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도 audible에서 무료 방출되었다. 

그의 "철학에 반대한다" 때문에, 그리고 그런 입장인 과학자가 쓸만한 글을 쓰기 때문에 (이 점에서는 로렌스 크라우스와 비슷하다) 와인버그에게 반감 비슷한 것이 있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 책은 궁금했다. 제목도 은근히 매혹적이다. "second thoughts" 이 말의 말장난이겠지. 다시 생각해보니. 다음에, 그리고 (한 번 더) 생각해보니. 


월드와이드웹이 CERN에서 일하던 이론물리학자들이 정보 공유를 쉽게 하기 위해 발명한 거라는 

얘기 하는 글이 있다. 아........... 그랬군요. 그런데 미국 국방부가 만든 거다 어떻다 그런 얘기를 어디서 오래전 들었던 거 같은데, 그건 인터넷인가? 인터넷과 월드와이드웹이 다른 겁니까. 혼란스럽긴 했다. 그러나 입자 물리학 연구하던 이들이 대용량 정보 공유를 위해 만든 것이 월드와이드웹. 그리고 나는 알라딘 서재에서 오늘... 이런 것이, 이 삶의 우연성 ㅎㅎㅎㅎ 이니까 또한 역사성, 알게 한다. 


18년에 나온 책이고 실린 글 다수가 이미 발표되었던 글들이긴 한데 전부 2000년 이후, 다수가 2010년대에 쓰인 글들이다. 서문에서 "이게 이렇게 나올 나의 마지막 책이 아니기를 희망한다"고 하는데 그는 33년 생이고 올해 87세, 18년에 85세였다. 그의 나이를 감안하면 사실 여기 실린 글들 전부가 놀라워질만하다. 정신이 늙지 않는다. 이것의 표본. 


다른 역사는 아닐지 몰라도 과학사는, 현재의 관점에서, 진보를 가정하는 관점에서 볼 수밖에 없는 역사라는 얘기를 강하게 하는 글이 몇 편 있다. 이것 과학사 안에서 반복해서 논쟁 주제가 되었나 보았다. 역사의 휘그(Whig) 관점. 과학사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휘그 관점에 반대하는 이들이 다수라고 한다. 휘그 관점의 과학사는 인종주의적 과학사, 성차별주의적 과학사처럼 지탄받는 과학사가 되었다..... 는 와인버그의 말을 근거로 하면. 과학사는 과거의 과학을 그 시대의 맥락 안에서 보는 것이어야지, 현재 도달해 있는 성취와 연결해 과거의 그들은 어떻게 부실했는가, 진보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보는 것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다수 의견. 


나는 일단 지금은 와인버그 쪽이 더 옳다 쪽이다. 휘그 관점 과학사에 반대하는 이들의 과학사 안에서도 

굉장히 쉽게 휘그 관점 찾을 수 있을 거 같다. 진보를 가정하지는 않더라도, 현재에 근거하는 관점, 입장을 완전히 떠나는 일이 어찌 가능함. 진보를 가정하지 않음, 사실 이것도 불가능할 거 같은데? (....) 아무튼 만일 이 문제에서는 와인버그가 더 옳다 쪽이라면, 그가 이 문제에 보이는 이 강경함, 이 완고함이 든든하다 느껴질 수도. 내 편되면 좋은 분. 






그는 과학사에 늦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공부를 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그리고 학부 과학사 과목을 가르치겠다고 자청했다. 단시간에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이게 아마 그가 70대에 있은 일? (어쨌든 60대 아니면 70대다. 흔히들 은퇴하는 나이 이후....). 그 과목의 

강의노트에서 나온 책이 위의 책이다. 


이런 일이 미국 대학이라고 어디서나 흔히 일어나는 일인 건 아니겠지만 

........... 어쨌든 한국에서도 이런 일이, 높은 수준에서 많이, 일어난다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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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0-10-28 0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인이 배우려고 가르치려는 선생이 있다는 것을 학생때 알았어야 했는데 ㅠㅠ ㅋㅋㅋㅋ

몰리 2020-10-28 07:24   좋아요 0 | URL
으아아아 제 말이요!
정말 할많하않. ㅜㅜ

han22598 2020-10-31 08:14   좋아요 0 | URL
과학사...배우신것들 이곳에서도 많이 풀어놔주세요.
그러고 보니. 과학사 전공하신 정이경 샘이 쓰신 통통한 과학책 보고 있어요. 그 책은 잼나요 ㅎ

몰리 2020-10-31 10:25   좋아요 0 | URL
전 아직은 쌩초보. 근데 과학사가 재밌긴 해요. 명저들 골라서 쌓아두고 하나씩 하나씩 착착 읽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