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더위 때문인지 모른다. 

몇 년 선풍기 없이 여름에 에어컨만으로 살다가 

얼마 전 신일 미니 선풍기 (탁상용, 클립형. 강추!) 구입해서 쓰고 있는데 

처음에 굉장히 시원했다. 선풍기가 더 시원하네. 선풍기는 바람이다. 에어컨은..... 아무튼, 선풍기의 힘. 

20도 중후반이던 때의 일이다. 30도가 넘을 때도 선풍기면 족했다. 그러다 조금 더 더워지자 정신이 혼미하고 

선풍기는 이제 그만 조용하게 끄는 게 좋을 거 같았..... 지만 에어컨 없이 오래 버티겠다 결심한 바 있다 보니 

에어컨 틀지 않았다. 


오늘 틈. 오늘 36도. 

35도 이상일 때 마트에 들어가면 

아주 좋았다. 사러가마트는 공기가 맑으면서 시원하다는 느낌 든다.

장보러 가서 오래 있었다. 천천히 장보았다. 시원한 공기 속을 천천히 (음미하며) 걸었다.  

집에서도 에어컨 그냥 막 쓰긴 했지만 그곳의 공기와 비교하면. 아무튼 이제 좀 열기가 

식는 느낌 든다. 


얼마 전 읽은 바슐라르의 문장.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수되는 진리라는 유산. 

그러나 진리 아닌 다른 유산도 있는가?" 


나는 매혹되었고 열광했었다. 

아니 그런데 예를 들어 미국에서 1950년대의 유산이, 진리인가? 

그들은 50년대로부터 어떤 진리를 전수받았는가? 

앞세대가 후세대에게 오직 진리만을 전수한다고, 정말 그렇게 말할 수 있는가? 


이의가 잠시 들기도 했다. 바슐라르의 저 말이 도저히 성립할 수 없게 하는 무수한 사례들이 

역사에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러니까 고전 시대를 쓰러뜨린 기독교 문화라거나. 이런 경우도 

그게 고전 시대 맹목의 극복이기도 했다거나 (아니겠지만), 순전한 억지만은 아니게 바슐라르의 

저 말이 옳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알튀세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에, "당시 파리에도 -- 을 읽은 사람은 별로 없었다" 같은 내용 있다. 

-- 에 들어갈 이름이 아마 "헤겔"이었을 것이다. 그가 덧붙였던 말이 "심지어 바슐라르도 -- 는 얼마 읽지 않았다." 

"모두를 읽었던 바슐라르" : 이걸 알튀세도 말했던 것이다.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수되는 진리라는 유산. 

그런데 진리 아닌 다른 유산도 있는가." 이런 (근거없는?) 말들이, 알고 보면 철학사의 누군가에 대한 해석, 논평이거나 

누군가를 염두에 둔 논쟁의 시작일 때가 많다. 이 말, 어쩌면 헤겔리언으로 했던 말일 수도. 그렇다면 헤겔은 

언제 읽는가. 인생은 짧고 헤겔은..... 


그의 저런 말들에 

그와 거의 동급이 아니고는 

아무 할 말이 없는 (없어지는) 것이다. 

거기다 대고 제가 무슨 말을 합니까. (웁니다...) 이렇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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