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엔 비 피할 수 있는 근처 시설에 가서 빙빙 돌면서 이어폰 없이 음악이나 오디오북 듣는다. 

공간이 작기 때문에 돌면서 현기증날 지경이지만 그래도 묘한 운치 있다. 비 많이 오기를 기다리는 심정이 

될 때도 있다. 쏟아져라 그래도 나는 걷는다. 특히 베토벤 소나타는 빗소리와 같이 들으면 잘 들리고 좋다. 


My Brilliant Friends에서 나오미 쇼어 장 끝나고 이제 세번째이고 마지막인 친구 다이앤 미들브룩 장이 

시작했는데, 다이앤 미들브룩은 스탠포드에 재직했었고 테드 휴즈와 실비아 플라스의 2인 전기, 앤 섹스턴 전기, 위의 오비드(오비디우스) 전기로 유명하다고. 이름을 들은 적 있다는 느낌 있었지만 그보다 더 알고 있었어야 했던 분이었다. 


낸시 K. 밀러와 다이앤 미들브룩의 우정은 둘 다 60세가 넘어서 시작한 우정. 

이성애자이고 60세가 넘은 두 여자가, 이미 수십년의 생을 살아버린 두 여자가, 어떤 우정을 가질 수 있을까? : 이런 말로 미들브룩 장을 시작한다. 두 사람은 와이오밍 주의 Laramie에서 열렸던 학회에서 처음 만났다. 둘 다 초행인 곳이었다. 





<라라미 프로젝트>란 영화도 있었지. 라라미라는 동네도 그렇지만 와이오밍은 그 주 자체가 

'착한 지역 차별(혐오)' 해도 되는 그런 곳 아니었던가, 같은 생각이 "라라미, 와이오밍"이란 말에 

들었다. 위의 사진은 라라미에서 열린 경찰 폭력 반대 시위. 라라미. 그랜드 애버뉴. 


그런데 사실 동네 이름도 예쁘고 (라라미라니.... 이런 저세상 노래같은 지명이...) 

게이혐오 인종차별, 기타 여러 면에서 어둠과 야만의 지역이라 해도, 지역 특유의 풍경이 

끝없이 사람을 매혹하는 곳이기도 하다 생각한다. 낸시 K. 밀러도 라라미, 와이오밍의 드넓고 황량하게 느껴지는 자연, 풍경에 대해 잠시 말한다. 잠시 향수에 잠기는 듯도 했다. 


수십년의 생을 이미 살아버린 사람들 사이에 오히려 더 

어렵지 않은 우정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게도 된다. 밀러 책은 조금 듣다 멈추고 (비가 많이 오기 시작해서)

음악 듣다가 집에 돌아왔다. 이 점에 대해 밀러는 어떤 생각인가 들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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