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들은 음악 강의에서 

교수가 리히터를 말한 건 한 번이었다. 

스크리아빈이 주제였을 때. 스크리아빈의 소나타에 대해. 

"위대한 소비에트 피아니스트,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가 

피아노 레퍼터리 전부에서 가장 치기 어려운 곡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문장으로.  

러시안 피아니즘. 이 주제로 강의 제작되면 좋을 것이다. 작곡가와 연주자들이 총망라되는 

한 84강 분량. "피아니즘"이라는 말을 나는 그의 강의에서 처음 들었다. "러시안 피아니즘" 이 말도 당연히 

그의 강의에서 처음 들었다. 그에 따르면 러시안 피아니즘과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뗄 수가 없는데 

러시안 피아니즘이 추구한 표현력의 확장, 그것에 가장 우호적인 피아노가 스타인웨이였다. 


러시아 음악, 러시아 피아노 음악에 대해 

수시로 그가 말해주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그걸 주제로 하는 논의 듣고 싶어진다. 


피아니즘. 이 말 일단 듣고 나서 보니 

어떻게 (그것도 영어권 문학 전공자라는 사람이) 그 말 모르고 살았던 건가. 

모르고 살았던 거 맞나? 누가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없다는 거지 본 적도 없는 건 아닌 거 아닐까.... 

???? 그런지 아닌지 확신하지 못하겠음. 




그린버그 교수가 내게 진정 "믿고 듣는" 교수가 되었던 순간은 

그가 아도르노 인용하고 논의하던 때였다. 내용은 지금 기억나지 않는다. 

흔히 인용되고 거의 공식적인 해석이 있고 그런 문장 아니었다. 아도르노 저술 꽤 오래 이것저것 열심히 읽은 편인 

내게 낯설게 들리던 (그의 음악 저술을 읽지 않았으니 당연히....) 문장이었고 


강의 맥락에서 등장하기 적합한 내용이었다. 뜬금없이 까이기 위해 동원되는 극단적 주장 아니었다. 


그리고 그는 생각에 잠김. 

아도르노를 인용하면서 (인용하고 나서) 잠시 생각에 잠김. 


그리고 나는 그러는 그를 

오나전 신뢰하기 시작함. 


그랬다. 생각에 잠기던, 생각하며 말하던 그의 목소리. 

아도르노 문장을 떠나지 못하던 그의 목소리. 문장은 가도 생각은 남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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