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스케
모토 히데야스 지음, 한경식 옮김 / 안나푸르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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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레코드 컬렉터라니...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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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응 작가의 <고양이의 비밀>은 제목처럼 고양이가 남긴 암호를 추리하는 코지 미스터리물이다. <고양이의 비밀>에는 애묘인이라면 공감 가능한 에피소드들이 담겨 있다고양이는 반려동물로서 인간과 한가족으로 살아가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얇은 막 같은 것이 한 겹 끼어 있는 거리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기분 내키면 응석을 부리긴 해도 마치 ‘나는 고양이당신들은 인간’ 이라는 선이 그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다인간과 고양이는 함께 지내며 서로가 느끼는 것생각하는 것을 구석구석까지 생생히 볼 수 있지만 인간과 마찬가지로 고양이에게도 고양이만의 삶이 있고응분의 생각이 있고기쁨이 있고괴로움이 있을 것이다그러한 한계를 자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간과 동물의 경계와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마음을 교류하는 어느 기묘한 체험의 순간을 맞이하곤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장수 고양이의 비밀>에서 이러한 순간들을 언급하고 있다이는 <고양이의 비밀>에 등장하는 에피소드와도 유사하다어느날 하루키가 고양이와 베개를 나란히 하고 자고 있었는데 (수사학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배게를 나란히 놓고 누워서뮤즈는 사람처럼 베개를 베고 자는 버릇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게 그런 말을 해봤자…”하는 작은 여자 목소리가 귓전에 또렷이 들렸다고 한다영문을 알 수 없어 뮤즈의 어깨를 흔들어 깨웠더니장수 고양이 뮤즈 ‘꿍얼꿍얼뭐야귀찮게’ 하면서토라진 아내 같은 태도로 일어나 이불에서 나와 고개를 저으면서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한다마치 고양이가 자신의 중요한 비밀을 무심코 사람한테 들켰고그것을 대충 얼버무리려고하는 듯이… 자면서 인간의 언어로 잠꼬대를 하는 고양이라니

 

뮤즈는 같이 살기에 매우 이상적인 고양이였다예쁘고영리하고튼튼하고숱한 수수께끼를 품고 있었다우리와 고양이 사이에는 늘 가벼운 긴장감이 흘렀고그건 그것대로 또 상당히 안정적이었다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고양이는 흔치 않다.” (장수고양이의 비밀, p. 145)

 

하루키는 뮤즈를 몇백 마리에 한 마리 있을 귀중한 고양이로또 그런 고양이를 만난 것은 인생 최고의 행운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음을 고백하고 있다하루키는 <장수 고양이의 비밀>을 세상을 떠난 장수 고양이에게 건네는 소박한 마지막 인사임을 책의 후기를 통해 밝히고 있는데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으며 지금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만뮤즈가 하루키를 생각하는 마음도 동일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루키의 에세이 <장수 고양이의 비밀>이 인간이 고양이를 생각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면 윤지응 작가의 <고양이의 비밀>은 고양이가 인간에게 전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인생에 있어 결과로서의 형태는 분명 중요하다하지만우리가 살아가는데 정말로 보탬이 되는 것은 좀더 다른 것 아닐까인간들끼리도 함께 지내면서도 서로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데 종과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 고양이와 마음을 공유하는 어떤 순간을 체험한다는 것… 그 순간 순간들을 공유했던 인간에게 다음 생을 기약하며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 <고양이의 비밀>의 매력은 읽고 나면 우리가 살아가는데 정말로 보탬이 되는 무엇인가를 어렴풋이 알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것 아닐까?


