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프랑스 혁명사의 고전 중 고전인데 

정통 맑스주의 해석이기도 하다고 한다. 오 그렇다면 궁금하고 사야겠는데. 그러나 영어 번역은 나온 적 없는 거 같았다. 일단 아마존에서는 찾아지는 게 없었음. 아무리 고전이어도 고루해진 고전이라면. 초판이 20년대에 나왔으니 그 후 그의 후예들, 제자들, 그가 했던 말을 반복한 스무 명이 있었다면. 그같은 사정에 따라 번역할 이유가 차츰 없어진 거냐. 


바로 바로 번역 좀 하지. 





알고 보니 

바로는 아니어도 (58년이 초판이라는 거 같다) 영어판이 나오긴 했다. 

저 엄청난 가격. 2.65불! 그리고 더 찾아보니 한국어 번역도 있다. 창작과비평사. 


하튼 이것도 들여놔야 할 책이 되었다. 


어제 발견한 쫌 많이 웃겼던 사실은 프랑스 혁명 당시 (그 드라마가 펼쳐지는 와중에, 그 현장 그 한복판에서) 혁명사를 라틴어로 쓴 사람이 있었다는 것. 스트라스부르 대학 도서관 사서였던 로렌츠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프랑스가 구체제에 종말을 고하고 새로이 태어나기 위해 겪고 있던 산고를 고전 언어의 엄정함 속에 간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부 옮겨 오면 이렇다: 


Regem ipsum

clandestinis consiliis cum hostibus conspirantem,

qui hinc

civium motibus passim, et Lutetiæ

præsertim, ortis,

a Francicæ Nationis Concilio

regia potestate omni interdicitur,

A. C. 1792, d. 10. Augusti,

usque ad novum Francicæ nationis

Conventum, ob id a Concilio evocatum


라틴어를 아예 몰라도, 그냥 웃긴데 구글 번역으로 영어 번역 해놓고 곱씹으면 좀 더 웃겨진다. 


king himself

conspiring with the enemy by secret counsels,

hence

citizens movements everywhere, and Paris

Especially, orchards,

from the French National Council

is forbidden to all by the royal power,

AC 1792. d. 10. August,

and a new generation of France

Meeting, it was called up by the Counc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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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터다이크는 어디선가 "인간이 무어냐고? 인간이란 오페라를 쓰는 존재다" 같은 말 한다. 오페라를 씀, 이것이 인간의 가장 불가해하고 가장 해명하기 힘든 지향이고 욕망이라는 듯이. 라틴어로 현재의 역사를 기록하기. 고전 언어로 새로운 사회로의 이행을 기록하기. 오페라를 쓰는 것과 비슷한 무엇이 여기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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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7-19 1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단두대 !

[인간이란 오페라를 쓰는 존재다]
언어를 구사하는 호모 사피엔스는 상상을 통해 허구의 세계를 예술로 승화!

인생도 오페라 처럼 멋졌으면(기-승-전-결) ....

몰리 2021-07-19 18:48   좋아요 1 | URL
scott님에게는 더 확 와닿고 많은 걸 암시하는 말일 듯!

오페라 알못으로서
오페라 ㅎㅎㅎㅎㅎ 정말 신기하긴 해요.

그 왜 유명한 모차르트 아리아 (제목을 모르겠어서 ˝most difficult aria soprano˝ 이걸로 유튜브 검색하니 ˝Queen of the Night˝ 아리아), ㅇㅇㅇㅇㅇㅇㅇ ㅇㅇㅇㅇ ㄲㄲㄲㄲㄲㄲㄲㄲ ㅉㅉㅉㅉㅉㅉㅉ : 도저히 ㅎㅎㅎㅎㅎㅎ 소리를 비슷하게 따라 적을 수 없는 그 숨넘어갈 거 같은 대목, 암튼 그 대목 생각하게 되던 슬로터다이크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