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해녀입니다 (양장)
고희영 지음, 에바 알머슨 그림, 안현모 옮김 / 난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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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이~ 호오이~ 숨비소리, 엄마의 숨소리, 엄마가 살아 있다는 소리"


<엄마는 해녀입니다>는 할머니, 엄마, 나 까지 삼대가 제주 바다와 어우러져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담았다. 한글 보드북으로 책이 출간되었을 때 구입하여 지금까지 딸아이와 함께 잘 읽고 있는 책이다. 처음 구입할 당시에는 글밥도 많고 해녀라는 생소한 소재기 때문에 딸아이가 읽기에 아직 너무 이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4-7세의 유아책으로 분류되기도 하고 무엇 보다 그림체가 너무나 마음에 들어 구입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잘한 선택인것 같다. 지금까지 다수의 그림책을 사고 딸아이와 함께 봐왔지만, 구입한 대부분의 그림책이 아이가 처음에 잠깐 흥미를 보이고 점점 관심을 보이지 않게 되었는데, <엄마는 해녀입니다>은 지금까지도 바다와 해녀, 그리고 예전에 가족여행을 갔던 제주도에 대해 얘기도 나누며 즐겁게 함께 책을 보고있기 때문이다.


<엄마는 해녀입니다>을 만든 사람들의 이력도 정말 독특하다. 잠깐 소개하자면, 글을 쓴 고희영 작가님은 한때 SBS의 시사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의 방송작가였고, 다큐멘터리 <물숨>을 만든 감독님이기도 하다. 작가님의 대표작으로 해녀들의 삶과 숨을 기록한 '물숨Breathing Underwater', 눈을 잃은 남자와 눈만 남은 남자의 동행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시소See-Saw', 한 점 그릇과 한 남자의 한 길 불 속 이야기를 담은 '불숨the breathing of the fire', 지은 책으로 『다큐멘터리 차이나』 『물숨 - 해녀의 삶과 숨』 등 이 있다. 그림을 그린 에바 알머슨은 전 세계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왕성한 전시 활동을 하고 있고, 바르셀로나 대학에서 미술 학위를 취득한 스페인 출신 화가이다. 이런 그녀가 어떻게 제주도 해녀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어떻게 <엄마는 해녀입니다>에 그림을 그리게 되었을까? 에바 알머슨은 우연히 상하이의 한 호텔에서 집어든 잡지를 통해 해녀를 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직접 제주도에 가서 해녀들의 물질 장면을 보고 그림을 그리게 되었고 그러면서 고희영 작가님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세계의 어린이와 함께 읽고 싶다는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졌기 때문에 영어로도 번역되어 출간되었고, 번역은 동시통역사 안현모님이 맡았다. 안현모님은 <엄마는 해녀입니다>를 통해 해녀의 삶을 진심으로 존경하게 되었고, 이 책의 인연으로 운명처럼 해녀 학교에서 해녀 수업도 이수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이렇게 많은 이들의 헌신과 공헌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엄마는 해녀입니다>는 제주 해녀의 삶, 그 깊은 진실한 삶에 대해 독자들이 잘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진 책이다. 또한, 교육적인 차원에서 아이와 함께 제주도에 대해, 자연환경에 대해, 해녀의 삶에 대해 얘기하면서 함께 읽기에 좋은 책이다. 이 책에는 더 많은 해산물을 따기 위해 욕심을 부리는 엄마를 할머니가 구해주면서 하는 말이 있다.


"바다는 절대로 인간의 욕심을 허락하지 않는단다. 바닷속에서 욕심을 부렸다간 숨을 먹게 되어 있단다. 물속에서 숨을 먹으면 어떻게 되겠냐. 물숨은 우리를 죽음으로 데려간단다."


아이가 살아가면서 이는 비단 해녀들뿐만 아니라 세상사 전반에 적용된다는 사실을 아이도 깨달아 갈 것이다. 물질하는 해녀가 바다 밖으로 나와 숨을 쉬는 소리를 "숨비소리"라고 한다. 사실 몰랐던 사실인데 아이와 함께 소리도 내보고 웃었던 것이 계속 떠오른다.


"호오이~ 호오이~" 숨비 소리, 엄마와 할머니가 살아있다는 소리.