https://britg.kr/novel-group/novel-post/?np_id=300406&novel_post_id=12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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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는 꽃의 삶 피오나 스태퍼드 식물 시리즈
피오나 스태퍼드 지음, 강경이 옮김 / 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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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나 스태퍼트’ 작가의 책은 이번에 처음 접한 건 아니다. 작년에 <길고 긴 나무의 삶, 원제 The Long, Long Life of Trees>을 읽으며 늘 우리와 함께 하고 있지만 바쁜 일상에 쫓겨 잊고 지냈던 나무의 소중함에 대해서 느낄 수 있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피오나 스태퍼트’란 작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영문학 교수를 하고 있는 저자가 ‘나무’라는 주제에 대해 영문학적인 시각에서 문학, 신학, 예술 등의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면 ‘버드나무’에 대해서 1970년대 포크가수인 ‘해리닐슨’이나 영국 출신 가수 ‘스틸아이 스팬’의 노래를 소개하면서 ‘버드나무’는 버림받은 연인과 실연으로 마음 아픈 이들의 슬픈 정서를 대변한다는 주장이다. <길고 긴 나무의 삶>을 접할 당시 나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국 나무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버드나무’는 가지가 가늘고 길게 늘어져 산들바람에도 쉽게 흔들리기 때문에 이런 모양을 두고 부드러움을 나타내는 ‘부들부들하다’에서 말을 따와 ‘부들나무’라고 했다가 ‘버들나무’가 되고, ‘ㄹ’이 탈락해 ‘버드나무’가 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영국인의 시각과 문화로 본 ‘나무’에 대한 에세이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양국 문화의 시각차도 흥미로웠지만,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두 문화권의 공통점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후 작가의 다른 책을 찾아보았지만 국내에 번역된 책이 없어 아쉬웠었는데, 이번에 ‘나무’라는 주제에 이은 “꽃’이라는 주제를 다룬 <덧없는 꽃의 삶>을 만나게 되어 너무나 반가웠다. <덧없는 꽃의 삶>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영국인의 눈으로 영국 곳곳을 수놓고 있는 15가지 영국을 대표하는 ‘꽃’에 대한 에세이다. 영국과 유럽의 신화와 종교, 미신, 각종 문화 컨텐츠에 대한 저자의 식견이 책에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영국의 역사와 문학을 좋아하시는 분은 더 재밌게 읽을 수 있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한국인의 시각과 문화에서 벗어난 신선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덧없는 꽃의 삶>의 원제는 <The Brief Life of Flowers>이다. 사실 처음 제목을 읽고 조금 당황했었다. 저자의 전작을 읽으며 저자의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었는데, ‘덧없는’ 꽃의 삶이라니.... 책을 읽기 전에는 저자가 ‘나무’와 달리 ‘꽃’에는 큰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건가 하는 오해도 했었다. 책을 읽고 나서는 책제목을 이렇게 명명한 것에 어느정도 이해를 하게 됐지만, 그래도 조금의 아쉬움은 남는다. 저자가 책의 원제를 이렇게 붙인 이유는 꽃의 삶이 덧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 안타까운 짧은 삶에 대한 아쉬움의 토로 아니었을까? 꽃의 삶이 덧없다고 느끼는 것은 그 삶을 곁에서 지켜보는 우리네 인간의 관점일 뿐 꽃은 항상 그자리에서 어김없이 피고 지며 자연의 경이로움과 싱그러운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 아닐까?


저자의 주장처럼 꽃들은 중요한 삶의 순간마다 늘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생일이나 기념일을 축하하는 선물로, 결혼식에서 신부를 돋보이게 하는 부케로, 죽은 자와 무덤까지 동행하는 화환으로, 애도자를 위로하는 추모의 꽃으로. 꽃들은 특별한 의식의 의미에 어울리는 아름다움을 창조하기 위해, 모두에게 공평한 자연의 경로를 상기시키기 위해, 그리고 중대한 사건이 기억과 앨범으로 자리 잡은 뒤에는 사라지기 위해 호출된다. 인생사의 희노애락의 순간에 꽃은 우리 대신 우리의 마음을 전하는 전령사이다. 사람들이 언제나 본능적으로 아는 것처럼 나뭇잎과 꽃잎은 우리를 정돈한다.


