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면도 좋지만 

공습 피하다가 둘이 같이 피아노 치게 되던 장면이 더 좋았는데 

유튜브에서 어떻게 검색을 해도 찾을 수가 없다. 줄리앙이 치면 소음만 생산하던 피아노가 

장 보네가 치자 고통받는 인간 영혼의 음악을 들려주기 시작함. 


사실 곡이 

줄리앙에게 곡의 본성상 시끄러운 곡을 치게 하고 

장 보네에게 누가 쳐도 영혼의 음악이 될 곡을 치게 한 거 아니냐는 

반발이 아주 조금 일기도 한다. 그러나 초등 ㅎㅎㅎㅎㅎ 시절 학교 음악실 피아노에서 

누가 치면 시끄럽고 누가 치면 음악이던 기억이 생생히 남아 있으므로. 그 기억이 반발을 압도한다. 

그 시절 그랬다. 같은 5-6학년 어린이들 사이에서. 



bbc의 "Imagine being a concert pianist" 동영상에 달린 댓글 중 이런 댓글이 있었다.  

"고도로 피아노 연습을 하려면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그런 시간과 돈은 어린이에게만 있다. 

그 어린이에게 그 둘을 줄 수 있는 부모가 있다는 한에서. 어른인 사람들은 자기 시간을 팔아야 생존을 유지할 수 있다. 이들에게 매일 피아노 앞에서 보내는 몇 시간이라는 사치는 허락되지 않는다. 그 사치를 누리고 싶은 이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차이코프스키 콩쿨 취재한 다큐도 있는데 

파리에서 문학 전공하다가 20세에 피아노 전공으로 바꾸고 (이전 레슨 경험이 있기는 커녕 악보도 볼 줄 모르면서 시작한 무모한 선택이었고) 콩쿨에 초청되는 영광을 안은 청년이 나온다. 피아노를 배우고 4년만에 이룬 놀라운 성취. 


그런 청년의 사례도 있다는 건 

한 생활인이 꿈꾸는 매일 피아노 앞에서 보내는 몇 시간이라는 사치가 

사치이자 동시에 현실이라고 말하는 거 같다. 그러니까, 어른으로 피아노를 처음 치기 시작해도 

음악적 자기 표현..... 할 수 있을 거 같다. 위의 댓글 쓴 사람은 이미 피아노를 오래 친 사람이었을 거 같긴 하지만 

그 사람도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 보내는 시간을 꿈꾸는 건 아니었을 것이고. 언어를 배운 다음 언어적 자기 표현이 가능한 것과 비슷할 거 같다. 언어도 피아노도 자기 표현을 위한 테크놀러지. 아 나도 매일 몇 시간... 피아노 앞에서 보내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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