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캠퍼스 소설. 캠퍼스 소설의 거의 효시라는 거 같다. 

(20세기 전반에는 캠퍼스 소설이 쓰일 이유가 없었?) 


짐은 영국 시골 어느 대학 역사학과 강사. 중세사 전공. 

그의 강사직 재임용 권한, 그의 생계를 잇거나 끊을 권력이 역사학과의 웰치 교수에게 있다. 짐과 웰치 두 사람이 서로를 대하는 방식을, 주로 그들의 대화 그리고 짐의 심리 추적으로, 전하는 게 소설 1장의 내용. 


짐과 마가렛 관계만이 아니고 짐과 웰치의 관계도 극히 세밀하게 제시된다. 

웰치는 어떤 인간이고 짐은 어느 정도까지 웰치에게 아부해야 하고 끝없이 고강도로 아부하면서 동시에 웰치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판단하고 있고 짐이 그의 의지에 반하여 해야 하는 아부는 그의 영혼을 잠식하고 하튼 이 모두를 극히 세밀히. 


이 소설은 웃긴 소설로 유명하고 

마틴 에이미스는 자기 친구 중 하나는 이 소설을 읽다가 하도 웃어서 웃다가 토하기까지 했다고 쓰기도 했다. 


웰치에게 아부질하면서 속으로 짐이 

이런 사람이 어떻게 교수가 되었지? 생각하는 대목이 있는데 

"아무리 이(이런) 학교여도 어떻게 그가 교수가 되었는가" 쯤으로 길지 않게 한 문장 쓴다. 

근데 뜻밖에 웃기다. 내가 개인적으로 그 심정에 공감하는 것과 별개인 웃김 같아서, 이게 왜 웃긴가 좀 생각해 보았는데 문맥 안에서 절묘하게 경제적으로 두 사람의 특징도 포착하고 두 사람이 속한 환경도 포착하고 그래서인가 정도로만. 이 문장만은 아니고 어이없이 웃게 하는 대목들이 줄을 잇긴 한다. 마틴 에이미스가 정리한 대로 "공격적으로 코믹한" 스타일. 공격적이어서 처음엔 얼떨떨하고 반복해 읽는다면 오히려 점점 더 웃겨지는 소설일 거 같음. 


<사람의 아들>에서 여성 인물은  

모두 단역이고, 어머니들 제외하면 다 전형적으로 여신-창부 유형. 

이것이 가장 교과서적 가장 순수한 여혐 아닌가 했다. 여기 그 정수가 있는 거 아닌가. 

이것은 얼마나 80년대이고 얼마나 이문열인가. 80년대에 어떤 여성 인물들이 문학에 있었나. 

사실 남자 인물들도 다 아주 얄팍하다. 


<럭키 짐>에서 마가렛은 

킹슬리 에이미스는 도대체 어떤 경험을 했길래 이런 인물을? 그 경험은 하지 않는 게 나았을 경험 아닌가? : 이런 생각 진지하게 하게 만드는 인물이었다. 내가 그것을 몰랐더라면 나는 더 나은 사람일 것이다, 그것으로부터 타락이 시작되었다.... 고 말해도 틀린 말 아닌 "그것"이 모두에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가렛을 만들게 한 경험이 킹슬리 에이미스에게는 "그것"이었을 거 같다. 


저렇게 생각했고 잤는데 자고 일어나서 생각이 바뀜. 

이 소설에서는 남자 인물들도 비슷하게 비틀리고 그리고 다차원 인물들이다. 

이 정도로 예리하게 인간을 이해하고 기록한 작업에는 일단은 존경부터. 쪽으로 생각이 바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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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1-06-01 1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웃다가 토하는 소설이랑 웃다가 토하는 사람이랑 보기에 뭐가 더 웃길까요?? 🤔

몰리 2021-06-01 20:01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전자.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실제로 웃는다는 관념에 극히 회의적인 입장들이 있는 걸 감안하지 않더라도, 책이 하도 웃겨서 웃다가 토한다는 건 많이 과장스럽긴 해요. 마틴 에이미스 자신 이 얘길 빙빙 돌려서 하는데, 아마 그 때문일 듯. 그런가 하면, 진짜 어이가 사라지는 많은 대목들이 있.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냐 하게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