"이것이 생명의 순환. 우리 모두를 움직이지. 절망과 희망을 통해, 신념과 사랑을 통해, 우리가 있을 곳을 찾을 때까지. 감겨 있던 것이 풀리는 길 위에서... 그 순환 속, 생명의 순환 속에서... (It's the circle of life. And it moves us all. Through despair and hope, Through faith and love, Till we find our place. On the path unwinding. In the Circle, The Circle of Life.)" - 라이언킹 The Circle of Life 中에서 -


나무에 대해 다룬 저자의 전작과 마찬가지로 <덧없는 꽃의 삶>을 읽으며 자연의 경이로움에 대해 새삼 느끼게 된다. 라이온 킹의 <The Circle of Life> 처럼 따지고 보면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나무는 곤충과 곰팡이와 함께 하고 있고, 또 나무는 다시 꽃과 인간, 동물들의 삶과 연결되고, 다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연결되어 있다. 나무와 꽃이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을까? 어느 날 출근길에 직장에 도착할 때까지 만나는 나무들의 종류를 세어보면서 그동안 의식하지 못했지만 나무가 내 일상 속에 이렇게 깊이 들어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덧없는 꽃의 삶>은 15가지 꽃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데 매 장마다 각각의 꽃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일러스트도 수록되어 있다. 저자가 책의 마지막에서 남긴 감사의 글을 보면 그 일러스트는 저자의 남편이 그린 것임을 알 수 있다.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정원을 함께 가꾸고 그 경험들을 간직하기 위해 저자는 이 책을 펴냈다. 책을 읽으며 저자 가족의 따뜻한 사랑과 자연에 대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한가지 다소 아쉬었던 것은 영국에서 태어나 영국의 문화를 경험하며 영국에서 책을 펴낸 작가이기 때문에 영국의 산과 들, 정원에서 볼 수 있는 꽃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는 새로운 문화와 시각을 경험할 수 있는 장점도 있으나,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한국의 꽃들을 대상으로 이 같은 에세이가 나온다면 하는 아쉬움은 조금 있었다. 이 책은 저자의 전작 <길고 긴 나무의 삶> 만큼이나 경이로운 책이며, 나무와는 또 다른 결을 가진 꽃의 삶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매력적인 책이다.



네이버 블로그 서평 : https://blog.naver.com/zedi21/222112939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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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춘식 2020-10-17 2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림이 눈길을 끄네요, 글은 천천히 읽어 보고 싶습니다

잭와일드 2020-10-19 12:58   좋아요 0 | URL
영국학자가 쓴 꽃에 대한에세이입니다.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듯 합니다^^
 
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0
오라시오 키로가 지음, 엄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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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일생이란 무엇일까? 따지고 보면 우리가 삶에 대해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 인간의 일생을 단순하게 정의하자면 한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살아온 매 순간순간의 누적 (accumulation of every single moment)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일생은 생명의 탄생으로부터 시작되어 그 지난한 시간과 역사를 거치며 개별적인 세계관을 형성하고 결국 그 생명을 다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하이데거가인간은 태어나자 마자 이미 죽기에는 충분히 늙어 있다.”고 말한 이유는 인간은 매순간 죽음의 가능성을 안고 살아가다 종국에는 모두 소멸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라틴 아메리카 환상문학의 시원으로 평가되는 키로가의 작품들은 쉽게 읽히진 않는다. <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라는 제목처럼 그 안에는 삶이 있고, 죽음이 있고, 삶의 의미를 위협하며 넘실대는 광기와 사랑이 있다. 하지만 탐욕과 공포, 집착 등의 감정들로 점철된 이 괴기스런 이야기들을 곱씹어 보면 작품에 내재되어 있는 아포리즘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 감정의 용광로 속을 비집고 드러나는 삶의 체험적 진리를 엿보는 건 마치 만화경 속으로 다채로운 빛깔의 싸이키델릭한 이미지들을 보는 것과 같다. 우리가 삶에 대해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시작 (출생)이 있고, (죽음)이 있다는 것? 우리가 삶을 바라보는 시각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공포가 공존하는 <목 잘린 닭>의 백치아이들과 다를 바 없다.



