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야민 책들 모으는 중이라 

영어판 선집 1권은 이미 있고 

3권이 오고 있는 중이고 2권과 4권은 아직 주문하기 전이지만 

사도 읽을 수 없음 알고 있으니 서두르지는 않으면서 주문 대기 상태다. 


선집 1권 도착했을 때 펴서 그의 글 첫 문장 읽었더니, 아득해짐.  

아도르노 처음 읽던 때 (십여년 전) 한 페이지 읽으면 배고파서 기절할 거 같던 그 감각. 그 아득함. 

어느덧 아도르노는 익숙해진 면이 있다. 한 페이지가 뭐냐 한 문단만 읽어도 쓰러질 거 같던 시절이 

사실 오래 갔었다. 한 십년? 십일년? 십이년? (....) 지금은 특히 그라고 더 배고픈 건 아니게 되었다. 

better than food, 이 채널에서 "존경하는 청취자 여러분, 이 채널에서 내가 소개하는 책들은 읽는 데 노고가 

필요한 책들입니다......" 이 취지 말을 좀 여러 번 한다. fucking work! 그렇다고. 비슷하게 다들 fucking work이고 

비슷하게 다들 배고픔 유발하는 가운데 


새로운 도전일 듯하다, 벤야민. 





이 전기 갖고 있는데 

바슐라르의 초현실주의 이해가 탁월하다고 벤야민은 감탄했다.... 대략 이런 문장으로 

바슐라르가 불시 등장한다. "벤야민의 그같은 판단은 바슐라르의 독특한 책 <불의 정신분석>에 바탕했던 거 같다" 같은 

문장이 뒤따르고 이 문장에서 전기작가가 이 사항과 관련해 연구가 부족했음을 알 수 있기도 하다. 바슐라르의 초현실주의는 <불의 정신분석>이 아니라 <로트레아몽>에서 볼 수 있는 것이므로. 


<불의 정신분석>은 38년에 <로트레아몽>은 39년에 나왔고 

벤야민은 40년에 타계했다. 바슐라르는 62년에 타계했다. 


벤야민이 죽지 않았더라면. 

벤야민이 40년에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떠날 이유가 없었다면) 

벤야민과 바슐라르 두 사람 사이에 우정이 시작했을 것이다. 벤야민이 바슐라르에게 편지를 쓰고 

바슐라르는 극히 독특한 문장들로 답장을 썼을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 좋아했을 것이다.  

바슐라르의 상상력 연구들은 42년부터야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도르노는 

벤야민을 지적으로 유혹하기 위해 

바슐라르를 읽었을 것이다. 그도 바슐라르를 좋아하는 척까지 했을지 모른다. 

벤야민을 바슐라르에게서 빼내와 독차지하기보다는 (그러기엔 이들 나이가 몇이냐...) 

프랑스의 과학철학, 과학사 전통이 프랑크푸르트 학파와 합류하는 지점을 보면서 

그들의 우정이 고립되지 않게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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