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산 건 이것과 표지가 다르지만, 23년 달력과 다이어리 위해 11월에 주문했던 책. 

크리스틴 스몰우드의 데뷔작 <정신의 삶>. 스몰우드는 컬럼비아 대학 영문학 박사다. 책은 자전 (극히 자전) 소설. 소설 주인공은 박사 학위 후 비정규직으로 근근히 살고 있다. 동거하는 남자 친구가 있는데 사랑하지도 증오하지도 귀찮지도, 그렇다고 집 안의 가구같지도 않은 사이. 둘을 묶는 육체와 정신의 분명한 연결이 있지만 그것의 정체는... 


발자크가 끝나면... 제한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3-40 페이지는 읽은 거 같다. 이 도입부에, 웃긴 장면, 웃긴 문장들이 연달아 나온다. 이제 이런 것도 주제화되는구나. 이런 문장을 이제 누가 기어코 써내는구나. 정신의 삶, 그것의 정체다, 이것이. (...) 감탄하면서 저런 생각 하기도 했다. 뱃살이 찌고 있고 그밖의 여러 이유로 집 안에 있는 상하로 긴 거울이 부담스러워진 그녀는 거울을 좌우로 길게, 벽의 상부에, 건다. 이제 거울은 그녀의 얼굴만 (목까지?) 비춘다. 거울 위치가 바뀐 후 귀가한 남자 친구는 그 점을 건조하게 지적한다. 이런 게 웃겼던 대목. 


소설을 평가할 때 "---를 위해, --가 출현해야 했던 것이다" 유형 문장들. --를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 --가 필요했다. 스몰우드의 이 소설도 그런 말들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 이전에 본 적 없는 유형의 인물, 문장, 감정, 사고가 연속 등장하는 책. 걸작, 고전으로 남을 거 같지는 않지만 적지 않은 독자들이 오래 기억할 거 같은 책. 







범죄문학 강의에서 길게 논의되던 이 소설. 

이 소설도 갖고는 있고 앞의 1 페이지 읽음. 침대에 같이 누워 있을 때 남편이 아내의 머리, 머리카락을 쓰다듬. 아내의 생각은, 그의 손가락은 나의 두개골/해골의 윤곽을 확인하려는 거 같다.......... 이런 내용이 그 1페이지에 있다. 


이때도 잠깐 감탄했었다. 이제 이런 것도 주제화되는구나, 이런 문장이 마침내 쓰여졌다. 

그래놓고 그 1페이지로 끝. (시간이 없음. 발자크 제한....) 


질리언 플린의 아버지는 영화과 교수였고 

그녀는 아주 어릴 때부터 히치콕 영화를 보면서 자랐다. 히치콕 영화를 사랑했다. 사촌들과 모여 놀면 사촌들은 왕비, 공주가 되고 싶다고 할 때 그녀는 마녀, 살인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잠시 생각함. 아버지가 영화과 교수이고 집에서 영화를, 히치콕 영화를 매일같이 보고 또 볼 수 있으며 아버지에게 히치콕 영화에 대해 들을 수 있다는 건, 그러니까 그런 환경은, 어떻게 결정적으로 정신을 형성하는가. 


SF 고전 강의에서 교수는, 어슐러 르귄의 부모가 둘 다 저명한 인류학자였다는 점에 대해 말하고 인류학자로 그녀의 부모가 남긴 작업이 그녀의 소설에서 어떻게 계승되나에 대해서 상세히 말하기도 한다. 인류학자로 사유하기. 르귄은 말을 배우듯 그걸 배웠다. 


말을 배우듯 그걸 배운다는 것. 그걸 태어난 집에서 할 수 있다면 아주 좋겠지만, 그러지 못할 때, 그러지 못한 사람들에게, 책이 있는 것. ㅎㅎㅎㅎㅎ 그렇. 책이 있고 책 말고도 여러 경로들이 있고. 그것의 일부가 될 무엇을 내가 (너와 내가) 하게 될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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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2-21 1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애트우드 아부지는 곤충 학자!^^
줌파 라히리 아부지는 대학 도서관 사서!^^


몰리 2022-12-21 13:41   좋아요 1 | URL
부모가 노동 (지식 말고 육체 노동) 계급인 작가는 누가 있나요. ㅎㅎㅎㅎㅎ 누구 한 두 명, 그런 작가의 대표격으로 알고 있었던 거 같은데 기억이 안 남. 발자크는 지금 찾아보니 부친이 장인 계급의 후손(이자 그 자신 장인 계급). 디드로는 부친이 cutlery, 의료용 포함해서 칼, 등등 철물 제조업. 아 그래도 지식인의 자식 중에서는 또 버지니아 울프, 아버지라는 거인을 쓰러뜨린 거인!

scott 2022-12-21 14:08   좋아요 1 | URL
카버
디킨즈
체호프
까뮈
마르케스
움베르토 에코
아니 에르노

샐리 루니
요렇게 노동계급
줄리안 반즈 아부지 교사
이언 매큐언 아부지는
군인
인데도
인터뷰 할때면 자신들 부모 세대가 노동계급 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