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는 연말에 10 Best Books of the Year 선정하고 

팟캐스트에서는 이 주제로 독자 참여하는 라이브를 했었다. 코로나로 20년, 21년에는 못함. 

10 Best Books of the Year 선정은 관련 작업이 연중 내내 진행되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진행자들은 매년 이 주제 방송할 때마다 강조했다. 서평 팀원들이 모두 끝없이 책들을 읽고 기록을 남기고 기록을 공유하고 평가하고 재평가하고 등등. 



서재 포스팅을 할 때 이미지 하나는 꼭 올려야겠는데 뭘 올릴까 마땅한 게 없으면 저 뉴욕타임즈 "올해의 베스트 10권" 이미지 찾아서 올리면 될 거 같다. 위의 것은 2018년 것이다. 



한때 주정뱅이였으나 지금은 아니게 되었던 나는 

어제 갑자기 닥친, 술을 마셔야만 숨을 쉴 수 있을 거 같은 상태에서 술을 사와가지고는 쫙쫙 마시고 서재 와서 포스팅하고 잤다. 오늘 종일 한숨 쉬고 힘들게 부엌일 하고 기타 해야 할 일 힘들게 하고 그러다가... 또 술을 마셔야만 숨을 쉴 수 있을 거 같아져서 ㅎㅎㅎㅎㅎ 또 사옴. ;;;; 1일 4캔. 뭐 그 정도야. 주정뱅이 시절을 기억하면 가소롭. 오늘도 쫙쫙 마시고 아무말 서재 포스팅 하다가 자러 가보겠습니다. 



미국에서 흑인 해방 운동에 관한 책 얘기하던 에피에서 들었던 것인데, 흑인 투표권 등록이 특히 저조했던 남부 지역에서 흑인이 투표권 등록을 하고 나면 집 앞에 정체불명의 차가 오가면서 총을 꺼내 보이고 위협하는 일, 그런 일이 흔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흑인을 위협했던 그 정체불명의 인물은 .... 알고 보면 경찰이었다. 내가 흑인이면 아무도 나를 돕지 않고 아무도 나를 보호하지 않는다. 그렇게 자각하며 성장하고 살아야 했다. 



경찰. 와 진짜. WTF. 

유태인 박해 역사에 대한 얘기도 들어보면 진짜, 정녕, WTF. 



인류의 역사가 "사형 집행자(executioner)"와 피해자, 피집행자(victim)의 역사이면 

그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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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삶에서 키에르케고르적 경험을 탐구한다는 바투만의 두번째 소설. 

요즘 영어권 출판계의 소소한 경향 하나가 이것인 거 같다. 고전의 적극적 활용. 제목도 가져다 쓰고 구성도 그대로 모방하고 동일한 주제를 (시대 보정하여) 탐구하고. 등등. 서평 팟캐스트 출연했던 어느 저자는 아주 솔직 담백하게 그렇게 말했다. "작가로서 내 역량이 대단치 않음을 인정했다. 그런데 쓰고 싶었다. --의 -- , 이 책의 구성을 그대로 가져다가 내 얘기를 해본다면? 그런 책은 쓸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렇게 쓴 책이 이것이다." 그렇게 그가 따라 쓴, 모델이 된 책이 무엇이었나는 기억나지 않는다. (이 정신없이 떠내려가는 나의 삶이여.....) 모두가 아는 책이었다. <주홍 글씨> 같은. 



발자크의 적극적 활용. 이것 호소해 봅니다. 활용 잠재력 무궁무진. 

주제로도 ("--를 다시 생각한다") 우리에게 줄 것이 무궁무진하겠지만 그의 작품 스타일을 그대로 따라 한다면, 바로 그것에서 괴물같은 걸작이 나올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는 쓸데없는 말을 굉장히 많이 한다. 굉장히 장황하게 굉장히 많이, 자주, 끝없이, 한다. 어떤 경우엔 "님, 이제 그만 하시죠...." 반응하게 되지만, 아주 많은 경우에 


오. 이게 우리가 책에서 원했던 거 아닌가. 쓸데없는데 재미있는. 길을 이탈한 거 같지만 길은 이탈해야 하는 것이었다고 느끼기. 그렇게 한참 방황하는데 그 방황이 재미있는. 


누가 정말, "발자크를 가장 충실하게, 그의 정신에서 충실하게, 모방함이 이 책의 목적이었다"면서 쓰고 거기서 걸작이 나오기를 바라게 된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본 어떤 집은 

그 집 살 돈이 있다면 당장 보러 가고 싶어지던 집이었다. 

