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히터 연주 들으면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겸손한데 광적인. 번민과 희열이 공존하는. 

투명한. 폭발하면서 소실점으로 사라지는. 


어려서부터 오래 들어왔다면 

감수성이나 지향의 일부가 되었을 거 같기도 하다. 

그는 1915년생이고 1997년에 타계했다. 어려서부터 들어왔다면 

생전의 그를 기억하고 그의 죽음도 기억할, 동시대인이셨던 것임. 



그런데 여성 피아니스트가 드물고 

'거장' 여성 피아니스트는 더욱 드문 이유는 

드레스를 입기 때문 아닌가. 열정 소나타 (24분 정도 길이인) 연주하면서 

바렌보임은 (한 2악장 중간 정도 지나면?) 땀을 비오듯이 흘린다. 건반으로 땀이 줄줄 떨어진다. 

리히터가 쇼팽의 녹턴 중에서 고요하고 부드러운 걸로 유명한 녹턴을 연주할 때 

(특히 힘이 들거라고 상상하기 어려운 곡을 연주할 때) 그의 셔츠가 땀으로 다 젖곤 했다고 한다. 

등과 어깨 가슴이 드러나는 드레스는 많은 양 땀흘리면서 입기엔 곤란한 옷 아닌가. 


작업복 같은 옷 입고 피아노 앞에 앉은 리히터 같은 

그런 여성 피아니스트 이미지도 흔히 볼 수 있는 이미지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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