생각 난 김에 오늘 저녁 아이와 함께 다시 책을 뒤적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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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해녀입니다 (양장)
고희영 지음, 에바 알머슨 그림, 안현모 옮김 / 난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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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이... 호오이... 숨비소리...
호오이... 호오이... 엄마가 살아있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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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양장)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소설Y
구병모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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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인간의 예측 가능한 영역을 벗어나 자리해 있다. 우리가 삶에 대해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시작이 있고, 끝이 있다는 것? 우리는 삶에 대한 진실의 한 조각이라도 얻기 위해 간절히 매달리지만, 진실은 현실과 이상의 경계 언저리에서 표류하며 잡힐 듯,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삶에 대해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 인간의 삶은 평범한 사건들이 빚어낸 기적이고 역사다. 사소하고 시시콜콜한 삶의 순간순간들이 누적되어 이루어진 인생은 누구에게나 값지고 귀한 것이다. 그런 순간순간들이 모여서 시간과 역사를 이루고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개별적 세계가 빚어지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이별, 아픔, 상처, 억센 슬픔의 순간들을 겪게 된다. 하지만, 당시에는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상실과 결핍의 경험들도 치유의 시간을 거치고 나면 곧 일상이 되어 인생의 한 부분으로 녹아든다.

 


삶이 궤도를 이탈하였을 때 우리는 어디에서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삶을 완전히 통제하여 온전히 행복한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아니 행복을 논하기 전에 우리의 삶 속에서 완벽히 통제가 가능한 영역이 존재할 수 있을까? 우리는 우리에게 일어날 일을 완벽히 통제하고 선택하지 못한다. 다만 이미 발생하여 현실이 되어버린 상황에 대해 대처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저마다 삶이 던지는 질문에 답하며 세상을 살아간다. 우리를 만드는 것은 경험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경험에 반응하는 태도와 신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태도와 신념들이 결국 우리가 삶을 대하는 자세가 되고, 행복에 대한 가치를 만드는 것일 것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는 매트릭스는 진실을 보지 못하도록 눈을 가리는 세계를 의미하며, 이는 모든 곳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네오에게 두 가지 형태의 알약을 건넨다. 파란 알약은 비록 허구로 이루어진 세계이지만 그러한 현실에 안주하며 살 수 있는 약이고, 빨간 알약은 참혹하고 고통스럽지만 거짓을 꿰뚫고 불편한 진실을 바라볼 수 있는 약이다. 네오는 단 한 번의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의 순간에 빨간 알약을 삼키고 진실을 택한다. <위저드 베이커리>는 성장 소설이지만, 고통과 상처, 수없이 밀려드는 갈등과 난관을 극복하고 극적인 결말을 맺는 성장소설의 문법을 거부한다. 마치 매트릭스의 빨간 알약을 삼키고, 마법과 판타지의 프리즘으로 들여다 본 리얼리즘의 세계라고나 할까?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갈등을 극복하고 행복에 도달해 있을 때보다는 때론 환경에 순응하고, 때론 맞서고 극복하면서 삶을 견디고 이어 나가는 측면이 많다는 걸 깨닫는다. 정글과 같은 삶을 살아가며 피할 수 없는 상실과 결핍, 아픔들은 자연스럽게 삶의 한 부분으로 녹아든다. 이런 측면에서 인생을 살아가는 간다는 것은 어쩌면 조금씩 퇴보하고 소멸해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갓 구운 빵과 같은 온기가 혈관을 타고 번져 나갔다.” (p. 115)

 


