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95번 단장 제목이 "샹포르". 

처음 읽었을 때 바로 샹포르에게 관심이 생겨 위키피디아 검색, 카우프만의 역자주 참고하여 그의 삶을 얼기설기 한문단 요약 했었다. 


세바스티엔 로쉬 니콜라 샹포르 (1741-1794). - 잡화상("grocer") 부모에게 태어났으나, 태생의 한계를 뛰어난 두뇌와 미모로 극복하며 귀족 사회에 진출, 혁명 이전 프랑스 왕실과 귀족들의 총애를 받았던 작가. 근력(이라 쓰고 정력.. 이라)도 뛰어나서 그를 알았던 한 귀족 부인이 그에게 붙여준 별명은, "아도니스의 외모를 한 헤라클레스". 그러나 왕실 근방 생활에서 오는 제약을 싫어하고 귀족들에게도 양가 감정을 느꼈던 그는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자 열렬히 혁명의 명분에 투신한다. 전재산을 혁명 세력에 기부하고, 가두 시위를 이끌면서 바스티유 감옥 습격에도 앞장서는 등 무엇엔가 들린 듯이 혁명에 동참. 그러나 곧, 혁명 세력에도 환멸을 느끼며 프랑스 왕실에 그랬듯이 국민 공회를 향해서도 비판과 조롱의 글을 쓴다. 국립 도서관 직원의 고자질(지롱딘파와 한패 혐의)로 옥살이를 하게 되며, 출감 이후에도 체포 위협이 거듭되자 자살을 시도. 총을 얼굴에 겨누었으나, 코와 턱이 날아가는 부상을 입었음에도 살아 남는다. 그러자 칼로 목을 찔렀으나 동맥을 찌르는 데 실패, 역시 살아 남는다. 그러자 욕조에서 가슴을 칼로 긋고 누워 있었으나, 그럼에도 살아 남는다. 피 웅덩이 안의 그를 하인이 발견하고, 이후 그는 1년 정도를 더 끔찍한 육신의 고통 속에서 살게 되는데, 죽기 전 마지막 유언은: "이 세상에서 살기 위해선 심장이 부서지거나, 아니면 심장이 청동의 심장으로 변해야 해. 친구여, 그런 이 세상을 떠나는 게 나는 기쁘다네!" *기록으로는 평민 부모에게 태어났지만 실제론 귀족 부인과 성직자 사이에서 사생아로 출생. 지금 위키피디아 가보니 이 내용이 아직도 업데이트가 안되어 있다. 


95번 단장에서 니체 자신의 말은: 


샹포르 - 인간의, 그리고 무리의 본성을 그토록 잘 알고 있던 샹포르가, 그럼에도 철학적 체념에 빠지는 게 아니라 무리에 합류하길 택했던 걸 설명할 길은 내가 보기엔 하나밖에 없다. 그가 가진 지혜보다 더 강한, 그리고 완전히 만족되지 못했던 본능이, 그에게 있었다. 타고난 혈통으로 귀족인 모든 인간들을 향한 증오가 그것이다. (....) 하지만 결국 그는 자기 모습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 구체제 하의 "낡은 유형"의 모습을. 그는 격렬한 열정과 더불어 회한에 빠졌고, 이것이 그에게 그를 위한 고행의 옷으로 무리의 옷을 입게 했다. 그에겐, 복수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겨난 양심의 가책이 있었다. 


샹포르가 철학자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유지했다면, 프랑스 혁명은 그 비극적 위트를, 또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안기는 가장 통렬한 아픔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대신에 혁명은 그 많은 정신들을 유혹하지 못한, 대단히 우매한 사건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샹포르가 알았던 증오와 복수가 한 세대 전부를 교육했다. 가장 걸출한 인간들이 이 학교를 거쳐 갔다. 미라보가 샹포르를, 그 자신의 더 고귀하고 더 나이든 자아로 존경했으며 그 자아에게서 오는 충동을, 경고를, 판결을 받아들였음을 주목하라. 그 미라보는, 작금의 가장 중요한 정치인들도 속하지 못하는, 위대함의 전혀 다른 층위에 속하는 인간이다. 




*이 책은 지금 읽고 있어야 하는 책이긴 한데 잠시 딴 데 두었다가 

이 포스트 쓰면서 꺼내와 이 단장 읽으니 무엇보다 카우프만의 번역에 감탄하게 된다. 

독어 몰라도, 그냥 이 문장들만으로도 감탄 인다. 이게 원문이라면, 그 원문도 누가 썼다 해도 감탄스러울 문장들. 


**"마흔에 이르기까지 인간혐오자가 아니라면 그는 인간을 사랑한 적 없는 사람이다." 이 말도 샹포르 말이라는데 샹포르 다음에 많은 이들이 따라했겠지. 평소엔 차단막을 친 것 같은 싸늘한 푸른눈이, 생기를 띠면 번개처럼 반짝였다... 는 누군가의 회고가 그의 fierce intelligence, 도덕적 열정. 이런 것 생생히 전해주는 것같음. 실제로 어땠을까가 참 궁금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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