인간의 삶은 평범한 사건들이 빚어낸 기적이고 역사다. 사소하고 시시콜콜한 삶의 순간 순간들이 누적되어 이루어진 인생은 누구에게나 값지고 귀한 것이다. 그런 순간 순간들이 모여서 시간과 역사를 이루고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개별적 세계가 빚어지기 때문이다. 만약 인간의 일생 중에서 개인의 의지만으로 온전히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을 나눈다면 얼마나 될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살인마는 안톤 시거는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을 살인의 대상으로 선택하고 동전 던지기를 통해 살인 여부를 결정한다. 이는 개인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삶의 우연성을 상징한다. 하지만 동시에 '전부를 걸어야만 전부를 얻을 수 있다.'는 안톤 시거의 말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한번씩 주어진 삶에 임하는 진지한 탐구 자세와 의지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간으로서 감히 넘볼 수 없을 정도로 위압적인 느낌을 주는 풍경 속에는 죽음과도 같은 정적만이 무겁게 흘렀다. 그러나 해질 무렵 고즈넉한 아름다움이 깃들자, 그곳만의 장엄한 모습이 되살아났다.” - P. 110, <표류> 중에서 -



키로가에게도 삶은 예측불가능한 것이었다. 키로가가 스토리텔링의 무대로 정글을 선택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정글은 인간의 인식의 영역을 넘어서는 거대한 세계이자 인간을 구속하고 제약하는 현실의 공간을 상징한다. 인간은 삶과 죽음을 모두 포용하고 있는 정글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 누구나 절망에 빠져 부정적 파괴욕망을 느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환경 속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여 절망 속에서만 머무르진 않는다. 때론 환경에 순응하고 적응하면서, 또 때론 맞서 싸우고 극복하면서 삶을 이어 나간다. 정글과 같은 삶을 살아가며 피할 수 없는 상실과 결핍, 아픔들은 자연스럽게 삶의 한 부분으로 녹아 든다.



그전 까지만 해도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도스토옙스키의 말이 절실하게 가슴에 와 닿았다. ‘삶에서 순수한 추억보다 아름답고, 우리를 단단하게 단련시켜주는 것은 없다.’ 네벨은 열 여덟 살 때의 아름다운 추억을,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여태껏 가슴에 묻고 살아왔다. 그런데 그 추억이 지금 비탄에 젖은 채, 하녀나 쓰는 허름한 침대 위에 힘없이 쓰러져 있었다.” - P. 39, <사랑의 계절> 중에서



<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눈 앞에서 반짝이는 저 별이 누군가, 혹은 자신의 행복했던 과거 같기도 하고, 어쩌면 닥칠 미래의 모습 같기도 하지만 결코 현재의 자신의 것은 될 수 없을 것 같은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 이는 소설 속에서 사랑광기로 형상화되고 있다. 키로가의 작품 속에서 낭만적인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완전한 사랑은 지나간 과거의 기억 속에서나 존재하거나, 잡히지 않는 미래의 이상향으로만 존재한다. 현재의 사랑은 <뇌막염 환자와 그녀를 따라다니는 그림자>의 경우처럼 광기와 집착으로 인한 환각 안에서만 지속될 수 있을 뿐이다. 기억은 현재의 삶 안에서 고동치는 두번째 심장이자, 미래의 삶에 대한 이정표이다. 우리가 어떤 일을 겪고 경험을 하든지 간에 그것을 현재 시점에서 어떻게 재생하고 재구성하느냐에 따라 행복한 기억이 될 수도 뼈아픈 추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모든 개인은 모더니스트 (Modernist)인 동시에 자기 자신의 역사가 (His own Historian)라고 할 수 있다.


