 구성의 책은 처음이다. 생소했고 당황했다. 하지만 신선했다. 마지막 페이지를 난 박완서,이해인,이인호,방혜자님 곁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누군가와 대화하고픈 충동에 휩싸였다. 인생이던, 사랑이던, 돈이던, 그 무었이던...

크게 박완서,이해인님의 대화부분과, 방혜자,이인호님의 대화부분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특히 박완서님의 말한마디 한마디는 가슴깊게 다가왔다. 특히 남편과 자식을 차례로 잃었던 기억을 되살리며 하시는 말씀.

"...아픔을, 슬픔을 절대로 극복할 수가 없는거에요. 제 자식을 사랑하는 남편을 보낸슬픔을 어떻게 극복해요? 그건 극복이 아니죠. 어떻께 참고 더불어 사느냐의 문제일뿐, 절대로 슬픔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에요. 그냥 견디며 사는거죠. ....극복이란 말은 강요의 성격을 띄니까요. 그건 슬픔에 잠긴 사람을 더 힘들게 하는거에요."(p.49) 그렇다. 구구절절 가슴깊이 박히는 말씀.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은 아픔이란 결코 극복할 수 없는 것이리라.

또한 요즘 이슈되는 웰빙에 대해서도 말씀하시는데, "...그건 결국 새마을운동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해요....웰빙도 번역하자면 잘살자는 얘기잖아요. 건강하게, 좋은 먹을거리에, 좋은 환경에서, 잘 살아보자는 얘기.그런데 문제는 돈이란 말이죠. 웰빙도 좋지만 그만큼 모든게 비싸진단 말이에요. 삶의 질이 향상되기 위해서는 그만큼 물질적인 대가가 상승되어야 하니까...가난한 사람들에겐 그림의 떡이 되는 겁니다..." (p.105)

아, 모두 옮겨적고 머리속에 넣고 싶으니 어찌할까? <대화>는 근래 읽은 책 중 가장 인상깊었고 앞으로도 내 기억속에 강하게 자리 잡을 것 같다. 짧은 글솜씨에 내 생각을 제대로 표현한 거 같지않아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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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인형의 집 - 하 밀리언셀러 클럽 16
타마라 손 지음, 황유선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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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영감을 얻기 위해, '바디하우스'라는 폐가로 이사한 공포소설가의 이야기다. 헐리웃 공포영화 비슷한 느낌이라, 장면장면 머리속에 그려가며 재미있게 읽었다.

- 성에 대한 해학적인 대사가 많이 등장한다. 그 중심에는 부동산 중계인 테오가 있다. 테오는 동양적 정서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자유분방한(특히 성에 있어) 여성이다. 부정적으로 보면 꽃뱀 이미지(ㅋㅋ)라 할 수도 있는데, 이야기 후반 크리스터밸이 그녀에게 빙의되는 장면은 테오의 캐릭터성과 연관지어 한번 생각해 봐야할 부분.

- 앰버와 데이빗의 부녀관계도 흥미롭다. 서양의 부녀관계가 아직 익숙치 않아서 그런지, 앰버와 데이빗의 대화나 행동은 놀라웠다. 앰버가 아버지에게 당당히 충고하는 부분이나, 대등하게 의견표명하는 부분등

작가는 시종일관 음습하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잘 끌어간다. 한번에 바디하우스의 비밀과 크리스터밸의 약점이 드러나는 부분이 아쉽기는 했지만, 읽는 내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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