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itled Opinions에 스탠포드 총장 존 헤네시가 출연했을 때. 

EO엔 에피마다 긴 인트로가 있는데 (이에 대해 해리슨 자신이 설명하기를, 

자기가 원하는 청취자를 선택하는 수단이라고. 자기 방송에 부적합한 사람들을 차단하는 장벽이라고. 그가 이 말할 때 매우 웃긴데, 실제로 그의 인트로들이 노골적으로 엘리티즘 표방할 때 많다. 이젠 지적 엘리티즘이란 게 어디서나 부적절, 소수이며 약자... 나 다름없어서 해리슨의 잘난척이 웃겼던 거겠다. 그 맥락과 말투가 웃기기도 했으나. 하여간 나는 고요히 집중해 생각하는 모드로 듣고 있다가, 저 말을 듣고 거의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그렇게 한 번이라도 웃고 나면, 어떤 지겨워짐과 실망이 있어도 그 대상으로부터 fall out of love 안하는 그런 웃음? 그런 웃음 없나. 하여간) 하여간 이 에피 인트로에서는, 


대학의 사명에 대해 얘길하는데, 

해리슨에 따르면 자연과학은 지식(인식)을 추구하고,  

인문학은 자기-인식을 추구한다. 과학과 인문학이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같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인간은 인식을 통해 자기-인식을 얻는 존재이므로. 과학이 하는 지식의 추구를 인문학의 목적인 자기-인식과 분리할 수 없다. 


이 정도면 대단하지 않나? 

라디오 방송으로 (길다 해도 3분은 넘지 않는 시간에) 하는 말로는?

명확하고 강력한 mission statement 아닌가? 


이런 말할 때 해리슨에게,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아는 거야 당연하고 (이 점 지적하는 게 그를 향한 모욕이고)

자기 말에 담긴 그 내용을 실제로 오래 생각했고 살아왔던 사람의 분위기? 품위? 자연스러움? 권위? 이런 것 있다. 

대학의 사명, 대학에서 인문학과 과학이 공존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 정도(이 정도라도) 생각을 해본 사람이 한국엔 있을까? 없다고 해도 될만큼 드물지 않을까? 그래서 누가 무슨 이 주제로 고상하고 고차원적이고 심오한 말을 해도, 거의 언제나 의심스럽지 않을까? 말로는 누가 못해. 혹은, 말은 잘해. 사실, 립서비스라도 제대로 (비문 없이; 최소한의 정신을 담아) 하는 사람조차 희귀하지 않나. 


인트로 끝나고 나서, 

스탠포드라는 공동체에서 givers and takers에 대해 두 사람은 얘길 하는데, 

공동체의 번영은 자기가 거기서 받은 것 이상을 주는 사람들이 많을 때 가능하다.... 가 해리슨의 요지. 

헤네시는 (해리슨의 충정은; 감사히 받고) 이 대학의 수장으로 자신이 할 일은 대학 구성원 모두에게 그들이 번영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기라.. 그런 얘길 한다. 


이 대화도, 이걸 한국의 대학으로 옮겨 오면 이런 대화가 비슷하게 성립은 하나. 

성립을 위한 가능성의 조건은 무어냐 (스탠포드가 되는 거 말고). 성립하지 못함이 말해주는 사정은 무어냐. 

사실 형식적으로는 성립 못할 것도 없어보이긴 한다. "우리 대학의 구성원 모두가 대학에서 받은 것 이상을 대학에 돌려줄 때 우리 대학이 번영할 것이다." "총장인 내가 할 일은, 구성원 모두에게 번영의 환경을 보장하는 것이다." 특히 '명문대'에 속하는 대학에서면, 그 학교 교수와 총장 사이에 이런 대화가 있을 법도 하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듣는 그 학교 구성원 중엔 자기가 들은 말을 믿을 수 없어하는 (경악하며)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 


이런 등등이 오늘 빠졌던 잡념. 

내가 생각한 답 하나는, 그게 어디든 공동체 혹은 사회가

그 구성원에게 해야(보장해야) 하는 일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널리 공유돼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적어도, 사회가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더 giver여야 하지 않을까. 그럴 때 구성원이 자연히, taker를 넘어 더 많이 돌려주는 사람이 되는 거 아닌가. 적어도 그게 '이념'이어야 하지 않나. 어쨌든 대학의 경우, 대학이 구성원에게 주어야 하는 것에 대해 명확하고 강력한 합의가 있어야 하지 않나. 요즘도 돈으로 교수직 살 수 있는 학교가 있다던데 실제로 그런 학교가 하나라도 있다면 그 학교 때문에도 어느 학교에서든 그럴 수가 없어지지 않나. ;;;; 




*너무 웃겨서 우는 일. 

그러고보니 더 이상 이러지 않게 된 거 같으며, 

정말 순수의 상실이 일어났구나 내게. 완전히 일어난 거야. 끝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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