우리는 저마다의 역사와 존재 이유를 가진 하나의 섬이다. 서로의 고유한 존재방식, 상실과 결핍의 기억들은 우리 각자를 섬으로 만든다. 하지만, 섬은 단절된 듯 보이지만 연결되어 있는 이중적 성격을 띠는 특별한 공간이다. 수면 위 드러난 부분을 기준으로 보면 섬은 단절된 공간이지만 드러나지 않은 수면 밑으로 섬과 섬들은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다. 서로의 존재 방식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타인과 삶의 온도를 맞춰가는 일이며, 상대적 성숙의 시간을 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 삶의 흔적, 아픔을 매개로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해하고 위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며 우리는 삶의 고통을 무조건적으로 거부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진정한 위로의 경험을 얻는다. 초월적인 존재를 통해서도 치유 받을 수 없는 오직 사람에게서만 구할 수 있는 마음이 존재하는 것이다. 밝은 곳에서는 어두운 곳이 보이지 않지만, 인간은 서로 간에 존재하는 적당한 어둠 속에서 희미한 빛과 온기로 서로를 알아볼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살인마는 안톤 시거는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을 살인의 대상으로 선택하고 동전 던지기를 통해 살인 여부를 결정한다. 이는 개인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삶의 우연성을 상징하는 것이다. 동시에 '전부를 걸어야만 전부를 얻을 수 있다.'는 안톤 시거의 말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한 번씩 주어진 삶에 임하는 진지한 탐구 자세와 의지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 있어 모범답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삶이 던지는 시험에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각자가 다른 시험지를 받았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깨닫지 못한 채 타인의 답을 모방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모범답안을 찾다가 실패하게 된다. 우리는 우리에게 부여되고 스스로 계발한 재능을 토대로 세상이 던지는 질문에 각자의 답안을 작성하면 되는 것일 뿐이다. 내가 그랬듯이 다른 독자들이 이 소설을 읽으며 현실의 삶을 견디는데 도움을 받았으면 한다.

 


삶이 던지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할 때 무조건적인 부정이나 외면, 현실을 도외시하는 만능 답안 제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질문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게 때론 거칠고 날이 서있다 하더라도, 다소 고통스럽고 마주하기 힘든 진실을 대면하게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며 우리는 삶을 무조건적으로 거부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흐릿하게 잡힐 듯 떠오르는 희망에 대해, 삶의 온기에 대해 느낄 수 있는 것 아닐까? 고단한 삶 속에서 예기치 못한 순간에 만나게 된 카스텔라의 폭신한 감촉과 찬바람 속에서 온기 어린 위로를 건네는 대보름 빵처럼 말이다. 어쩌면 우리가 그토록 잡고자 했던 불분명한 현실의 경계를 넘어 표류하고 있는 삶에 대한 진실의 조각은 이것 아닐까? 과거와 현실을 딛고 미래를 가능하게 하는 진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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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들 (여름 한정 에디션) - 모마 미술관 도슨트북
SUN 도슨트 지음 / 나무의마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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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들>'모마 미술관 도슨트북'이란 부제처럼 현대 미술의 메카인 MoMA를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사실 작년에 진행된 텀블벅 펀딩에 우연히 참여하게 되었을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온 책이다.

 

미술은 시대의 트렌드를 주도하면서 발전을 거듭해왔다. 시대가 바뀌며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표현방식 등은 달라졌지만 대중의 감성과 상상력을 자극시켜 교감을 이루고 위안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미술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이러한 미술의 진정한 묘미를 알아가고 싶지만, 현대미술은 난해해서 접근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강력하게 권하고 싶다. MoMA를 대표하는 걸작 16편을 소개하면서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되는 작가 및 관련 작품에  대한 정보도 같이 언급하고 있다.

 

'후원은 단지 물질적 제공을 넘어 정신적인 지지, 마음의 응원까지 포함된다'는 작가님의 말을 기억하며, 후원자이자 독자로서 감사와 응원의 마음을 담아 이번 여름 한정 에디션도 구매하고 리뷰를 남겨본다. 양장본도 좋지만 여름에 만나는 청량감 넘치는 표지가 정말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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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대예측 - 모두를 위해 일하는 세계 경제 시스템
클라우스 슈밥.피터 반햄 지음, 김미정 옮김 / 메가스터디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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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스 슈밥은 본서 <자본주의 대예측>에서 ‘4차 산업혁명의 주창자답게 주주 자본주의국가 자본주의로 양분화되어 정체되어 있는 현대 자본주의의 흐름을 바꿔 놓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주주 및 국가 자본주의는 현대 자본주의의 양대산맥으로 나름의 의미 있는 발전을 거듭해왔지만, 부의 양극화와 개인의 희생 등 각종 부작용과 폐해를 야기한 것도 사실이다. 그가 지향하는 자본주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주주, 국가뿐만 아니라 사회까지 고려한 자본주의다.

 

클라우스 슈밥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한층 진일보한 자본주의로, 인류의 희망적 미래를 이끌 수 있음을 이론적 근거와 사례를 통해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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