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빡세게 새벽부터 황혼까지 월화수목금금금 발자크만 읽으면 1년 안에 <인간희극> 다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보기도 했다. 새벽부터 황혼까지 월화수목금금금. 이런다면 가능할 것임. 그런데 그러는 게 불가능 ㅎㅎㅎㅎㅎ 어찌 그게 가능하겠.
발자크의 이 수십편 소설들을 대기해 놓고 읽어가는 건
어린 시절 "소년소녀 모모 전집"들을 그렇게 읽던 것과 비슷한 감정 일으킨다.
당시 어린이들 사이 읽은 권수 경쟁 있었다. 나는 150권 읽었다, 나는 300권 읽었다, 경쟁.
<인간희극>을 그렇게 읽어도 좋을 거 같다. 판본 하나를 정해 두고 (판본에 따라 편수가 조금씩 달라진다는 거 같으니), 그 편수 안에서 너는 9편? 나는 7편 (오늘 3편 읽겠다). 94편 완결을 향해 가는 경쟁.
어린이가 좋아하는 책 읽을 때의 흥분, 즐거움, 몰입. 그 비슷한 것들 주기도 한다.
그것들 덕분에 화자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재생되기도 하고. 아 정말, 몇십년 전 그 감정! 그 기대!
기가 막히는 대목들 있다.
<파리에 온 시골 출신 위대한 남자> (제목...... 크흐.....) 여기엔 시골에선 위대했으나 파리에서는 노바디인 남자 뤼시엥. 뤼시엥이 파리에서 작가로 성공해 보려고 하면서, 작가로 성공하는 게 어렵겠으면 저널리스트로 우선 성공해볼까, 하게 되는데 그러는 뤼시엥을 파리에서 만난 정신의 귀족 친구가 만류한다. 저널리스트가 된다는 것은 정신의 매춘. 이 취지에서 구구절절 기나길게 이어지는 만류의 말. 그 한 대목에서 친구는 이런 말을 한다.
"너는 재치있는 문장을 쓰겠다는 유혹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그리하여 네가 쓴 문장을 읽으면서 너의 친구들은 눈물을 흘릴 것이다."
(........................) 저런 말들이 강력한 호소력과 함께 풍경의 중요한 일부를 구성하는 소설을 썼다는 그것에 감탄, 경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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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에 아무 관심 없었는데
모로코가 4강 진출하고 프랑스와 대전하게 되고 나서 급, 급급 관심. 오늘 자정인 걸로 알고 있는데
마치 대선 때와 비슷한 상태 된다. 안 자고 버티다가 알고 잘 것인가, 그러기엔 너무 심야인데.
모로코가 결승에 진출하면 (아니어도) 파리가 불타오르겠는데. 21세기의 발자크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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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읽어야 할 책들은 정말 너무 많다.
기본의 <로마제국 쇠망사> 이것도 넣어야지,
<미들마치>도 넣어야지,
추리, 호러, 환타지, SF의 고전들도 다 넣어야지. 칸트도 읽어야 하고.
발자크 읽기 과제가 남아 있음이 다행이기도 한 것이다. <미들마치>는 발자크가 끝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