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며칠 전부터 옆에 두고 조금씩 읽었다. 

어느 알라딘 독자가,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건 이런 책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 리뷰에서 평가하던데 

나도 비슷한 생각이 듬. 독자의 정신은 이런 책 읽으면서 격하게 흔들릴 때 형성되는 것. 


이 책과 피에르 아도의 책을 같이 읽었는데 

(아도는 프랑스의 철학자, 고대 철학 연구자. 고대 철학과 "영적 단련 spiritual exercise," 삶의 방식으로서의 철학, 이런 주제로 책 쓰신) 이 책과 비교할 때 아도의 책은, 독자의 정신을 형성하는 책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다는 느낌이었다. 아도는 좀 안이하게(안일하게) 말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그의 지적인 성장의 과정이 그랬을 거 같지는 않음에도, 하여튼 "자족하는" 경향. 그에 반해 데이빗 우튼은 투쟁하는, 투쟁으로 아이디어와 문장을 만드는 쪽이고 어떤 대목들에서는 그게, 갑자기 내 머리를 확 헝클어버리는 효과? 그런 것 있다. 너 이거 니가 한 번 해결해봐라. 너 지금 졸고 있니? (...) 이러저러하게 찌르고 자극하는 효과. 


역사의 휘그 해석. 

진보를 전제하는 역사 해석. 

현재의 우리가 과거의 그들보다 우월함을 전제하는 역사 해석. 

현재 우리의 관점에서 과거 사건들에 가치판단을 부여하는 역사 해석. 


우튼의 책은 과학사에서 역사의 휘그 해석을 옹호하는 책이다. 

자기 입장이 그렇다는 걸 처음부터 분명히 한다. "노예제에 가치판단하지 않는 역사를 너는 읽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런 말로다.  


과학사 내에서 이 문제의 현황이 어떤 건지 알고 싶긴 한데 

잘 모르는 입장에서 지금 내 생각은, 어느 쪽에든 (휘그 해석에 반대하는 쪽이든 그걸 옹호하는 쪽이든) 

사유의 차단, 사유의 억압이 숨은 동기인 이들이 있을 거라는 것. 반대냐 옹호냐는 중요하지 않고  

얼마나 인간 정신을, 인간 정신의 역량을, 믿느냐가 중요할 거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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