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질라드. Leo Szilard. 

19세기말-20세기초 과학의 오지, 변방 헝가리에서 갑자기 출현했던 천재과학자들. 

화성인에 비유되었던 그들. (헝가리 출신은 어떤 외국어를 배우든 강한 액센트로 말하고 그래서 

헝가리 출신임을 속일 수 없다. 화성에서 온 이 과학자들은 헝가리인인 척하면서 외국에 살면 

진짜 헝가리 사람은 속이지 못하겠지만 그외 지구인들은 다 속일 수 있다..... 그렇게 그들은 화성에서 헝가리로 

왔다가 외국으로 갔다.......... 는 매우 억지스러운 이론). 그 "헝가리 재외교포 천재의 은하 galaxy of brilliant Hungarian expatriates"에 속했던 레오 질라드. 존 폰 노이만, 유진 위그너, 에드워드 텔러 등을 포함했던 그 은하. 


(*천재. 천재성. 그들의 강한 에고. 이것들에 대해 리처드 로즈가 관심이 많은 편이다. <원자탄 만들기>에는 

이 주제에 그의 관점에서 흥미로운 일화, 고찰들 많다.....)  


질라드에게 세계를 구원하겠다는 야망이 있었다. 그 야망의 자양이 된 소설이 있는데 

H. G. 웰즈의 <세계 해방의 날 The World Set Free> (1913).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나치 독일에 맞서 

미국이 먼저 핵무기 개발을 해야 한다는 제안에 미온적인 반응을 하고 있던 1940년초, 그는 루즈벨트를 설득할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논문을 쓴다. 그 논문에 그가 붙이는 최초의 각주, 번호를 0번으로 붙인 각주는 H. G. 웰즈의 저 소설을 출전으로 표시했다. 




실제로 웰즈 소설에서 인용해서가 아니라 

"내가 이 논문 쓰게 한 영감의 출전을 밝혀야 함. H. G. 웰즈의 바로 그 (내가 수시로 떠들고 다닌) 소설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음" 같은 차원에서 붙이는 0번 주석. 당시 물리학 논문을 타자기로 어떻게 썼을까, 갑자기 당시 물리학자들이 이 점에서 대단해 보이기도 한다. 수식과 도표 같은 것이 들어가는 부분은 여백으로 두었다 수기로 썼나. 햐튼. 질라드가 자기 최애 소설을 자기 이론 물리학, 그것도 극히 중요한 목적을 가지고 쓴 논문의 0번 주석으로 명시했다는 내용에 감명 비슷한 것 받게 된다. 


<원자탄 만들기>에 과학자들 논문이 다수 직접 인용되는데 

오토 프리쉬 같은 (영어가 외국어인. 그들이 영어로 직접 쓴 게 아니고 번역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일부는, 쓰고 발표되는 그 시간 상의 긴박함을 보면, 그들이 직접 영어로 쓴 거 같다) 과학자들도 


말을 섬세하게 정확하게 쓴다. may, can, could, would, might, 이런 것들도 다 세심하게 쓴다. 

실험의 결과나 결과의 해석에 대해 말할 때도 그렇지만, 다른 그러니까 과학의 범위를 넘어가는 주제에 대해서도. 


아니 그게 당연히 전세계 최고 수준 과학자들인데 말이 엉성하겠니? (....) 그렇기도 할텐데 

최애 소설을 0번 주석으로 달기. 그럴 수도 있는 세계이므로 그들의 과학 논문 언어가 정밀할 수도 있는 거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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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20-08-17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심 있는 물리학 주제라 저도 모르게 댓글 달게 됩니다. ^^;; <원자탄 만들기> 사놓기만 하고 아직 읽지 못했는데, 몰리 님 글 읽으며 시간 나는 대로 읽을 목록 1순위로 올리고 있습니다. 댓글 도배 죄송합니다. ㅎㅎ

몰리 2020-08-17 18:23   좋아요 1 | URL
아 이 책 좋아요. 어떤 대목들은 내용과 전혀 상관없이 뜻밖의 교훈, 뜻밖의 위안을 주기도 합니다. 저자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고 생각했던 사람일까 알겠다는 느낌에서 감탄하게 되는 대목도 많고요. 과학에 대한 경탄도 물론 하게 되고 20세기 역사에 대한 관심이 확 일기도 하고, 많은 일을 해주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