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the New York Times Book Review 팟캐스트 최근 에피소드에, 

두번째 책, A Book of One's Own: People and Their Diaries, 이 책 얘기하면서 진행자, 게스트들이 일기쓰기에 대해, 자기가 썼던 일기들에 대해 말하던 대목이 있었다. 20대에 썼던 일기들을 지금 보면 오글거림도 오글거림이지만 그 끔찍했던 시간들. 후우. 20대는 좋지 않다. 30대나 40대가 좋다. 이거 듣는 20대 여러분, 20대는 좋지 않아요. : 진행자인 파멜라 폴은 이런 얘기도 하더라. 제목 듣고 바로 끌려서 알아보아야겠다 했다가, 지금 검색해보니 84년간이다. 아마존에 1센트 가격에 올라온 중고본이 많은 걸 봐서, 많이 팔렸나봄. 이런 책인데 많이 팔렸으면, 좋은 책. 


대학 시절 썼던 일기는 버린 건 아닌 듯한데 지금 집엔 없고, 

고교 시절 썼던 일기장 한 권이 지금 집에 있지만, 열어볼 수 없다. 아마 마지막으로 열어본 게 20년도 더 전일듯. 열면 내 안의 일부가 반드시 죽는다고 알고 있는 것이다. 30대에는 박사과정에 있었고 이 시절엔 (그 전체는 아니지만) 열심히 블로그를 했다. 비공개로 지금도 하고 있는 블로그인데, 내 경험으론 일기든 무엇이든 자기 삶의 기록은, 남기는 당시에는 미미해도 한 5년 후부터는 큰 힘을 갖는다. 열심히 블로그 하던 당시엔 하지 않던, 주제어 검색... 혹은 시기별 찾아가기, 이런 걸 얼마전부터 하면서 어떤 땐 깜짝 (좋은 의미에서) 놀란다. 내가 거기 등을 기대고 앉아 쉬다가 힘을 얻어 일어날 수 있는 곳: 이런 것이 내가 내 삶에 대해 남긴 기록들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때도 그랬었구나, 이런 것이 힘을 주기도 하고, 스티브 잡스의 "connecting the dots" 이게 보일 때도 있고. 


수업에서도 일기쓰기, 기록남기기에 대해 얘기할 때가 있는데 

지금의 여름학기 수업에서도 토론 주제가 되었다. 일기를 쓴다. 오늘 일어난 사건을 기록한다. 그럴 때, 

내가 뭐 중요한 사람이야? 이런 뻘쭘함이 들 때가 있겠지만.........: 이렇게 얘기했더니, 내가 뭐 중요한 사람이야? 에 굉장히 웃던 학생이 있었다. ㅋㅋㅋㅋㅋ 고마워서 기록함. 잊지 않는다. 내 말에 웃었던 모든 이들에게 영원히 빚졌고, 그들 모두를 잊지 않는다. 


울프 여사의 A Room of One's Own에도 영원히 빚진 우리. 제목과 표지, 보아도 보아도 감격한다. 그런가 하면 세번째 책, A Brief History of Diaries, 이 책도 관심이 간다. 10년쯤 뒤에 내 주제가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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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고 학교도 다녀왔는데 내일 수업에서 할것까지 오늘 수업에서 하려고 (내일은 쉬고), 

얘기를 꺼냈다가... 우왕좌왕 끝에 내일 일은 내일 해결하기로 결정. 어제부터 오늘 오전까지 내가 감당했던 재난에 대해 말하고 갑자기 화장실을 다녀오질 않나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식은땀이 나므로 앉아있어야겠다질 않나 했더니, '퀴즈는 행정실 조교분이 감독하라고 하세요'라는 학생이 있었다. 아니다 괜찮다고 하고 5분쯤 지났나, 그 학생이 날 다시 보면서 '제가 말하고 올까요?' 


그 학생은, "기후 변화 외에 과학자들의 논의를 우리 자신 해석하고, 세심한 검토 후에 결정하고, 논의에 직접 참여해야 하는 문제는 무엇이 있나?" 주제로 얘기했을 때, 일본 쓰나미와 원전에 대해 말을 시작하더니 바로 음.. 정도의 짧은 망설임과 웃음 다음, 민영화에 반대해야 합니다.. 던 학생. 속으로 따라 웃으며, 공감하면서 짧았던 나의 논평: 강의실에서 말로는 못할 것이 없는 우리. 그가 오늘 했던 말 "제가 말하고 올까요?"는 순간 참 고마웠다. 언제나 지금같기를 바람. 


이온음료를 많이 마셔야한다는 얘길 다른 학생에게서 전해 듣고, 집에 오는 길에 장을 간단히 보았다. 세 가지 구입. 나박김치, 김자반. 포카리스웨트. 



