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간된 카우프만의 이 책에 니하머스의 "서문"이 실려 있다. 

카우프만이 서른도 되지 않았을 때 나왔던 이 책으로 니체에 대한 통념의 급진적 전환이 일어났던 일에서 시작해 이 책의 의의를 제시하는 글. 마지막 문단은 대략 이렇다. 


카우프만의 <니체>는 다른 이유에서도 중요하다. 이 책은 모두가 잘 알고 있지만 실제로 읽은 사람은 거의 없는 책이다. 니체에 대한 전통적 이해를 뒤집는 일은 성공했으니, 안전히 무시해도 될 책으로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혹은 다시 읽으면) 들인 노력의 보상을 받는다. 카우프만의 니체 읽기는 내가 여기서 말할 수 있었던 것보다 훨씬 더 섬세하며, 니체와 괴테의 관계, 니체의 자연주의, 승화의 기제, 그리고 미국 실용주의에 니체가 갖는 친연성에 대한 카우프만의 설명은, 이 여전히 유혹적이며 수수께끼같은 철학자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바쳐진 진정하고 지속적인 기여다. 이 철학자는 카우프만의 이 책 덕분에 우리의 지적 유산의 견고한 일부가 되었다. 카우프만의 니체는 여전히 살아 잇으며, 그의 <니체>가 다시 세상의 빛을 보아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밑줄 친 부분은 꽤 긴 (9줄) 한 문장으로 되어 있는데, 일부 옮겨 오면 이렇다. (....) the mechanisms of sublimation, and his affinities with American pragmatism are genuine and lasting contributions to our understanding of this still seductive and enigmatic philosopher who is now, thanks to this book, part and parcel of our intellectual heritage. 


이 책 재간된 걸 알고 아마존 미리보기에서 이 "서문" 부랴부랴 찾아봤을 때, 

"지적 유산" 이 말이 사무쳤었다. 니하머스 말이 사실임 앞에서. 니체가 영어권에서도, (심지어?) 미국에서도, 

그들의 지적 유산의 견고한 일부가 된 건 사실이라는 게 어쩐지 분한 느낌이었다. 사무쳐서 그 이후, 몇 번 이 말 기억하고 의식적으로 써보기도 했었다. 민요는 우리의 spiritual heritage, hitherto uncherished. 이런 구절도 써보고 (이건 뭔가 번역하면서, 실제로 저런 내용은 아니었는데 내가 해석을 하여). 


무엇이 우리의 "지적 유산"인가? 

자생 문화에서도 외산 문화에서도 그런 건 만들지 못하는 채 세월이 가지 않았나? 

지성의 세계에서 고아 아닌가? 


*무엇이 한 문화의 "지적 유산"이다 아니다를 객관적으로 측정 혹은 판정하기는, 

음 의외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혹시 어렵다 해도, 그러나 직관적으로는 바로 알지 않나? 

니하머스의 저 서문을 읽던 때 내겐, 정말 단 하나의 유산도 없다는 느낌이었다. 여기서도 독고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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