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심으로 버지니아 울프 책 여러 권 불어판도 사서 갖고 있다. 

이 책 도입부의 그 유명한 두 구절, What a lark! What a plunge! 

클라리사 댈러웨이가 꽃을 사러 가는 아침. 


나는 저 lark를 실제 종달새를 말하는 쪽으로 알아왔다. 사전을 보면 중요한 다른 의미가 있는데 

"장난 삼아 하는 일" "즐거운 일" 이런 의미. 오후에 갑자기 종달새 아니고 후자 의미가 더 강하겠다는 의심이 들었고 

............ 이럴 때 불어판이 쓸모가 되는 것이라 실감하면서 (사서 한 번도 펴보지 않았던) 불어판 펴봄. 


불어 번역은 후자 의미로 옮기고 있다. "이 어떤 기쁨의 분출인가! 이 어떤 갑작스런 추락인가!" 이런 식. 

바슐라르가 종달새를 주제로 진짜 엄청난 ("종달새는 해방이 아니다, 그것은 처음부터 자유다" 같은)

주장을 연달아 하시는 걸 읽다가, 아아 어쨌든 울프의 저 구절에서 lark는 주된 의미가 종달새일 수는 없고 

그러나 종달새를 생각해야만 하는..... 어휘이겠다 쪽으로 마음을 먹으면서, 구독하는 버지니아 울프 연구자 집단 

이메일에 문의 이메일 보내 보았는데 


감동적인 답장들이 온다. 

이 단어의 여러 어원에 대해. 

이 구절의 이탈리아어판 번역에 대해. 기타 등등. 




감동을 받으니 참회를 하게 되고 참회를 하다가 다시 분노를 하게 된다. 

페이퍼를 쓰다 보면, 페이퍼를 써야만 알게 되고 갖게 되는 것이 있음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알게 되고 갖게 되는 것. 그게 연구자를 만드는 것이고 선생을 만드는 것이다. 인문학을 

가르치려면 인문학을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 "한다"는 읽기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쓰기로 실현된다. 

그런데 그걸 못하게 했다는 것. 쓰지를 못하게 했다는 것. 회고록의 적어도 한 장을 여기에 바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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