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투쟁. 

갖고 있는 영어판 1권은 이런 표지다. 조잡하게 포토샵한 거 같은 이미지. 



Raise Your Hand If You've Read Knausgaard | by Tim Parks | The New York  Review of Books



중고로 구입했던 것이고 

주문한 건 이 표지 판이었다. 

받아보니 위의 조잡한 표지 판이었고 매우 실망스러웠지만 

셀러에게 따지거나 .... 하이고 힘들다.... 그러지는 않음. 

이거 책이 마음에 든다면 전권 구입하게 될텐데 그럼 다른 판으로 1권을 다시 사면서 새출발해야 하나.... 

영원히 읽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 작지 않은 그 가능성 생각하지 않으면서 위와 같은 근심에 빠졌었다. 

책이 아주 마음에 든다면 이쪽 판으로도 전권, 저쪽 판으로도 전권, 두 세트. 두 세트 사둘 수도 있지. 

..... 그렇게 그냥 낙관하기로 함. 


크나우스가드의 (크나우스고르.... 로 표기하던데 지금까지 서재에서 영어권 발음으로 적어왔던 걸 존중(?), 일단은 죽 크나우스가드로....) <나는 왜 쓰는가> 강의록이 마음에 들어서, <나의 투쟁> 1권 찾아서 옆에 두었다. 


5페이지 정도 읽었는데 

이 앞의 5페이지는, 아주 막 놀라며 "오......." 인건 아니지만 

인생에서 한 달을 그를 위해 비워둘 가치는 있는 작가, 있는 책, 그 정도는 장담해도 될 거 같은 느낌 들긴 한다. 

예상하건대, 3-5페이지 단위로, 쉽게 질문화할 수 있는 형식으로, 인생에 대한 그의 관점이 직접 제시될 거 같다. 

일단 책이 시작하는 이 처음의 페이지들 안에는 그것이 있다. "인생에서 시간은 언제부터 빨리 가기 시작하는가? 빨리 가기 시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덟 살 꼬마였던 그와 삼십대 초반 젊었던 아버지 (지금 우리 기준으로는 아주 일찍 아이를 낳았던 그의 부모). 아버지의 삶에서 시간이 바람처럼 빨리 흐르기 시작했던 때. 아버지의 삶 속으로 바람들이 불어오기 시작했던 때.... 등을 회고하면서, "시간이 빨라지는 건 -- 하기 때문이다" 같은 문장들을 쓴다. 


타네하시 코츠의 책을 읽으면서 민감해진 면이 있는데, 저런 주제 저런 문장을 보면 

"이것은 중산층 백인 남자의...." 의심이 일단 든다. 누가 이런 경험을 하고 이런 결론을 내는가. 

코츠의 책에는 "흑인으로 산다는 건 시간을 강도 당한다는 것. 우리의 시간은 하루 23시간이 되고 

이렇게 우리에게서 강탈해간 시간이 백인들에게, 그들을 위한 "second chances"의 뗏목이 된다는 것" 같은 대목이 

있다. 코츠라면, "인생에서 시간은 언제부터 빨리 가기 시작하는가?" 같은 질문을 아마 하지 않겠지만 하더라도 크나우스가드가 하는 이유, 하는 방식과는 아주 다른 이유, 방식으로 할 것이다. 


"나는 보편으로 말한다" 이게 의심된 적이 없는 거 같은 백인 남자 작가들. 

크나우스가드의 <나의 투쟁> 1권 앞의 5페이지에서는, 그도 그런 백인 남자 작가들에 속한다고 

생각하게 하는 면모가 있는 것이다. 


My Struggle Book Cover on Behance



내가 산 판은 전권을 모으면 책등이 이런 이미지를 구성하게 되어 있는 것이었다. 

이걸 보니 "어 괜찮은데?" 여서, 1권을 다 읽고나서 더 읽어야겠다면 일단 이 판으로 계속 구입하는 쪽으로. 


백인 남자 작가에게, 백인 남자 작가여서 갖는 한계다 같은 것이 느껴진다면 

그게 그러니까, 얼마나, 아직까지 표현된 바 없는 무명의 삶들이, 지하의 삶들이 있다는 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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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2-01-08 0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권 중고에 나와있던데 ... 표지는 새 버전이 예뻐서 새 걸로 사려고요.
백인 남성 작가의 한계는 뭐 ...

몰리 2022-01-08 13:48   좋아요 0 | URL
앜 유부만두님 댓글 읽고 이 포스팅 다시 읽었는데, 무명의 삶... 지하의 삶. (= 제 삶... ㅋㅋㅋㅋㅋㅋㅋ) 생각하게 되네요. 우리 무명의 삶의 기록자가 됩시다! 22년엔 지하 생활자의 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