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출한 책엔 이것도 있다. Composing the Soul: Reaches of Nietzsche's Psychology (1994). 

아래가 책 전체의 제사(에피그래프):  


As happens in great men, he seemed, by the variety and amount of his powers, to be a composition of several persons. -- Ralph Waldo Emerson, Representative Men (위대한 인간들에게서 늘 일어나는 일이지만, 그가 가진 많고 강한 힘들에서 그 역시 여러 인물들로 구성된 사람이었다). *한 문장일 뿐이라도 거의 예외없이, 번역을 시도하면 번역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새삼 느낄 기회가 된다. 이 문장, 별 생각없이 시도했다가 (바로 좌절하며) 머리 뽑음. 같은 텍스트의 다수 번역이 있고 각각의 번역이 갖는 강점과 약점을 면밀히 보는 일. 그런 일이 많았으면 좋겠단 생각이 듬. 에머슨의 이 문장, 다른 좋은 번역 보고 싶다.


책장을 넘겨 보면 에머슨을 계속 인용한다. 이런 문장들이다. 


The moment our discourse rises above the ground line of familiar facts, and is inflamed with passion or exalted by thought, it clothes itself in images. ("Language") 우리의 담론이 친숙한 사실들의 세계 위로 부상하고, 열정으로 불타거나 사고로 고양되는 순간, 담론은 이미지의 옷을 입는다. 


[Man thinking] then learns, that in going down into the secrets of his own mind, he has descended into the secrets of all minds. ("The American Scholar") 생각하는 사람이면 알게 되는 일. 자기 정신의 깊은 비밀 속으로 내려감이, 모든 정신의 깊은 비밀 속으로 내려감이라는 것. 


Let me remind the reader that I am only an experimenter. . . . No facts are to me sacred, none profane; I simply experiment, an endless seeker. ("Circles") 나는 실험가일 뿐임을 독자가 기억하길 바란다. 어떤 사실도 내게 신성하지 않으며, 비속하지도 않다. 중단없는 추구자, 나는 다만 실험한다. 


The greatest genius is the most indebted man. . . . The great man finds himself in the river of the thoughts and events, forced onward by the ideas and necessities of his contemporaries. ("Shakespeare") 가장 위대한 천재, 그는 가장 많이 빚진 사람이다. 위대한 인간은 사상과 사건들의 강에서 헤엄치는 자신을 본다. 그를 앞으로 미는 건 그와 동시대 사람들의 관념, 그리고 요구들이다. 


It seems to be a rule of wisdom never to rely on your memory alone, scarcely even in acts of pure memory, but to bring the past for judgments into the thousand-eyed present, and live ever in a new day. ("Self-Reliance") 기억에만, 순수 기억의 행동이라도, 의지하지 않는 것. 그것이 지혜의 법칙일 것이다. 우리의 과거를, 천 개의 눈을 가진 현재로 가져와 판단해야할 것이며, 어느 날이든 새로운 날처럼 살아야한다. 





















갖고 있는 에머슨 책으론 왼쪽의 선집 하나가 다다. 

오래전 헌 책으로 구입. 표지를 열면, 격렬한 필체 오렌지색 펜으로 이렇게 적혀 있다. 

"네이트, 오직 우리의 믿음만이 우리의 한계임을 기억해! 우주가 너의 것이다! 신의 축복이 있기를! 

Nate, Remember that we are only limited by what we believe! The universe is yours! God bless!" (*옮겨 적으면서 바꾸긴 했는데 실제론 전부 대문자로; 적혀 있음. 그러고 보니 손글씨 쓰면서 대문자로만 쓰는 사람, 그런 사람들은 격정적인 자기 격정이 감당이 안되는 사람들일 가능성 클 것같기도). 준 사람 이름은 Scott. 네이트는 스코트가 선물한 이 책이 싫었던가, 단 하나의 읽은 흔적이 없다. 


하이고 어쨌든 그래서, 

전부터 읽고 싶었던 에머슨인데 이렇게 많이 에머슨을 인용하는 니체 연구서를 대출하고 보니 (위에 옮겨 둔 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끝없이; 인용하고 있다. 페이지를 넘기면 넘기는대로 계속 나온다) 무엇보다 일단 에머슨 책들을 제대로 사두어야; 하겠어서 Library of America 판들을 검색함. Library of America 판 책들 참 좋다. 독자 누구라도 팬으로 만들 책들. 어쨌든 아마존에 저렴한 중고본들이 많이 나와 있어서 큰 타격 없이 사둘;; 수 있을 듯. 킨들판은 거의 전부가 무료다. 


에머슨-니체 커넥션, (Composing the Soul 이 책은 그걸 '웅변하듯' 수립하는 책이기도 할 것같고), 

외에 에머슨-바슐라르 커넥션도 있을 것같음. 근본적으로 동류인 영혼. 굉장히 다른 발현. 19세기 미국의 엘리트. 20세기 프랑스의 평민. ;; 이런 잡념도 스쳐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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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07-23 0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린 시간님께서는 영어로도 자유롭게 책을 접하시는 것 같아요. 아직 번역되지 않은 많은 책들을 미리 접하고 비교적 원서에 가깝게 보실테지요. ^^; 부럽습니다.

몰리 2016-07-23 08:26   좋아요 1 | URL
에효 제 전공인걸요..;;;; 영어로 공부하면서 그 긴 세월을 보낸 걸 감안하면
실은 잘 읽지도 많이 읽지도 못하는 형편입니다. ;;;

겨울호랑이 2016-07-23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읽으신 책을 보면 쉽지 않은 책인 것 같아요. 언어는 문화를 잘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양 문학이나 철학 등의 책은 같은 서양권 언어로 이해되어야 보다 정확한 의미전달이 된다는 것을 요즘 많이 느낀답니다.^^ 부족하지만 저도 영어로 된 서적과 가까이 하려고 합니다만 쉽지 않네요 ㅋ 그래서 잃어버린시간님 같은 분을 뵈면 많이 부럽습니다^^; 행복한 휴일 되세요

몰리 2016-07-23 10:15   좋아요 1 | URL
카우프만이 번역한 니체 책들 보면 역주가 꽤 많고 역주의 적지 않은 부분이
자신의 역어 선택을 해명하고, 그러면서 니체 사상의 일면(혹은 여러 면;)을 해설하는 내용입니다. 저는 이게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고 철학서 번역은 이런 방향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인데요, 놀랍게도 영어권에서 (역자들이든 독자들이든) 카우프만이 한 것같은 번역이 모범이다.. 쪽은 소수인 것 같더라고요. 같은 서양언어끼리인 독어, 영어의 경우에도 그렇지만 서양언어에서 한국어로 번역은 더더욱, 방대하고 상세한 역주, 역주를 통해 단단한 도입 기반 다지기.. 이게 관행이 되길 바라지만 아마 한국에서도 이 쪽은 소수;;일듯해요. 주석이 읽는 데 방해된다는 얘기는 사실 이해가 안됩니다. 그냥 안 읽으면 되는 걸;;; 아무튼 한국에서 외국어, 그리고 번역에 대한 논의가 더더 많고 진지해야할 것 같아요.

겨울호랑이 2016-07-23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잃어버린시간님의 말씀에 동감입니다. 아직 뜻을 담기에도부족해서 번역의 미묘한 부분까지 신경쓰지 못합니다만, 잃어버린 시간님의 리뷰와 같은 좋은 글은 핵심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