세가지 모두 이미지를 올리려다가 이것만 올린다. 지금 장보는 마트에서는 이 둘 다를 파는데 나박김치는 9800원 정도, 동치미는 그 두 배 정도 가격이다. 어느 날 거기서 동치미를 보자 어찌나 먹고 싶던지. 내 생애 최고의 동치미들이 (그리고 동치미들의 90%는 다 최고의 동치미들이었던 것같고) 연달아 떠오르는 듯했다. 그러나 저 안에 들어있는 무를 썰고 ... 하는 게 귀찮겠음을, 게다가 배추김치 사먹어본 경험이 동치미에도 적용된다면 이게 이 맛이 아니야, 아니라고 흑흑, 좌절스러울 가능성 큼을 바로 생각하고 사진 않았다. 


나박김치부터 먹어보기로 했다. 이게 맛있으면 동치미도. 

죽을 끓여서 발효 잘 된 순한 김치 약간과 먹으면 좋다.. 이런 얘기도 읽었는데, 

나박김치가 그런 거 아닌가? 우왕 맛있겠따....: 바로 상상됨. 누룽지 끓인 거 한 그릇에, 김자반, 나박김치. 

7월 내내 그렇게 먹으라도 매일 맛있을 거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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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엔 이런 일이 있었다. 

4시 넘어서 저녁을 먹는데 마지막 몇 숟가락 먹기가 쉽지 않았다. 얼마 전부터 밥 양을 꽤 줄였기 때문에, 

끼니마다 먹는 양 자체 많지 않은데 (그래도 살은.....;;; 그대로. 많이 먹어도 그대로. 적게 먹어도 그대로) 다 먹질 못함. 그리고 30분쯤 후 왜 어지럽다? 울렁거리는 느낌이지 않나 이것은? 하다가 욕실 세면대를 붙잡고 꾸역꾸역. 울컥울컥..;; 


그리고 재난이 시작되었다. 오늘 오전 8시까지. 

아파서 잠들 수 없는 밤을 한 30일 이어 보낸 느낌. 깨지도 자지도 못하면서 기어서 욕실가기 30회? 

보리차 마시면서 진정되고 있지만 어제 오전까지 알던 세상에서 (이 세상이 뭐 그리 좋은 세상도 아니지만) 

쫓겨나, 리얼 헬로 보내졌음. 정신이 좀 수습되면서 이것저것 검색을 해보았는데 (정로환은, 일본군에게 지급되었던 지사제에 러시아 정벌을 기념하며 붙여진 이름이라는 둥), 요약하면: 육체는 슬프다. 약하다, 역겹다 등등을 포함하여, 슬프다. 


방학의 계획은 이랬다. 

여름학기를 하지 않는다면 매일 오전에 글을 쓰고 오후엔 공부하기. 

여름학기를 한다 해도, 새벽에 일어나니까 아침 먹고 나서 2-3시간은 쓰고 수업 갔다 와서 저녁엔 공부하기. 

여름학기는 1학기가 끝나자마자 시작했고, 내일 모레면 끝나긴 하지만, 정신없음과 힘듬 속에서 (힘들게 하는 여러 일들이 당연히 있다) 계획은 숲으로........ㅋㅋㅋ;;;; 


건강한 편이라 이런 미미한 고생도 잘 몰랐던 거라서,

지금 심정이, 그래 아직 내가 죽을 때가 아니라며 다시 기회를 주었나 봄 저위의 누군가 : 이렇다. 간밤엔, 이러다 내가 죽으면 어떻게, 누구에게 먼저, 연락이 가지? 내가 발견되는 건 내일 모레쯤 이미 부패가... 청소는 해두고 죽어야하는데... 


저런 생각을 matter of factly 한다는 것이, 나이듦의 증거. 



*작정하고 다이어트하던 때도 가지 못했던 체중, 

그리로 하룻밤만에 옴. 지금 집의 체중계는 구식이고 파운드 단위인데, 

파운드 표시로 가운데 숫자가 바뀌었다. 4-5파운드가 하룻밤만에 줄어듬. 

설사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금식하라고 하던데 (구글 검색 결과들에 따르면)

오늘 저녁부터는 밥은 아니라도 죽 정도면 먹어도 될만큼 지금 거의 회복된 느낌임에도, 놀라운 이 감량 앞에서, 금식의 유혹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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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엔 이거 들어보았다. 99년 당시 스탠포드 역사학과에 있었던 메리 루이즈 로버츠의 "토론 수업 잘하는 법." 검색해 보니 그는 지금 위스컨신 매디슨 역사학과 재직. 스티븐 내들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오오... 였던 매디슨. 


teaching은 예술, 혹은 기예인데 그래서 몇 가지 중요한 원칙 정도를 빼면 그걸 가르친다는 건 불가능하고, 

오직 teacher 스스로가 경험을 통해 알아가는 거라고 한다. 그래서 로버츠는 자신의 경험에서 얘길 시작하는데, 퀘이커 교도가 세운 고등학교 출신이며 그 고등학교에서 가르쳤던 게 그녀의 최초의 강의 경험. 퀘이커교에는 누구에게나 "inner light"가 있다는 믿음이 있고, 개인이 갖는 존엄성에 대한 이 믿음이 그 학교 교육 철학의 중요한 일부였다. 고교 수준에서는 인간을 가르치지만, 대학 수준에서는 과목을 가르친다... 는 흔한 믿음이 있지만, 나는 할 수 있는 모든 방향에서 이 구분을 없애고자 하고 이게 퀘이커교 교육철학이 내게 남긴 유산같은 것. 가르침은 언제나 개인에게, 그라는 전인("whole person")에게, 그의 내면의 빛을 향해야 한다. : 이런 얘기가 강연 시작하면서 나오는 얘기. 