대지 90여평. 건평 20여평. 그런데 3층. 책이 한 7천권 있고 1인 가구인데 책 많이 보면서 쓸쓸하게 또한 호사스럽게 여생을 살고 싶다... 하면 이 정도 규모가 좋겠네, 같은 생각 듬. 언덕을 활용한 구조라 공부상 지층이 1층. 1층의 거실 통창 앞으로 넓은 정원이 보이는데, 아 이런 정원을 매일 나와서 볼 수 있다면 "용서가 안되는" 것들에 대한 걸작을 ㅎㅎㅎㅎㅎ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지금 생각해 봅니다. 넓은 벽들을 다 서가로 만들수 있고, "용서가 안되는" 것들에 대한 걸작을 쓰는 데 막대한 도움을 줄 정원을 볼 수 있는 집. 


저런 것도 발자크적 욕망. 

하긴 욕망인데 발자크적이지 않은 욕망은 없을 거 같. ;;;; 욕망의 백과사전. 


윤석열, 한국 보수의 악덕들을, 발자크적 방법으로 불멸이 (문학 속에서 불멸이) 되게 한다면 좋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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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9-23 14: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많이 보면서 쓸쓸하게 또한 호사스럽게 여생을 살고 싶다... 저도요!!^^

몰리 2022-09-23 14:59   좋아요 0 | URL
저 집이 우리의 이런 욕망의 실현을 위한 거 같은 집이었어요!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아는 거 같았던 그 집! 보편 인권이 되어야 할 거 같았던 그 집! ㅎㅎㅎㅎㅎ (어휴 현실은....)
 


Carol Symes on Spectator Sports - YouTube



얼마 전 참 많이 감탄한 강의는 

일리노이 대학 재직하신다는 이 분 강의였다. 중세사. 이름은 캐롤 사임즈(Carol Symes). 

.............. 정말, 황홀함. 달리 말할 수가 없다. 황홀경에 빠지는 강의라니. 



A Common Stage: Theater and Public Life in Medieval Arras (Conjunctions of  Religion and Power in the Medieval Past): Symes, Carol: 9780801445811:  Amazon.com: Books




이런 책 쓰셨다. 

강의가 무엇을 할 수 있나 높은 수준에서 보여주시는 분들, "배워서 남주자"가 무슨 뜻인지 절실히 알게 하시는 분들. 




어제 "이 **들" "* 팔려서" 발언 파문으로 나도 시달렸는데 (그래서 맥주 퍼마셨.....) 

유튜브 댓글 중 "정말 용서가 안된다" 딱 이렇게만 쓴 댓글이 있었다. 

그게 바로 내 심정. 


우리 삶에서 

"용서가 안되는" 그 모두를 그냥 보내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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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2-09-23 1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성실하게 악한 것들은 많이 봤어도 이렇게 성실하게 무능한 놈은 살면서 처음 봅니다

몰리 2022-09-23 14:31   좋아요 2 | URL
정말 기대 이상이고 상상 초월이네요. 너무 완벽하게 무능하니까, 진짜 이젠 무서울 지경입니다...

다락방 2022-09-23 11: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야말로 쪽팔립니다 ㅠㅠ

몰리 2022-09-23 14:34   좋아요 1 | URL
귀를 의심하다가 어이없어 웃게도 되다가 충격과 우울을 감당하게 되기도 해야 했던 우리들. ㅎㅎㅎㅎㅎ 에휴. 그러니 우리는 꼭 씁시다. ㅈㄹㅈㄹ;;;;; 하는 책을 씁시다.

단발머리 2022-09-23 11: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부끄러움은 우리 몫이고 하하하! 내가 그랬나? 하면서 지금도 술 마시고 있을 듯 합니다 ㅠㅠ

몰리 2022-09-23 14:43   좋아요 1 | URL
이 치욕스러운 시절을 언제 누가 (우리가?) 꼭 걸작으로 ㅎㅎㅎㅎ ;;;;!!

거리의화가 2022-09-23 11: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충격에 헤어나올 수 없었던 저 발언...과 영상~ 에휴 너무 창피합니다.

몰리 2022-09-23 14:46   좋아요 2 | URL
막상 어제보다 오늘 더 우울하고 힘빠집니다. 나중 생각하면 22년 9월에 그 자가... ㅎㅎㅎㅎㅎ 하면서 잊고 있지 않을 거 같아요.
 

Balzac : a biography : Robb, Graham, 1958- : Free Download, Borrow, and  Streaming : Internet Archive




오래 전에 알라딘 중고로 사둔 전기. 

