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읽다가, 15세의 아도르노가 칸트를 크라카우어와 같이 읽었던 것처럼, 

(내게 15세는 매우 무리고) 25세나 35세의 나와 니체를 읽은 누가 있었더라면.. 잠시 상상함. 


아도르노, 크라카우어의 토요 칸트 읽기 모임에 대해선, 아도르노의 키에르케고르 책에 훌롯-켄터가 쓴 역자 해설에서 처음 읽음: "15세 소년 아도르노는 그보다 14세 연상이었던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와 매주 토요일 칸트를 읽었다. 이 시절 칸트 읽기를 가리켜 아도르노 자신 이런 회고를 남겼다. "훗날 학교에서 만났던 그 어느 선생에게서보다 더 크라카우어에게서 배웠다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크라카우어는 비범한 선생이었고, 칸트가 내게 살아있는 철학자로 다가오게 했다. 모임의 시작부터, 그의 도움과 함께 나는 칸트의 저작을 순수 인식론, 다시 말해 과학적으로 유효한 판단의 조건들에 관한 분석으로 읽을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칸트의 저작은, 정신의 역사적 상황을 그로부터 읽어내야할 일종의 암호 체계였다. 진실이라고 하면 될 무엇이 얻어질 거란 기대가 거기 있었다."" 


훌롯-켄터가 인용하는 아도르노 자신의 회고는 <문학노트> 2권에 있다. 크라카우어의 75세 생일을 맞아 썼던 에세이, "특이한 리얼리스트: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 


아도르노와 크라카우어의 관계에 대해 슈테판 뮐러-둠의 전기에선 뭐라 하고 있나, 이 전기 읽으면서는 무슨 노트를 남겼나 찾아보니 이런 내용이 있다: "아도르노를 알고 난 후 크라카우어가 다른 친구들에게 썼던 편지가 뒤늦게 발견/공개되고 있다는데, 이 편지들에서 크라카우어는 아주 솔직하게, 아도르노를 향한 연모의 감정을 고백한다고 한다. "이렇게 총명한 청년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누구라도 그에게 반할 것이다" "아! 하지만 언제나 남자들에게, 머리로 사랑하라면 그 대상은 남자였다!" 이런 구절들이 하나 둘, 어쩌다 발견되는 게 아니라, 이 정도면 둘 사이에 정말 "섹슈얼 인카운터" 있었던 게 아닐까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끔 대량 발견된다는 것이다." 


쪽수 표시 않고 아무거나 되는대로 적어두던 (미개한) 시절 남긴 노트라 본문 확인을 못하고 있는 중. 

노트 남기던 때 읽던 책은 학교 도서관 책이고, 지금 갖고 있는 책엔 물론 당연히 그 시절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 "남자들에게, 머리로 사랑하라면 그 대상은 남자였다!" 이 문장, 영어로 어떻게 적혀 있나 굉장히 궁금한데 구글의 힘에도 호소해 보았으나 무소득. 


그래도 두 사람의 "에로틱" 우정에 관한 꽤 괜찮은 페이퍼 하나를 건짐.  

프랑크푸르터 짜이퉁지 편집자로 일하던 34세의 크라카우어가 20세의 아도르노에게 썼던 편지로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마이 디어 테디! 마이 디어 프렌드! (...................) 너를 향한 이 고통스런 사랑을 혼자 견딜 수 없을 것같다. 너와 단절될 때 내 존재는 빛을 잃는다. 우리 사이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 편지는 두 사람이, 그 이름도 적절하게 Amorbach로 갔던 여행 직후 쓰여진 것이라 하며 편지지는 프랑크푸르터 짜이퉁지 로고가 찍힌 편지지 (사무실에서 급히, 몰래, 썼다는 얘기?), 추신에는 "이 편지는 절대 비밀이어야 해. 너만 읽어야 해. 읽고 나면 꼭 태워야 해" 같은 간청도 담겨 있다고. 


남자들에게 머리로 사랑하라면 그 대상은 남자야. 

ㅋㅋㅋㅋ (웃게 되기도 한다. 사랑하세요 많이! 같은 심정에서) 

이런 말에 담긴 여성혐오는 어떻게 정리하면 될까 잠시 생각하다가, 

그러나 어쨌든, 이들 같은 사랑은(사랑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님에서 멈춤. 아델 쇼펜하우어와 시빌의 우정처럼, 

아도르노와 크라카우어의 우정도, 이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이들에게 존경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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