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재구성이었던 영국판 The Office.
이건 정말 처음 볼 땐 맨정신으로 보더라도
다시 볼 땐 반드시, 술로라도 멍해지면서 봐야했었다. numb해지면서. ;
데이빗 브렌트(리키 저베이스)가 자작곡 Free Love Freeway 부르는 저 장면도
술에 취한 상태로 아마 다섯 번쯤 봤을 듯. 그러던 게 거의 10년 전인데, 지금 찾아보면서
조금 놀란다. 그 시절의 내가 얼마나 젊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마나 호기심이 많았나에.
이것도 진짜 매혹되면서 봤었다. 지금은 무엇이든 그때만큼 '매혹'되지는 않는 것 같다. 여하튼, 이 시대에 적합하게 훼손된 인간을 그의 언어, 그의 표정을 중심으로 탐구하는 드라마로 영국판 The Office만한 드라마 아마 없을 듯.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더 생각해 보려다가
내가 여태 본 것들 중, '이것이 사랑이다'고 가장 강력히 보여준 건 무엇이었나 자문했더니
답이 영국판 The Office로 나옴. 여기서 Tim과 Dawn의 사내연애.
아마 마지막 에피소드, '크리스마스 스페셜'으로 제목 달았던가 그 에피소드에서
마침내 두 사람이 함께 하기로 결정한다. 그런데 그 결정에 이르는 과정이, 시리즈 전체에서나
아니면 그 에피소드에서만이나, 정말 기가 막혔다고 기억함. 아주 진실하고 아주 강력했다는 의미에서 기막힘.
Dawn은 회사를 그만두길 꿈꾸고 있었을 것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아마 그림을 그리는 쪽이던가, 더 예술적인 방향으로 다른 커리어를 생각하던 중. 그리고 그것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 Tim이 내내 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내용. Tim이 Dawn에게 보내는 메시지나, 아니면 선물을 통해. ("물감"을 선물하던가??)
대략 그런 내용이었을 텐데
아.......... 이것도 한국에서 만들어지지 못하지.
그 정도의 온전한 이해, 일어나지 않지. ;;;; 일어나나? 혹시 이건 나만 모르는 건가?
데이빗 브렌트로 훼손된 인간의 표정과 언어를 탐구하듯이
덜 훼손된, 혹은 훼손을 취소하려는, 혹은 훼손이 일어난 바 없는
그런 인간들을 Tim과 Dawn으로 탐구한다고 해도 좋겠다.
*안 마시려다 마시기 시작한 16년 마지막 불금의 맥주와 함께 쓴 포스트. 몇 모금 마시지도 않고 취하는 기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