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쓴 문장은 얼마나 독자를 일으켜 세우는가. 

문학 전공자로 긴 세월 살아오면서 올해 처음, 저걸 실감했다.

잘 쓴 문장에 대한 감이(감각이) 바뀐 거 같기도 하다. 


"미학과 윤리학은 하나다." 

이걸 실감하게 된 것이기도 하다. 


패티 스미스의 아래 문장들에서 감지된 것도 그것이었다. 

이 분, 자기 미덕을 진짜로 사신 분. ㅎㅎㅎㅎㅎ 

이 분 진짜 미덕을 사신 분. 예술은 신을 노래하며, 궁극적으로 신의 것이다. 

아무나 할 수 없는 말이지. 저 말을 할 수 있기 위해 그녀는 긴 세월 무엇에 부딪치고 무엇을 깨야 했을까. 

어떤 깊이와 어떤 높이를 그녀는 알았던 것이냐. 

 


이 주제 관련해 여러 생각들을 하게 되는데 

그걸 다 쓰기 위해서라도 회고록 프로젝트가 성사되어야 함을 수시로 기억한다. 

 

고통도 있겠지만 

살면서 한 번도 알지 못한 재미, 상상을 초월하는 재미가 있을 거 같다. 회고록 쓰기에. 

벌써부터 노트를 남기기도 하는데 (이건 회고록에 이렇게 써야 한다... 노트)

적어두지는 않지만 생각만으로도 이미, 미학이며 동시에 윤리학이 되는 (다들 각자의 삶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그러니 무수히 개별적일 종합들 중 내 버전으로) 여러 사태들이, 문장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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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중고 구입. 

패티 스미스의 회고록. 로버트 메이플소프와 공유했던 삶에 대해.  


표지 열면 아주 짧은 "서문" 한 문단이 있다.


"로버트에 대해 많은 얘기가 있었다. 얘기는 더 있을 것이다. 

청년들은 그의 걸음을 따라할 것이다. 소녀들은 흰 드레스를 입고 

그의 곱슬머리를 애도할 것이다. 그는 비난 받으며 또한 사랑 받을 것이다. 

그의 과잉은 저주 받거나 아니면 낭만화될 것이다. 결국, 진실이 그의 작품에서 발견될 것이다. 

예술가가 남긴 육체로서의 작품에서. 그것은 소멸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작품을 판단하지 못한다. 

예술은 신을 노래하며, 궁극적으로 신의 것이기 때문이다." 



(*원문을 보아 주십셔...........) 


 

Why does literature matter?에 실린 스티븐 그린블랫 비판하는 에세이 읽고 있다가 

패티 스미스의 이 서문도 비평가라면 다들 주목할 문장들 아닌가 생각했다. 


"그린블랫은 말하자면 경제학자로서는 하급이다. 신역사주의가 끌어오는 그 많은 경제학 용어들을 생각하면 이건 좀 놀라운 일일 수도 있다. 애덤 스미스는 정치경제학의 루터라고, 맑스가 엥겔스를 인용하며 했던 말을 우리는 기억할 수 있다. 애덤 스미스와 마르틴 루터는 둘 다, 가치에 대한 페티시즘, 가치에 대한 외재적 관점을 폐기하고 그 자리에 개인이 자신의 노동으로 성취한 것에 근거하는 가치를 두었다. 그린블랫의 경제학은 애덤 스미스 이전의 경제학이다. (....)" 


문학 체험에서 독자가 개별적으로 창조하는 문학 공간이 있는데 

그걸 전면적으로 몰아내고 그 자리에 페티시에 가까운 외재적 가치들의 교환, 유통의 장을 그린블랫은 둔다. 

그 관점이 과연 셰익스피어에 대해, 우리의 문학체험에 대해 무엇을 알게 하는가? (....) 


비판하는 에세이는 대강 저런 내용으로 시작한다.

  

인간은 작품을 판단하지 못한다. 

예술은 신을 노래하며, 궁극적으로 신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린블랫이나 비슷하게 전복과 정당화, 담론의 체제, 이데올로기 효과 등의 관점에서 비평하는 비평가들에게 패티 스미스의 이런 말은 어떤 말일까. 


은밀하게 동의하고 찬탄한 다음 

.... 그러나 직업적으로는 태세 전환? 


dare to think the unthinkable, 이런 요청이 어떻게 실현되나 패티 스미스의 이 몇 문장들에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진실이란 오직 그럴 때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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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도 충분히 컬트 클래식. 

이 책 아닌 어디서도 볼 수 없을 문장, 감성, 기타 등등에 매혹된 독자들이 경배하는 책.

이 책, 지금까지 쓴 글 거의 전부에서 인용했던 거 같다. 지금 페이퍼에도 인용하려고 하는데 

이 책에 남아 있던 아직 읽지 않은 부분(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3부에 칸트 도덕철학 비판하는 장이 있다. 그 장) 읽으면서 오늘 하루 보냈다. 


대학원 시절 아도르노 책 세 페이지만 읽어도 지쳐 쓰러졌던 거 같은데 

오늘 한 서른 페이지 읽은 거 같은데 그 시절과 비교하면 이제 그만 누워 자고 싶긴 하지만 

잠깐 나가서 걷고 올 힘이 있기도 한 거 같으니 

분명 더 나아지는 일이 있기는 한 것이다. 