가격이 좋다는 이유로 사놓고, 안 봄. 볼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꺼내 보았는데 바로 첫 페이지에 참 엄청난 말들이 나온다. 


"너와 나, 우리는 삶이라는 강의 표면에서 정처없이 흘러가는 지푸라기에 불과하지. 

발자크는 자기 양 옆으로 강 둑을 쌓으며 나아가는 준설선이었어." 


"천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그 순간부터 발자크의 삶은, 말하자면, 플롯이 있는 백과사전이 되었다." 





작가의 작가 (writer's writer). 이 관념을 생각하게 되기도 했다. 

발자크는 자기 이름으로 쓰기 전 필명으로 "잊을 수 없는 삼류 소설"들을 적지 않게 썼다던데, 그의 이름으로 나온 작품들도 사실 ㅎㅎㅎㅎㅎ "잊을 수 없는 삼류소설"적. 아니 그런데 바로 그 면모와 함께, 모두가 본격적. 왜 사는가, 왜 쓰는가.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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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신지 모르지만, <인간 희극>에 감탄하다 유튜브 검색하고 보게 된 프랑스 교수 강의. 

자막이 있다면 (번역 자막이 있다면) 매우 감사히 볼텐데, 없고 ..... 그냥 잘 모르는 음악 듣듯이 보았. 

댓글 창에는 "당신의 강의를 듣는다는 것, 그건 그 어떤 순수한 행복인가!" 등등 찬탄의 말들이 넘쳐난다. 

프랑스어로는 모르지만, 영어로는 그런 교수들 적지 않다. 정말로 "pure music" (음악인데, 이 경우엔 알아듣고 이해하는 음악) 같은 강의 하는 교수들 적지 않다. 영어로 그런 강의 하는 교수들 적지 않은 걸 알고 있으니, 불어로도 그렇겠다 상상하긴 한다. 죽기 전 언제 불어 강의를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소망 .... 하게 되고. 




발자크는 일단, 피상적이지가 않다. 

"피상적임. 이것이 가장 악덕이다." 와일드의 그 너무도 심오한 말. Superficiality is the supreme vice.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둘 다를 언제나 보는? 둘 다를 언제나 보기 때문에 둘 다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그런 느낌. 


그리고, 이걸 웃김으로, 그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본 비평가가 거의 없나 보던데, 되게 웃긴다.

<나귀 가죽> (영어 번역은 The Wild Ass' Skin), 이 작품엔 마법을 행사하는 나귀 가죽, 그 나귀 가죽의 마법/저주에 걸린 귀족 청년이 나온다. 그 나귀 가죽은 그 청년이 무엇을 소망하든 그 소망을 실현시킨다. 그리고 그 댓가로 그 청년의 생명을 단축시킨다. 소망이 실현될수록 생명이 줄어드는 마법이자 저주. 소망 실현과 생명 축소가 일어나면, 그 나귀 가죽이 줄어든다. ㅎㅎㅎㅎㅎㅎ 청년은 그것을 믿을 수 없어 한 시점 이후  나귀 가죽 아래에 천을 놓고 나귀 가죽의 둘레를 펜으로 따라 그어 그 면적을 확정해 두고 소망 실현이 있을 때마다 그 면적과 나귀 가죽을 비교해 보는데, 확확 줄어듬. 그 작아진 크기만큼 그의 남아 있는 생명도 작아진 것임.   


이 설정만으로도 한편 무시무시하고 한편 우습고 그럴 것인데, 이로부터 온갖 별의별 황당한 ㅎㅎㅎㅎ 얘기들이 나온다. 나귀 가죽이 더 이상 줄어들지 않게 할 뿐 아니라 확 늘일 수도 있을 거라고 말하는 수학자를 귀족 청년은 만나게 된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을 상상하면서 청년은 외친다. 

"당신의 주장대로 이 가죽을 늘일 수 있다면, 블레이즈 파스칼에게 바치는 거대한 동상을 세우겠어요. (....) 10년 단위로 그 10년 동안 역학에서 있은 가장 위대한 성취에 10만 프랑 상금을 수여하는 상을 수립하겠어요. 당신의 사촌 누이들, 육촌 누이들에게 모두 지참금을 주겠어요. 가난한 수학자와 미친 수학자들을 위한 보호 시설을 설립하겠어요." 





저런 대목이 웃깁.... ㅎㅎㅎㅎㅎㅎ 이게 어쩌다 나오는 게 아니고 그냥 저게, 항시 저러는 게 발자크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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