이런 얘기 한국에서 하면, 냉소가 주된 반응일 것 같다. 그런데 아직 미국에선 (99년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그리고 스탠포드 같은 학교에서면, 당연한 얘기지만 중요하니까 수시로 공유할 가치 있음...... (끄덕끄덕), 이 정도지 않을까. 


재미있는 비교가 있다. 

로버츠는 스탠포드 오기 전에 브라운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했고, 

박사과정 강의조교를 하면서 브라운 대학 학생들의 특징을 보았다. 이들은 아주 진지하게 지적인 추구에 몰두하는 학생들이다. 그들과 대조되게 스탠포드 학생들은, 가장 탁월한 학생들일지언정 결코 지식인은 아니다. 브라운 학생들은 지적인 추구에 열중하는 나머지 과제를 하지 않는다. 스탠포드 학생들은 과제를 언제나 다 하지만 그건 그들의 삶의 일부를 구성하는 임무 수행 정도의 비중이다. 


"니체의 300 페이지를 읽는 과제를 내면, 브라운 학생들은 100페이지만 읽어오고, 

그만큼 읽고 나서 너무 우울해 더 읽을 수 없었다고들 말한다. 스탠포드 학생들은 모두가 300페이지 전부를 읽어오지만, 

아무도 우울을 체험하지 않는다." : 이 두 학교 사이에, 정말 이렇게 말하면 될 어떤 차이가 있을 것같다. 그게 꼭 브라운과 스탠포드 아니라도 동부의 작은 대학과 캘리포니아의 큰 대학 사이에, 이 비슷한 차이 있을 듯. 



*아침 먹고 중간고사 채점을 시작했는데 이제 반쯤 했다. 점심 먹고나서 더 하면 저녁먹기 전에 끝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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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에 악스트, 우상의 황혼. 두 권 주문해서 조금 전 받았다. 

<악스트>에 "몽유병의 여인을 기다리는 급진 낭만강경파의 복싱 프롤로그"라는 에세이가 있는데, 

작가는 이응준이고 아마 연재되는 것인지 "이응준의 4차원 에세이 해피 붓다"라고 글 제목 위에 적혀 있다. 내용은... 홍대에서 몽유병의 여인이라는 와인 비스트로를 운영하는 F형과 맥주를 마시면서, 정한심양을 기다림. 


"나는 누군가 내 글을 읽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서 아무런 분노가 없고, 오히려 요즘은 읽어서는 안 되는 인간들이 읽는 것이 기분 나쁠 지경이다" 


읽다가 이런 문장이 나와서, 잠시 웃음. 

미국의 젊은 작가 브래드 리스티가 운영하는 작가 대담 팟캐스트 Otherppl이 있다. 이미 중견이 된 작가들도 아주 가끔 출연하지만 리스티의 지향은 막 첫 책을 낸(낼) 신인 작가들. 그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 그걸 어떻게 극복했는지. 성장 환경은 어떤 것이었으며 영향을 준 다른 작가는 누구들인지. 이런 얘기. 꽤 인기있는 팟캐스트고 시작한지 지금 4년째인가, 몇년전부터 '지금 핫한 팟캐스트'로 여러 곳에서 선정되었다. 나는 15-16년 겨울에 자주 들었는데 어느 날 게스트 작가에게 그가 질문하기를, 첫 책이 나온 후 아마존에 가서 독자 리뷰들을 수시로 보게 되지 않던가? 그리고 독자 리뷰들이 올라오면 기쁘지만 그 내용엔 대체로 실망하지 않았나? 이런 소린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거야?? 


게스트 벙쪄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같았던 순간, 

그가 무마하기 위해 하던 말이 그것이었다. "내 첫 책, Attention. Deficit. Disorder. 이 책으로 내가 안다고! My book resonates with idiots." 거의 무마되지 않고 둘 사이의 어색함이 끝날 때까지 완전히 걷히지는 않았던 것같은 그런 에피가 있었다. 게스트 작가는, 독자에게 얼마나 고마운가, 나는 독자에게 영원히 빚을 졌다.. 강경하고 순수하게 이런 입장이었을 것이다. 


이응준의 위의 문장 읽고, "내 책은 바보들과 공명한다"던 리스티가 생각났음. 

리스티의 팟캐스트 애청하면서 그의 책도 사보았는데, 책은... ㅋㅋㅋㅋㅋ;;;; 아...;;;; 

그러나 제목은, 나쁘지 않다. 같은 제목으로 걸작도 상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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