아니 당연히 무엇이든 

꾸준히 한다면 더 나아지는 것이다. 

사람은 변하는 것이다. 

달라지는 것이다. 


사실 이걸 기준으로 심적 에너지를 판단할 수도 있는 거 같다. 

미래를 상상하지 못하는 경우. 나아지고 달라짐을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 

그리고 그 반대의 경우.   


글은 얼마 남지 않아서 곧 끝낼 수 있을 거 같고 

쓰는 글은 전부, 거기 내 미래(...... 이 나이에. 그래도 달라질. 나아질...)가 걸린 거라서 

한편 중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 모든 힘을 너에게 쏟았으니 이제 네가 내게 무얼...... : 이런 느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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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 쇼어의 파리 국립도서관 출입증.

유명한 사람들 다 이 출입증 있었던 거 같아진다. 





밀러와 쇼어. 

밀러의 회고록에 "앳스홀" 남자들도 등장한다. 아마 그들 중 최악은 쇼어의 첫남편. 

그는 쇼어와 이혼하고 나서 재혼하는데, 재혼한 여자도 자기 목적에 이용했다. 재혼한 여자는 나중 자살로 의도된 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자살이 아니라 할 수 없는, 약물과다복용으로 죽는다. 어느 tv 쇼에 출연한 그는 자기와 결혼했던 여자들이 겪은 불행, 자기가 그들에게 살게 할 수 있었던 지옥을 자랑스럽게 말했다. 


쇼어가 첫남편과 살고 있을 때 

밀러는 그를 좋아하지 않았고 그 점을 쇼어에게 알게 했다. 

쇼어의 반응은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의 정신에 끌려.(his mind still turns me on)" 


........................ 이상하지, 이게 나이의 힘인가 모르겠는데, 이 모두가 다 이해된다. 

뭘 또 정신에 끌려. 그게 너의 허영 때문인 건 아니니? : 이런 반응, 아예 하지 않는다. 

밀러가 본 모두가 정확할 거라 믿을 수 있고 (자기가 남들에게 살게 했던 지옥을 과시... 이 부분 특히) 

알아서든 몰라서든 자기파괴적이어서든 피상적이고 저급한 남자의 무려 "정신"에 반하고 관계가 지속됨. 

이런 것도. 


밀러와 쇼어가 같이 오래 존경했던 멘토가 있었다. 고유명사고 내게 생소한 이름이라 누군지 확인은 못했는데 

어쨌든 불문학자. 이, 그녀들보다 나이 많고 학계에서 존중받는 인물이었던 사람이 밀러를 공개적으로 모욕하기 

위해 계획했던 공개 대담에 대한 회고가 책에 있다. 그와 밀러, 이렇게 두 사람이 대담하는 자리였고 

실제 대담이 청중 앞에서 시작하기 전까지 밀러에게 알려졌던 건 그녀가 그때까지 해오던 연구가 주제일 것이라던 것.  

두 사람이 무대에 올라 대담이 시작했을 때, 그게 아니라는 걸, 그녀가 해온 연구를 조롱하고 무화하는 자리로 계획한 게 그의 의도였다는 걸 그녀는 바로 안다. 


그녀는 그와 절연한다. 

그녀가 저 얘기를 어떻게 기록하든, '피해의식'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페미니스트에게 농담도 가려해야 한다... 반응하는 이들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무대 위에서, 그 사람의 한 순간 눈빛만으로도 진실의 전모는 파악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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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은 다이앤 미들브룩. 

귀... 귀엽. 17세 정도이실 듯. 

조금 더 세월이 지나면 





이런 모습이셨다. 





17세 당시 헤어스타일 약한 버전으로 복귀. 

낸시 K. 밀러가 회고하는 걸 들으면 내가 그녀와 사랑에 빠지는 거 같아지기도 한다. 

다이앤 미들브룩은 친구들에게 항상 그렇게 느끼게 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이 관계는 사랑의 관계다. 나는 지금 진짜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녀를 만나는 건 연인을 만나는 것과 비슷했는데 긴장과 불안을 제거하고. 


어떤 사람이었을지 바로 상상되었다.  

바로 상상된다는 게 놀라웠다. 밀러가 문장을 정확하게 쓴다. 탁. 탁. 탁. 아무 넘치는 요소 없이. 

바로 그 사람을 데려와 앞에 세우는 거 같아지기도 한다. 정말? 그래봐야 문장들인데? 


아무튼. 밀러도 미들브룩을 사랑했다. 60세가 넘어 만난 두 여자가 깊은 우정을 나누었다. 

..... 밀러의 책 읽기 전에 저런 문장 보았다면 별로 떠오르는 게 없었을 텐데 지금, 일단 적어도 그들 두 사람 자신이 

강력한 참조점 된다.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고 (못 되고) 

그런 사람을 가까이서 만나지 못할 거라도 

세상엔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걸 (친구들에게 "사랑받는다" 느끼게 하는 친구) 실감하며 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의 느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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