사랑에 빠진 남자들이 그림자나 다름없는 여인에게 뜨거운 연모의 정을 느낀다면, 그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 P. 247 , <뇌막염 환자와 그녀를 따라다니는 그림자> 중에서 -



인생을 살아가는 간다는 것은 어쩌면 조금씩 퇴보하고 소멸해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이 죽음을 예정하고 있는 유한한 존재라는 것과 그러한 운명에도 불구하고 삶 속에서 인간적 가치를 유지하는 것은 존재와 소멸의 문제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정글과 같은 삶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 절망속이라 해도 함께 있다면 타인의 고통을 느낄 수 있고 자신의 아픔도 진정시키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자각과, 상대방의 존재에 대한인정그리고이해는 품이 드는 일이다. 그것은 환경의 제약 속에서 타인과 삶의 온도를 맞춰가는 일이며, 상대적 성숙의 시간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거치며 우리는 삶을 무조건적으로 거부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흐릿하게 잡힐 듯 떠오르는 희망에 대해, 삶의 온기에 대해 느낄 수 있는 것 아닐까? 키로가가 그토록 잡고자 했던 불분명한 현실의 경계를 너머 표류하고 있는 진실의 조각은 이것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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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怪談)이란, 말 그대로 괴이하거나 무서운 이야기를 의미한다. 괴담은 철저히 현실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따라서, 괴담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거나 당대 현실의 세태, 사건사고, 시대정신 등을 반영하여 꾸며낸 이야기들이 많다. 예를 들면 백화점이나 한강다리 붕괴사고가 일어났던 시기에는 부실공사로 인한 건물 붕괴의 피해자들이 나오는 괴담이 유행했고, 사이코패스 범죄가 악명을 떨친 시기에는 이런 범죄를 다루는 괴담이 성행했다. 또한, 납치, 유괴, 인신매매가 성행했던 시기에는 이와 관련된 괴담이 많았다.

 

오메르타 작가는 <숨>을 통해 ‘얼굴 없는 귀신’에 관련한 괴담을 이용하여 코로나 시대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다. 사실 ‘자유로에 출몰하는 귀신’이나 ‘얼굴 없는 귀신’과 같은 괴담은 예전부터 너무나 흔히 들어온 약간은 식상한 괴담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이 독특한 건 코로나 시대를 반영한 또 다른 괴담을 만들어 이야기를 구성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괴담을 활용하여 코로나 바이러스에 영향을 받고 있는 현 시대를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얼굴 없는 귀신 괴담은 하박사가 어릴 때도 유행했다. 얼굴 없는 귀신은 긴 생머리에 달걀형의 얼굴을 가진 예쁠 것 같은 여자인데 가까이에서 보면 얼굴에 눈만 있고 코와 입이 있어야할 부분이 그냥 피부로 막혀 있다. 이 귀신은 자기에게 없는 코와 입을 가진 사람을 보면 목숨을 빼앗는다. 그래서 이 귀신을 만나면 두손으로 코와 입을 가리는게 좋고, 절대로 치아가 보이게 입을 벌리면 안된다.

 

2020년 9월 언제부턴가 ‘언택트’, ‘디지택트’라는 신조어들이 등장하고, 마스크를 쓰는 삶이 일상을 넘어 뉴노멀로 굳어져가고 있다. 코로나 예방을 위해서는 마스크 착용이 중요하다는 것이 알려진 이후이다. 마스크도 올바른 착용이 중요한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턱 쪽에서 시작하여 코 쪽으로 ‘코와 입’을 완전히 가리도록 착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이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의 복귀는 아직 요원하기만 하지만, 코로나 시대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 개인위생과 더불어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메르타 작가의 <숨>을 읽으며 코로나 시대,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기본적인 수칙들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당신도 혹시? 마스크 제대로 쓰지 않으면, ‘얼굴 없는 귀신’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https://britg.kr/novel-group/novel-post/?np_id=289964&novel_post_id=12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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