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마음에 드는 로티의 이 책. 

데리다 <마르크스의 유령들> 서평 에세이가 여기 있다. 


이런 문단이 있다. 

"마르크스를 말하면 비슷하게 어깨를 으쓱하고 말 뿐인 영어권 지식인들이 많다. 

대개 그들은 젊었을 때 마르크스를 열심히 공부한 적 없는 이들이다. 그리고 지금 그 공부를 시작할 

생각도 없는 이들이다. 나도 여기 속한다. 40세 근방이 될 때까지, 나는 <자본>과 아퀴나스의 <신학대전>과 리처드슨의 <파멜라>를 이젠 (내년 여름 전까지, 늦게 잡아도) 끝낼 거라는 단호한 결심을 하곤 했다. 그러나 인생의 짧음에 대한, 중년에 흔히 하게 되는 자각을 나도 하게 되면서, 나는 이 책들을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작별을 고했다. (....)" 


이런 문장들. 

이런 게 백인 남자 지식인의 문장 아니냐 예로 들어도 될 문장 아닌가. 


똑같은 경험이 있다 해도 

백인 여자도, 흑인 남자도, 아마 이렇게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한국에서는, 그러니까 지적인 삶의 캥거루라서? 오천년 단일민족이라서?... 하튼 누구나 이런 문장 써도 되고 

누가 쓰든 이상하지 않고, 그럴 거 같다....) 어쨌든 백인 남자라서 훨씬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종류의 "무심함 + 자기탐닉"이 여기 있는 거 같다. 


그러니까 흑인이면 남자여도 

다름 아니라 정신의 삶에서까지, 일찌감치 족쇄에 채워지고 시작하는 거 같다. 

그리고 지금 미국에서 흑인엔 (적어도 이 맥락에서는), 베트남인, 한인, 파키스탄인 등도 포함되겠지. 


지난 여름이 두고 간 맥주. 

지난 여름을 기억하며 마시는 맥주. 

어찌하여 바로 얼마 전까지 "연초"였다가 오늘은 "연말"로 향하는 것 같은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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