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K. 밀러의
My Brilliant Friends: Our Lives in Feminism 이 책은 어제 오디오북 구입했고
자기 전 틀고 45분 정주행.
자기 전 오디오북 들을 때 주로 30분 타이머 설정한다. 누워서 듣는데 한참 들은 거 같아도 확인하면
15분이 안되었을 때가 많고 보통은 아무리 재미있는 책이어도 타이머 완료 전 자게 된다. 그러지 않았고
45분, 아니면 1시간 설정했던 타이머를 끝나고 나서 연장하고 그랬던 책이 Counterpoint. Counterpoint 말고 그랬던 다른
책이 있었던 거 같지 않다.
아무튼. 사실 낸시 K. 밀러의 책에 아주 큰 기대가 있었던 건 아니다.
오래 전 조금 읽었던 그녀의 글들은 지루했다.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글이 아니었다. 바로 멈출 수 있는 글.
그러게,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글들의 비밀은 뭘까.
그랬는데 이 책은 시작하자 멈출 수 없었음. 어제 유독 피곤했던 게 아니라면
이어서 더 들었을 것이다.
제목에 이름은 나와 있지 않지만 초상이 나와 있는 그녀의 세 친구, 캐롤린 헤일브런, 나오미 쇼어, 다이앤 미들브룩.
이들 모두 세상을 떠났다. 00년대에 연달아 있은 일. 00년대는 그녀에게, 지속되었던 애도의 연대.
그리고 지금 그녀는 폐암 말기.
이제 세상에 없는 친구들을 기억하면서
동시에 곧 세상에 없게 될 자기를 애도하기도 하는 상태에서 쓴 회고록이다.
어제 들은 부분은 캐롤린 헤일브런과의 우정.
헤일브런은 영문학자고 컬럼비아 영문과의 유명한 페미니스트였다.
헤일브런이 이미 컬럼비아 영문과의 유명한 페미니스트일 때, 그녀보다 15세 어린 낸시 K. 밀러가
불문학자로 그 대학에 임용되었다. "모두가 그녀를 무서워했다. 나도 그녀를 무서워했다." 이런 회고도 하고
무엇보다 내 가슴을 녹인 건
"헤일브런에게, 자신은 영문학 전공자답게 무던하고 수수하지만
나 낸시 K. 밀러는 불문학 전공자답게 프랑스적 세련됨과 완벽함을 언제나 구현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프랑스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오직 그녀 뿐이었다." : 이 대목이었다.
헤일브런이 낸시 K. 밀러의 프랑스적 세련됨이라 파악하고 이해했던 것이
실은 얼마나 그게 아닌가..... 에 대해서도 잠깐 말하는데, 가슴이 녹으며 웃게 된다.
한편 이상한 일이다.
왜 다른 사람들의 삶의 회고가 재미있고
뿐 아니라 우리에게 에너지를 주는가.
캐롤린 헤일브런은 77세이던 해에 자살했다.
"Journey is over. Love to all." 이것이 그녀가 남긴 유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